대통령의 아들이란 무게
대통령의 아들이란 무게
  • 연지민 기자
  • 승인 2021.09.13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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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연지민 부국장
연지민 부국장

 

미디어아티스트 문준용씨의 청주전시 참여가 알려지면서 작은 소동이 일었다. 청주시가 문 작가에게 5억원의 예산을 지원한다는 소문이 돈 것이다. 열악한 예술계인데, 더구나 지역에서 40대 젊은 작가에게 그 많은 예산을 지원하는 게 맞느냐는 문제제기까지 더해졌다.

이러한 소문의 배경에는 문 작가가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이기 때문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기라성 같은 작가들도 억대 예산을 지원받기 어려운 현실이고 보니 전시에 대한 의혹은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소문과는 달리 청주시립미술관은 개인전이 아닌 그룹전으로 기획해 11명의 작가를 초대하는 형식으로 진행되는 프로젝트였다. 문 작가가 참여하는 것은 맞지만 아티스트 중 한 명일 뿐, 개인 지원은 작가 작업비(작가피)에 한정돼 있다.

전시에 참여하는 작가들은 작업에 따라 작가피를 받는 게 관례인데, 문 작가는 이번 작가피로 1500만원이 책정되었다고 한다. `빛'을 주제로 하는 전시이고, 미디어아트 장르가 가진 특성을 고려한 작가피라는 게 미술관 측의 설명이다. 즉, 작가가 주제를 구현해내는 데 들어가는 모든 비용이 포함된 작가피이지, 참여만 하는 것으로 지불하는 금액이 아니라는 것이다. 보통의 아티스트라면 전혀 문제 될 게 없는 사안이지만, 대통령 아들이라는 배경이 불러온 과도한 시선이 소동으로 이어진 셈이다.

문 작가는 올해 초에도 한국예술위원회로부터 6900만원의 예술인 지원금 신청에 선정되면서 특혜 논란이 일었다. 정치권이 특혜 의혹을 제기했지만, 이 역시 대통령의 아들이란 점이 작용한 결과였다. 작가라면 자신의 예술활동을 위해 예술위원회 기금을 신청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특정인이라는 이유가 걸림돌이 되고 시비가 된 것이다.

물론 문 작가가 원하지 않아도 대통령의 아들이란 배경은 우리 사회에서 음으로 양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는 것도 맞다. 이는 오랜 군사정권과 민간 정부로 전환한 후에도 대통령 자녀에 대한 특혜가 없었다고 딱 잘라 말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권력의 외곽에서 또 다른 권력이 되어버리는 친인척 비리를 누누이 드러냈던 한국사회였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의구심이다.

문 작가에 대한 논란은 한 명의 아티스트로 바라보기 이전에 대통령의 아들이라는 프레임이 덧씌워지면서 작가의 활동을 지나치게 정치적으로 보는 시선도 없지 않다. 이는 여전히 특권층으로 받아들이는 사회분위기도 한몫을 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의혹조차 제기하지 못했던 예전과 비교하면 한국사회가 긍정적인 투명사회로 가고 있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근거 여부와 상관없이 숱하게 제기되는 의구심이야말로 대통령의 아들이라는, 어쩔 수 없는 무게가 아닐까 싶다.

동시대 현대인들의 요구를 키워드로 정의하면 `공정'이다. 자본주의가 빈익빈 부익부를 심화할수록 공정은 더 강력히 요구되고 있다. `누군가의 찬스'를 떼고 똑같은 선에서 출발하는 달리기처럼 자기의 역량으로 얻어지는 공정한 게임을 원한다. 대통령의 아들도 예외가 아니다. 반대로 공정을 타인에게만 들이대는 잣대가 되어선 안 된다. 대통령의 아들도 공정하게 평가받을 수 있는 사회가 돼야 한다.

결국, 이런 의혹을 없애는 방법은 문 작가가 작업으로 보여주는 수밖에 없다. 특혜 논란이 계속될수록 작가로 우뚝 서야 하는 것도 문준용씨 몫이다. 좋은 작가로 성장하고, 작업으로 승부할 때 특혜 시비의 꼬리표도 자연스럽게 정리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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