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정순 중도낙마 민주당의 사과가 먼저다
정정순 중도낙마 민주당의 사과가 먼저다
  • 석재동 기자
  • 승인 2021.09.12 20: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데스크의 주장
석재동 부장(취재팀)
석재동 부장(취재팀)

 

더불어민주당 정정순 전 국회의원(청주 상당)이 지난 1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으로 중도낙마했다. 21대 국회 들어 첫 사례다.

그런데 정 전 의원이나 그를 공천했던 민주당 충북도당에선 그 흔한 유감표명조차 없다. 당선됐을 당시 각종 인터뷰에서 “상당구민 여러분의 따뜻한 애정과 성원도 잊지 않겠다”던 약속은 어디 갔는지 찾을길 없다.

반면, 국민의힘 충북도당은 오랜만에 신났다. 국민의힘은 당시 성명을 통해 “개탄을 금할 수 없다”며 “불법선거로 청주 상당의 자존심에 커다란 실망감과 깊은 상처를 주었지만, 그 누구 하나 용서를 구하거나 책임지는 곳 없다”고 민주당을 공격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재선거에 따른 비용은 시민의 혈세로 메워야 한다”며 “(민주당에)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도의라는 것이 남아 있다면 이번만큼은 반드시 석고대죄하고 책임을 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익숙한 모습이었다. 중앙이나 지역정가, 여야 누구라고 할 것 없이 상대의 실책엔 목소리를 높이고, 자신의 허물은 어물쩍 넘어가는게 우리네 정치권이지 아니한가.

국민의힘도 지난 2019년 박병진 전 충북도의원(영동1, 당시 자유한국당)의 중도낙마로 보궐선거를 야기한 바 있지만, 사과없이 공천했다.

시계를 거꾸로 돌려 1991년 지방자치제 부활 이후 중도낙마한 충북의 정치인은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 지방의원 등 약 30명에 달한다. 이들은 공직선거법 혹은 정치자금법 위반 등의 혐의로 법원문턱을 들락거리다 임기를 마치지 못하고 불명예 퇴진했다.

국회의원은 김종률(통합민주당, 증평·진천·음성·괴산), 송광호(새누리당, 제천·단양), 권석창(자유한국당, 제천·단양), 정정순 등 4명이다. 통합민주당은 민주당, 새누리·자유한국당은 국민의힘의 전신이다.

자치단체장 중에서는 모두 12명이 임기를 채우지 못했다. 대부분 거대양당 소속이었다.

그렇지만 여야 어느 곳도 유권자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한 정당은 없었다. 재·보궐선거를 야기했지만, 무공천으로 책임진 정당도 없다. 여야 모두 재·보궐선거에서 유권자들의 심판을 받겠다며 버젓이 후보를 냈다.

정 전 의원의 중도낙마에 따른 관심도 내년 3월 9일 대통령선거와 함께 치러질 청주 상당선거구 국회의원 재선거로 모아졌다. 마치 기다렸던 결과가 나오기라도 한듯 정치권이 바쁘다. 벌써 여야 후보군이 거론된다. 그러면서 충북지사선거와 청주시장선거에 미칠영향까지 분석이 나온다. 씁쓸하다. 이슈는 이슈로 덮으라 했던가. 요즘 여야 정치권은 대선 후보 경선으로 눈코 뜰새 없이 바쁘다. 정 전 의원의 낙마가 회자될 틈이 없다. 오로지 어느 후보가 앞서가고 있고, 또 다른 후보가 추격하고 있다는 소식만 전해질 뿐이다.

하지만 유권자는 안다.

낙마한 정 전 의원에게 공천을 준 정당이 민주당이라는 것과 국민의힘도 큰 차이가 없는 대동소이한 정당이라는 것을 말이다. 그 동안 거대양당은 나란히 어깨동무하고 정치혐오를 불러일으키는 안하무인의 정치를 해와 유권자들로부터 혁파돼야할 적폐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개인 간에도 책임질 일을 했으면 사과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해야 한다. 잘못한 주체가 내년 대선에서 정권재창출을 목표로 하는 여당이라면 두말할 나위 없다. 사과는 곧 새로운 출발선의 다른 이름이기도 하다. 정 전 의원과 민주당은 상당구 유권자와 도민들에게 사과하라.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