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의 숙명
변호사의 숙명
  • 노동영 변호사·법학박사
  • 승인 2021.09.09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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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영 변호사의 以法傳心

 

청주 오창 여중생 사망과 관련하여 성폭력의 가해자로 알려진 계부의 변호인이 충북교육청의 위원회 활동을 하는 것은 부적절하므로 위원직의 사임을 촉구하는 충북교원단체총연합회의 성명이 얼마 전 있었습니다. 이에 충북지방변호사회는 `모든 국민은 변호사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있다'는 성명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또, 살인자를 변호하기 위해 사선으로 선임되거나 국선으로 지정된 변호사에 대하여 “살인자를 왜 변호하느냐”며 비난하는 국민의 법감정도 익히 알고 있습니다.

이러한 국민의 법감정을 충분히 이해합니다. 변호사의 숙명을 설명하기 이전에, 형사 절차에서 인권보장의 개념이 범죄자 또는 피고인(기소 후 재판단계에서의 범죄자를 지칭)을 중심으로 발전되어 왔고, 정작 피해자는 주변인에 가까웠다고 볼 수 있습니다.

변호사법 제1조에서 정한 변호사의 사명은 `기본적 인권의 옹호'와 `사회정의의 실현'입니다. 변호사윤리규약에 따르면 사건의 내용이 사회 일반으로부터 비난을 받는다는 이유만으로 변호를 거절할 수 없고, 선별적 변론은 변호사의 징계사유에 해당합니다.

어느 누군가는 범죄자를 변호할 수밖에 없습니다. 변호인은 범죄자를 두둔하기 위해 존재하지 않습니다. 변호인은 수사 또는 재판의 과정에서 범죄자가 져야 할 책임이 범죄행위를 넘는 것을 방지하는 적법절차의 핵심입니다. 예를 들어, 범죄자가 강도만을 행한 것이 진실이라고 할 때 그 피해자가 범행 당일 사망함으로써 강도가 강도살인죄로 몰려 강도죄를 초과한 살인의 억울한 책임을 지는 것을 막는데 변호인의 존재 이유가 있는 것이고, 이는 변호사의 인권 옹호와 정의 실현이라는 책무를 다하는 것입니다.

다만, `사람이 죽었는데 살인자의 인권을 운운하는가', 또 `지나치게 피고인을 중심으로 형사사법(刑事司法)이 경도(傾倒)되어 온 것이 아닌가'라는 취지가 국민의 법감정이라면, 국가는 반성해야 합니다. 성폭력 피해자 국선변호인 제도 역시 한정되고, 피해자를 위한 정책이 충분하지 못한 현실에서 법무부가 추진하고 있는 형사공공변호인제도는 경도된 형사사법에 설상가상이 되는 셈입니다.

법감정과 정의관념이 반드시 일치할 수 없고, 여론이 주목되는 사건마다 진실규명과 사법판단에 국민의 법감정을 고려할 수 없지만, 사건을 바라보는 국민의 법감정은 국민의 주권적 의사이면서 앞서나가는 법감정은 시대의 흐름이 되어 때때로 정의관념이 가득한 새로운 법을 창조해 냅니다. 엄격히 금지되는 소급효(후일의 법으로 과거의 행위에 대해 불이익을 부여하는 것)를 예외적으로 허용하게 하여 친일재산을 국가로 귀속시키는 예가 그러합니다.

국민의 법감정과 국가의 정의관념을 실현하는 최전선에 변호사가 있음은 분명하지만, 사건에서 승소하면 당사자가 이길 사건을 의뢰한 덕분이고, 패소하면 변호사가 무능하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를 듣는 것도 변호사의 숙명입니다.

/변호사·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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