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시화복문(口是禍福門)
구시화복문(口是禍福門)
  • 박경전 원불교 청주상당교당 교무
  • 승인 2021.09.09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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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자의 목소리
박경전 원불교 청주상당교당 교무
박경전 원불교 청주상당교당 교무

 

`말은 입에서 태어나서 다른 이의 귀에서 죽는다.'라는 말이 있다. 맞는 말이기도 하고 틀린 말이기도 하다. 맞는 말이라 함은 우리가 내뱉는 말들의 대부분은 내 입에서 만들어져서 다른 사람의 귀에 도착하여 사라지고 마는 점이 그렇다. 틀린 말이라 함은 우리의 입에서 만들어진 말 중 어떤 것은 다른 사람의 귀에 도착하여 죽지 않고 그 사람의 마음에 남아서 영원히 살기도 하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의 귀에서 죽는 말들이 안타까울 수도 있다. 내 말이 다른 사람의 마음에 남아서 영원히 살아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내 말을 잘 들어주고 마음속에 잘 간직하여 주는 일은 감사한 일이다. 하지만 꼭 그렇게 생각해야 할 일은 아니다. 우리가 다른 사람에게 하는 말들을 잘 생각해 보자. 과연 그 말들이 그 사람의 마음속에 오랜 시간 살아남아야 할 말이 얼마나 있는가. 아무 의미 없이 내뱉는 말, 다른 사람을 상처 주는 말, 민망한 말, 실없는 말들이 그의 귀에서 죽지 않고 그의 마음에 남아 영원히 살아 있을 거라 생각해 본다면 정말 끔찍한 일이다.

끔찍한 일이지만 일상다반사(日常茶飯事)이기도 하다.

원불교의 2대 종법사이신 정산 송규 종사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구시화문(口是禍門)이라 하거니와 실은 구시화복문(口是禍福門)이니, 잘못 쓰면 입이 화문이지마는 잘 쓰면 얼마나 복문이 되는가.' (정산종사법이 제11 법훈편 39장)

사람의 귀를 통해 죽지 않고 마음에 남아 영원히 살게 되는 말들은 꼭 아무 의미 없이 내뱉는 말, 다른 사람을 상처 주는 말, 민망한 말, 실없는 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다른 사람의 기운을 북돋는 말, 위로하는 말, 따듯한 말, 마음에 각인되어 위기에서 늘 생각나고 도움을 주는 말, 다른 사람에게도 전해주고 싶은 말 등, 얼마든지 은혜로운 말들이 많이 있다.

많다고 해서 쉬운 일은 아니다. 원불교의 교조이신 소태산 대종사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한 제자 급히 밥을 먹으며 자주 말을 하는지라, 대종사 말씀하시기를 `사람이 밥 하나 먹고 말 한마디 하는 데에도 공부가 있나니, 만일 너무 급히 먹거나 과식을 하면 병이 따라 들기 쉽고, 아니 할 말을 하거나 정도에 벗어난 말을 하면 재앙이 따라붙기 쉬운지라, 밥 하나 먹고 말 한마디 하는 것을 작은 일이라 하여 어찌 방심하리오. 그러므로 공부하는 사람은 무슨 일을 당하든지 공부할 기회가 이르렀다 하여 그 일 그 일을 잘 처리하는 것으로 재미를 삼나니 그대도 이 공부에 뜻을 두라.'(대종경 제3 수행품 32장)

말 한마디를 할 때에도 공부로써 하라는 말씀이다. 원불교인은 `공부 삼아'라는 말을 자주 쓴다. 공부는 그냥 되어지는 자연스러운 일이 아니다. 의지를 갖고 일부러 하는 것이 공부이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마음공부도 마찬가지다. 그냥 되어진다면 공부라는 말을 쓸 필요가 없다. 그냥 되어지지 않기 때문에 공부로써 하는 것이다. 의지를 갖고 집중을 하며 일부러 하는 것이다. 말 한마디를 할 때에도 의지를 갖고 집중을 하며 일부러 긍정적이고 좋은 말을 선택해서 하는 것이다. 그 말이 그 사람의 귀에 가서 그냥 죽지 않고 마음으로 흘러가 영원히 남을 수 있는 말을 일부러 하는 것이다. 그러면 그 말은 복을 불러오는 말이 된다.

생각해 보라. 세상의 모든 재앙은 말 한마디에서부터 시작된 것이다. 세상의 평화, 나의 복락도 말 한마디에서부터 시작된다. 구시화복문(口是禍福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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