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 You Hear The People Sing?
Do You Hear The People Sing?
  • 강석범 충북예술고 교감
  • 승인 2021.09.08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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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산책
강석범 충북예술고 교감
강석범 충북예술고 교감

 

빨강, 주황, 노랑, 하늘, 파랑의 각 무리가 나란히 열을 맞춰 비장한 몸짓과 눈빛으로 한곳을 응시하고 있다. 잠시 침묵이 흐른 뒤, 무리의 눈길 끝 지점에 가만히 서 있던 자그만 체구의 여성이 두 손을 번쩍 치켜드는가 싶더니 그녀의 오른손이 허공을 가른다. 동시에 웅장하고 장엄한 북소리와 함께 무리는 가슴을 곧게 펴고 제자리에서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며 묵직한 목소리를 내던집니다. `너는 듣고 있는가? 분노한 민중의 노래. 다시는 노예처럼 살 수 없다 외치는 소리. 심장박동 요동쳐 북소리 되어 울리네! 내일이 열려 밝은 아침이 오리라~'

프랑스 혁명의 역사를 고스란히 담은 빅토르위고의 소설 `레 미제라블'뮤지컬에 나오는 웅장한 합창곡입니다. 간단하게 말할 때는 People`s Song이라고 불리기도 하며, 같은 맥락에서 한국어로는 `민중의 노래'또는 `민중의 소리'라고도 합니다. 가슴이 벅차오르는 멜로디와 가사 때문에 많은 이들이 찾는 합창곡이기도 하고 여러모로 깊은 여운을 남겨 곡을 듣거나 직접 참여한 사람들은 한동안 이 곡을 자기도 모르게 흥얼거리게 됩니다.

`레 미제라블'은 19세기 초의 프랑스 사회현상을 그대로 나타내고 있고, 신분제에 갇혀 가난한 삶을 고통스럽게 살아갈 수밖에 없었던 수많은 사람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따라서 가사 자체가 도전적일 뿐만 아니라 음악도 웅장하고 진취적이어서 자신도 모르게 음악의 상황 속으로 빠져들게 되는, 마치 마법에 빠져드는 느낌마저 드는 곡입니다.

앞에서 말한 빨강, 주황, 노랑, 하늘, 파랑 각각의 무리는 충청북도교육청 교육사랑합창단원들입니다. 지난해부터 이어온 코로나19로 인해 연습곡들을 제대로 발표하지 못하고 해를 넘긴 현실은, 오히려 농익은 연습량으로 올해 정기연주회 무대에 멋지게 올리게 되었습니다. 특히 발표곡 중 `Do you hear The people Sing?'은 내게 가슴 뭉클하게 다가오는 곡입니다. 코로나로 인해 마스크를 쓰고 하는 합창 연습실 풍경은 낯설기도 하지만, 덕분에 눈 맞춤만으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입니다. 두 눈을 부릅뜨고 웅장한 소리를 낼 때마다 들썩이는 마스크는 정말 불편하기 짝이 없습니다. 노래 도중 살짝 내려가는 마스크 덕에 가끔 콧바람으로 숨을 들이쉴 때는 잠깐이나마 행복하기도 합니다. 단원중에는 임신부 여선생님도 계십니다. 살짝 끌어안은 배를 내밀어 한발 한발 앞으로 나가며 `너는 듣고 있는가?'를 진지하게 외치는 모습에서는 마치 전쟁터에 나서는듯한 전의가 불타오릅니다. 합창 도중 분위기에 맞춰 붉은 스카프를 손에 들고 절도있게 흔드는 모습은 마치 영화 속 `레 미제라블'의 한 장면으로 옮겨 놓아도 전혀 손색이 없어 보입니다.

사실 나도 합창단원입니다. 바쁘다는 핑계로 연습이 충분치 않아 공연 전체를 소화하지 못하고 일부 무대만 오릅니다. 대신 한쪽 구석에 앉아 공연 연습 장면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며 혼자 스케치하듯 이런저런 장면들은 눈으로 담아봅니다. 직접 단원 속에서 느끼지 못했던 또 다른 재미랄까?

암튼 연습 과정에서 보이는 여러 장면이 흥미롭게 다가옵니다. 지휘자가 온 힘을 기울여 온몸으로 울리는 몸의 언어는 감동 그 자체랍니다. 코로나로 많은 관객을 모시지 못하고 우리만의 잔치로 끝날 수 있지만, 교사로서 열정과 음악인으로의 열정을 마스크 너머로 힘차게 던져봅니다. `심장박동 요동쳐 북소리 되어 울리네! 내일이 열려 밝은 아침이 오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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