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꿈꿀 수 있을까
미래를 꿈꿀 수 있을까
  • 김금란 기자
  • 승인 2021.09.08 19:5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충청논단
김금란 부국장
김금란 부국장

 

먹고사는 것만큼 중요한 게 있을까.

코로나19 탓에 그 중요한 먹고사는 일을 걱정하고 있다.

벌써 1년 9개월째다.

보릿고개 시절도 아닌데 내일이 오는 것을 두려워한다.

희망이 있어야 기대도 할 텐데 기대가 없으니 속 편하다.

한국직업능력연구원이 최근 공개한 KRIVET 이슈 브리프 `COVID-19 팬데믹과 2020 초·중등 진로교육 현황'연구 자료에 따르면 2020년도 활동 중심의 진로교육인 진로체험, 진로상담, 창업체험 비율이 2019년에 비해 많이 감소했다.

초·중·고 1200교의 학생, 학부모, 교원 총 4만208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 초등학교의 경우 수업 중 진로 탐색하기 참여율은 2019년 90.3%에서 2020년 84.0%로 줄었다. 진로체험 참여율은 80.6%에서 65.5%, 진로상담 비율은 54.5%에서 36.7%로 급감했다.

대면이 어렵다 보니 디지털 기기 사용이 익숙한 학생들은 진로 정보도 온라인 매체를 통해 얻는다. 이런 사정으로 중학교의 경우 담임교사로부터 진로정보를 습득하는 비율이 2019년 36.1%에서 지난해 24.4%로 감소한 반면 인터넷 동영상을 활용하는 비율은 19.0%에서 26.9%로 증가했다. 세상이 변했으니 정보 습득 방식도 바뀌는 것은 당연하다.

문제는 학생의 진로개발역량과 만족도가 하락했다는 점이다.

자기이해와 사회성, 직업 이해, 진로탐색, 진로설계와 준비도를 전반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진로개발역량 점수를 보면 초등학생은 4.21점→4.00점, 중학생은 4.02→3.87점, 고등학생은 3.89점→3.76점으로 모두 하락했다.

대학 캠퍼스도 다를 게 없다.

언제부턴가 청년들의 대학 생활이 길어졌다.

휴학과 유예 등의 이유로 2년에서 4년까지 주어진 대학 교육기간이 사라진 지 오래다.

대학 5학년, 6학년은 일상화됐다. 물론 고용불안이 만들어낸 결과다.

통계청이 지난 7월 발표한 `2020년 5월 경제활동인구조사 청년층 부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대학을 졸업한 청년은 입학부터 졸업까지 평균 4년 3개월의 시간이 걸렸다. 2010년 조사에서는 평균 4년이 소요됐다.

졸업생의 절반이 휴학을 선택하는 가장 큰 이유는 스펙 쌓기와 인턴십 등 취업 준비 때문이다. 졸업생 중 휴학을 경험한 학생은 47%다.

내년 치러질 대통령 선거 후보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청년 공약을 쏟아낸다. 19~29세 청년 대상 연간 100만원도 주고, 군 장병 사회출발자금으로 3000만원도 준단다. 만 20세가 되면 1억 원을 주는 미래씨앗통장 제도도 도입하겠다는 데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인가.

대선 주자들이 발표한 공약으로 청년들은 행복할까?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코로나19 국민정신건강 실태조사 결과 2020년 12월 연령별 우울감 점수를 보면 19~29세 청년이 6.36점으로 가장 높았다. 반면 60세 이상이 4.48점으로 가장 낮았다. 세부 항목을 보면 희망이 없다고 느낀다는 점수는 0.88점, 실패자로 느끼는 점수는 0.61점으로 조사 연령대 가운데 가장 높았다.

최근 유튜브 채널을 통해 월 300만원을 버는 20대 청년이 1억원이 넘는 수입차를 타는 카푸어 사연이 알려지면서 화제가 됐다.

그는 차량 대여료, 주유비, 보험료 등 매달 200만원을 차량 유지비로 지출한다. 미래에 대한 준비를 생각 안 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그는 “집 같은 건 엄두도 못 내고 현실에서 무리해서라도 조금 덜 먹고 아껴서 차를 사자는 마인드”라고 밝혔다.

국민의 미래를 책임져야 할 대선주자들은 오늘만 살 것처럼 물고 뜯는 데 혈안이 돼 있다. 이런 현실에서 청소년과 청년이 미래를 꿈꾸는 게 더 이상한 일 아닌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