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리 밭
개구리 밭
  • 김경순 수필가
  • 승인 2021.09.07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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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문앞에서
김경순 수필가
김경순 수필가

 

언제 저리도 많아졌을까. 각양각색이다.

어떤 놈은 검은빛이 많은가 하면 어떤 놈은 초록빛이 많이 섞여있다. 생김새도 배가 퉁퉁하니 한 덩치 하는 놈이 있는가 하면 갸름한 얼굴에 날렵한 몸을 가진 놈도 있다.

지난봄 때만 해도 두, 세 마리가 가끔씩 눈에 띠었다. 그런데 얼마 전 우리집 작은 연못을 유심히 들여다보다 꽤 많은 개구리를 발견했다. 연못 가운데에는 부들이 작년까지만 해도 무성하게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런데 올해는 부들이 몇 포기만 간신히 살아남아 엉뚱한 곳에 자리를 잡았다. 그러다보니 부들이 자랐던 곳은 뿌리가 엉켜 단단한 둔덕이 되었다. 둔덕이 된 그곳에는 평소에도 네, 다섯 마리의 개구리들이 눈에 띠었다.

사실 작년까지만 해도 금붕어와 민물붕어들이 연못을 지켰다. 하지만 유난히도 추었던 작년 겨울을 나지 못하고 모두 죽어버렸다. 붕어들이 사라진 자리를 개구리들이 채워가는 모양새다.

그동안 드문드문 보이던 개구리들이 여름이 지나가면서 갑자기 개체수를 늘리기 시작했다. 올 장마 때도 개구리 소리는 많이 듣지를 못했다.

어디서 소식을 듣고 온 것인지, 아니면 우리 연못에서 태어난 녀석들인지 알 수가 없다. 노랑어리연 사이로 머리를 내밀고 있는 녀석들은 어림잡아도 열두어 마리는 되고도 남는다. 부들의 둔덕에도 네, 다섯 마리, 마치 개구리 밭처럼 보였다.

`각머구리 끓듯 한다.'라는 말이 있다. 개구리 소리가 얼마나 시끄러우면 이런 속담이 생겨났을까. 개구리들이 밤이나 비오는 날 시끄럽게 우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피부로도 호흡하는 개구리는 밤이나 비가 오는 날이면 피부가 촉촉해지고 그만큼 호흡하기도 좋으니 기분이 좋아진다고 한다. 그래서 개구리들이 그때 신나게 우는 것이다. 이쯤 되면 개구리들이야말로 기분파라고 불러도 되지 않을까.

하지만 요즘처럼 환경 파괴가 심각한 세상에서는 개구리 소리도 그립기만 하다.

여름날, 비가 오는 날이면 울어대던 개구리 소리는 자장가인 듯 정겹기만 하다. 그도 이제는 밤이면 제법 찬바람이 불어서 인지 비오는 날인데도 울음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어느새 추석도 코앞이다. 올 명절은 또 어떤 수많은 울음이 들릴까. 가족들이 모이는 명절, 당연히 행복해야 하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이 많다.

물론 예전에 비해 집안마다 허례허식을 많이 줄여가고 있다고 한다. 그럼에도 여전히 여자들의 희생을 강요하는 집안도 심심찮게 보인다.

명절만 지나면 이혼을 하는 부부, 형제간에 일어나는 재산 다툼 등도 명절 때마다 올라오는 단골 신문기사들이다.

비오는 날, 개구리가 떼를 지어 신나게 노래를 부르듯, 우리도 이번 추석에는 행복한 노래가 담을 넘어 온 동네가 시끄럽도록 들렸으면 좋겠다. 그나저나 아까 보았던 개구리들은 왜 그리 많이 모였을까?

아마도 겨울을 나기 위한 긴급회의를 하는 중이었을까?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귀를 쫑긋 세워 보지만, 들리는 건 요란하게 창을 두드리는 가을비 소리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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