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상생 … 마음까지 초록샤워
자연과 상생 … 마음까지 초록샤워
  • 권혁두 기자
  • 승인 2021.09.06 17: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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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16주년 기획 / 이곳이 코로나 힐링지
옥천군 화인산림욕장
정홍용 대표, 47년째 가꾼 숲 2013년부터 일반에 개방
50만㎡ 임야에 메타세쿼이아·참나무 등 10만그루 빼곡
군 `옥자10 시리즈'에도 이름 올려 … 인근 정지용 생가도

 

메타세쿼이아는 신장 30m가 넘는 훤칠한 외모와 힘차게 내뿜는 진한 피톤치드를 자랑하는 나무다.

가로수길과 공원, 인공숲을 장식하는 나무로 가히 독보적 인기를 누린다. 그러나 충북에서 메타세쿼이아 군락지를 만나기란 쉽지 않다. 그 허기를 달랠만 한 곳이 옥천의 `화인산림욕장'이다.

화인산림욕장은 옥천군에서 가장 작은 면인 안남면 화학리에 자리잡고 있다. 총 50만㎡ 임야에 메타세쿼이아, 소나무, 참나무, 편백 등 10만여 그루가 빽빽하게 자라고 있지만, 이곳의 압권은 역시 메타세쿼이아숲이다.

 

입구를 통과해 만나게 되는 첫 길목을 1만그루에 달하는 메타세쿼이아들이 장악하고 있다.

높이 30m 이상의 메타세쿼이아들이 고개를 꼿꼿이 세우고 우아한 자태를 뽐내며 하늘을 가리고 있다. 한여름에도 숲 그늘이 만들어 낸 시원함에 등골이 오싹해진다. 울창하게 들어선 나무들이 갓 뿜어낸 신선한 산소와 피톤치드로 샤워하는 느낌이 든다. 국내 최대 메타세쿼이아 숲으로 알려졌지만 확인하기는 어렵다.

이 산림욕장은 경사가 급하지 않은 순환코스로 이뤄져 천천히 걸으며 삼림욕을 즐길 수 있다. 출발점에서 오르막길 1400m, 내리막길 2500m 등 왕복 4㎞를 느린 듯 걸으면 세상의 시름이 내려앉는다. 쉬엄쉬엄 걷더라도 왕복 2시간이면 족하다. 메타세쿼이아와 편백나무가 진을 친 초입을 지나 정상으로 오르면 벚나무와 참나무, 리기다소나무 등의 군락을 만나게 된다. 눈에 익숙한 나무들이지만 촘촘하게 정돈돼 각종 화초와 조화를 이룬 모습들은 색다른 매력으로 다가온다. 수목 사이에서 굳굳하게 자라는 이름 모를 야생화들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입구에서 500m 정도 올라가면 올라가고 내려오는 길이 갈린다. 올라가는 도중에 포기하는 노약자들을 위해서 평탄한 길로 바로 내려갈 수 있는 90m 구간의 비상연결로도 만들어 놓았다. 정상 부근에 다다르면 나무에 매달린 황동종이 반환점에 도달했음을 알린다. 정상에 오르면 주변의 아름다운 풍광이 내려다보기를 기다린다.

 

계절마다 독특한 매력을 과시하지만 이 산림욕장의 백미는 가을 풍경이라고 한다. 황금색으로 물든 메타세쿼이아 낙엽이 눈처럼 총총 떨어지는 장면이 일품으로 꼽힌다. 옥천군이 관광정책의 하나로 지역 명소를 알리기 위해 추진하는 `옥자10 시리즈'에도 `옥천가서 보자' 명단에 정지용 시인 생가, 금강유원지 등과 함께 이름을 올렸다. 계단이 없어 산악자전거 코스로도 인기가 많다. 반려견과 함께 입장할 수도 있다.

산림욕장의 이름인 `화인(和人)'은 사람에게 평화를 선사하고 자연과 상생하고 조화하는 지혜를 깨우치도록 한다는 의미를 담고있다. 발음이 같은 영어 `Fine'과도 통한다. 이곳에서 47년째 나무를 심고 가꿔온 정홍용 대표(78)의 숲 철학이 담긴 명패다.

홍 대표는 이곳 화학리가 고향이다. 일본에 유학했고 귀국해서는 목재를 수입하는 무역업에 종사하며 나무와 친해졌다. 일본에서 공부할 때 그곳의 울창한 산림에 반했던 기억도 그를 고향의 숲으로 인도했다. 임야를 구입하고 처음에는 주말에 찾아와 소일 삼아 나무를 심다가 나무가 자라 숲을 이루는 오묘한 과정에 매료된 후 본업이 됐다.

처음에 3만 그루를 심은 메타세쿼이아는 간벌을 거쳐 1만 그루 정도가 남았지만, 모두 풍채 좋은 아름드리로 자라 화인산림욕장의 랜드마크가 됐다. 지난 2013년 옥천군청의 요청을 받아 산림을 일반에 개방했다. 그러다가 지난 3월부터는 성인 3000원의 입장료를 받고있다. 방문객을 위한 편의시설 등 최소한의 관리비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산림욕장 순환코스에는 총 6곳의 쉼터가 조성돼 있는 데, 앉기 편하게 생긴 바위들이 방문객을 맞는다. 유해성분이 있는 가공목재를 사용하지 않겠다는 주인의 고집이 확인되는 곳이다.

이곳에는 목재로 된 계단도 의자도 찾아볼 수 없다. 방부 처리된 목재는 사람과 수목의 건강을 우선하는 산림욕장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게 정 대표의 지론이다. 화인산림욕장이 충북도민을 힐링하는 휴식처로 뿌리내려 그의 오랜 열정이 보답 받기를 기대해 본다.

/옥천 권혁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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