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원들의 준엄한 명령
민주당원들의 준엄한 명령
  • 권혁두 기자
  • 승인 2021.09.05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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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권혁두 국장
권혁두 국장

 

예상 밖의 결과였다. 어제와 그제 충청권과 세종시에서 치러진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경선투표에서 이재명 경기지사가 압승을 거뒀다. 종합 득표율 54.72%로 2위인 이낙연 전 대표(28.19)를 거의 더블 스코어 차로 이겼다. 본인도 “약간 우세한 정도로 예상했는데”라며 얼떨떨해 한 결과였다. 사실상 권리당원과 대의원들의 투표였다.

당내 기반이 우세하고 친문의 지지를 받는 이 전 대표에게 유리한 구도다. 더욱이 충청권은 국회의원들이 이 전 대표 쪽으로 기울어 이 지사의 고전이 예측됐던 지역이다. 이 전 대표로서는 이기지는 못하더라도 박빙의 결과를 거둬 추격의 발판을 구축하고 지지층을 결집해야 할 중요한 승부처 였다. 그러나 매몰찬 결과를 받아들어야 했다.

충청의 결과만 놓고 전체 판세를 예단할 수는 없다. 이 전 대표가 자신의 안방인 호남에서 반등의 기회를 잡을 수 도 있다. 그러나 불리한 여건에서 거둔 이 지사의 압승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우선 대선 때마다 승부를 결정짓는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해온 충청의 선택이었다는 점이 심상찮다. 이 지사는 네 곳 모두에서 고른 득표율로 승리했다. 그가 친문 성향의 권리당원 투표에서 55%가 넘는 득표를 한 대목도 주목할 만 하다.

정권 재창출에 위기감을 느낀 당원들이 무조건 이기는 선거가 돼야한다는 절박감을 표출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본선에서 승리할 확률이 높은 후보를 밀어주자는 전략적 선택을 했다는 얘기다. 도덕성 논쟁에 주력해온 이 전 대표의 작전이 먹히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사실 이 전 대표가 물고 늘어진 이 지사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은 그보다 더한 여권의 도덕적 추락에 단련된 당원들에게 약발을 발휘할 수도 없었다.

민주당이 경선투표에 돌입하며 대선 일정을 순조롭게 시작한 반면 국민의힘은 지금 총체적 난국에서 허우적대고 있다. 당내 1위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검찰의 고발 사주 논란에 휩싸여 있다. 그는 검찰이 지난 총선을 앞두고 당시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에 여권 유력인사들에 대한 고발을 청탁했는 데, 당시 검찰의 수장이던 윤 전 총장의 재가 없이 이뤄졌겠느냐는 의혹에 직면해 있다. 사실이라면 후보를 사퇴해야 할 치명상이 될 사안이다.

역선택 방지조항을 여론조사에 반영하느냐 마느냐를 놓고 벌어진 후보간 대립도 심각하다. 어제는 사분오열된 후보들에 끌려다니던 정홍원 선관위원장이 사의를 표했다가 철회하는 일도 벌어졌다. 이준석 당대표는 느닷없이 불거진 부친의 제주도 땅투기 의혹에 휘말렸다. 이런 외우내환 속에서 경선 일정이 정상적으로 진행될 지조차 의심스럽다.

민주당의 충청권 순회경선에서 드러난 당심과 민심에선 이기는 싸움을 해야한다는 목표의식이 선명하다. 정권 재창출이라는 대의를 위해 정파적 욕구는 접겠다는 의지도 확연하다. 네거티브는 용납하지 않겠다는 경고도 재확인 됐다.

국민의힘 지지자들이라고 크게 다를 리 없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충청권 경선투표를 통해 유권자들이 내린 준엄한 명령을 올바로 읽어야 한다. 남의 집 사정일 뿐이라고 경시할 일이 아니다. 대선 승리에 가장 적합한 후보를 뽑아야 하고, 경선 과정과 절차도 그 기준에 부합해야 한다는 당원들의 목소리에 충실하라는 얘기다. 후보들도 제살 깎아먹는 진흙탕 싸움을 더 이상 관용하지 않겠다는 경고를 깊이 새겨야 한다. 당에 도움이 되지않을 무모한 도전을 하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를 돌아봐야 할 후보들도 적지않다.

국민의힘이 지금의 난국을 수습하고 전열을 가다듬을 유일한 길은 당원과 유권자의 냉철하고 현명한 판단을 듣고 실천하는 것이다. 국민의힘이 걱정돼서 하는 말이 아니다. 선거다운 선거를 보고싶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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