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참 자기로 살고 있나요
당신은 참 자기로 살고 있나요
  • 신은진 한국독서심리상담학회 회장
  • 승인 2021.09.02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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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그릇에 담긴 우리 이야기
신은진 한국독서심리상담학회 회장
신은진 한국독서심리상담학회 회장

 

강의나 상담 중에 질문을 자주 받는다. 오늘 받은 질문은 자기주장이 강한 일곱 살 손자에게 어떻게 개입하면 좋을지에 대한 것이었다. 질문자는 고분고분하게 양육자의 말을 잘 듣도록 하기 위한 솔루션을 기대하는 것 같은데, 나는 대상을 있는 그대로 보아주는 좋은 대상으로, 환경으로 있어 주는 것은 어떨지 되물었다.

그림책 `100만 번 산 고양이(사노 요코)'는 그림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매우 유명하다. 100만 년이나 죽지 않은 얼룩 고양이의 이야기인데, 이 고양이는 100만 번이나 살고 100만 번이나 죽는 과정에서 100만 명의 사람을 만난다. 그 사람들은 고양이를 귀여워했고 고양이가 죽었을 때 진심으로 울었다. 대체로 고양이의 삶은 멋져 보인다. 한때는 임금님의 고양이로, 한때는 뱃사공의 고양이로, 한때는 마술사의 고양이로, 한때는 도둑의 고양이로, 한때는 할머니의 고양이로, 한때는 여자아이의 고양이로 많은 경험과 능력과 역할을 가졌었다. 얼룩 고양이는 누구의 고양이가 아닌 자기로 살고 난 후에 다시 태어나지 않았다.

고양이는 언제나 고양이었지만 자기로 존재하지 않았다. 그래서 고양이는 다시 태어났나 보다. 고양이는 누구의 고양이도 아닌 도둑 고양이었을 때 자기를 무척 좋아했다. 하얀 고양이를 만나기 전까지 100만 번이나 죽어본 고양이에게 새로운 것은 없었다. 하얀 고양이는 얼룩 고양이가 100만 번 살았다는 이야기에도, 서커스단에서 배운 공중돌기를 보여줘도 반응이 없다. 너의 곁에 있고 싶다고 진짜 마음을 말했을 때 둘은 함께 할 수 있었다. 둘은 귀여운 새끼 고양이를 많이 낳았고 얼룩 고양이는 자신보다 하얀 고양이와 새끼 고양이를 더 좋아했다. 새끼 고양이들은 자라서 도둑고양이가 되어 뿔뿔이 흩어진다. 그리고 할머니가 된 하얀 고양이는 고양이 곁에서 조용히 움직임을 멈춘다. 고양이는 백만 번이나 울었고 하얀 고양이 곁에서 조용히 움직임을 멈춘 후 두 번 다시 살아나지 않았다.

조용히 움직임을 멈추고 되살아나지 않았다는 이야기의 끝이 숭고하면서도 편안한 안식을 준다. 누군가의 나가 아닌, 참 나로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고양이의 이야기는 `나'로 산다는 것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인간은 참 자기로 살며 만족할 수 있을 때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게 된다. 내가 나를 사랑하고 믿을 때 의욕과 희망이 생기고, 창조적인 삶을 살 수 있게 된다. 얼룩 고양이는 하얀 고양이를 만났을 때 자신의 마음이 무엇을 원하는지 몰라 자신이 가진 능력을 보여주었다. 오랫동안 거짓 자기로 살아온 사람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기 어렵다.

정신분석가인 도널드 위니캇은 참 자기의 개념을 자발적인 진정한 경험, 살아있다는 느낌이라고 설명한다. 고양이가 하얀 고양이를 만났을 때 경험하는 생생한 자기 감각은 함께 있고 싶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을 표현한다는 것은 자기를 믿고 나로 존재하는 것이다. 누군가와 함께할 수 있다는 것은 결국 내가 나로 있을 때 가능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내담자에게 들은 윤회에 대한 이야기가 오래도록 마음에 남아 있다. 불교에 대해 전혀 모르는 나에게 자신의 삶이 영원히 윤회에서 벗어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윤회한다는 것은 고통이므로 영원히 윤회에서 벗어나기를 원한다는 것이다. 참 자기로 싶은 마음의 이야기다. 우리는 고양이처럼 100만 번을 살고 100만 번을 죽을 수 없다.

관계 안에 사는 인간에게 거짓 자기는 사회적 얼굴로 나를 보호하기도 하고 나를 성장시키기도 한다. 그래서 진짜 자기의 실현을 위해 어느 정도의 거짓 자기는 필요하다. 하지만, 참자기의 멸절을 피하기 위한 최후의 선택이 자살이라는 이야기가 말해주듯 거짓 자기에 함몰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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