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자녀를 지키는 기후위기 사용설명서
내 자녀를 지키는 기후위기 사용설명서
  • 염창열 충북도 기후대기과 주무관
  • 승인 2021.09.02 19: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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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염창열 충북도 기후대기과 주무관
염창열 충북도 기후대기과 주무관

 

“아빠가 온실가스로부터 지구를 지켜요?”

퇴근하고 집에 들어서자마자 네 살배기 우리 아이가 인사말 대신 대뜸 건넨 말이다. 그 연유를 살펴보니, 요즈음 들어 부쩍 퇴근 시간이 늦어지는 아빠를 기다리던 아이의 보챔을 달래고자 아내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건넨 말이 발단이었다. 말문이 트이다 못해 수다쟁이가 된 아이가 이윽고 던진 질문에 한동안 말없이 안아줄 수밖에 없었다. “그럼 아빠! 나는 누가 지켜줘요?”



◇기후 위기, 지구 히팅을 초래한 사소한 것들

국제사회에서는 `기후변화(climate change)'대신 `기후위기(climate crisis)'라는 용어를 사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2019년 5월 `기후변화'라는 용어 대신 `기후 비상사태(emergency), `기후 위기', `기후 실패(break down)'등을 사용하겠다고 선언을 했다.

그뿐만 아니라 `지구온난화(global warming)'도 다른 표현으로 대체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warming'은 지구가 천천히 데워지고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그 심각성에 대한 반영이 덜하므로 `heating(뜨거워지다)'을 사용하여 뜨겁게 끓어오르고 있다는 긴박감과 절박감을 반영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일회용품을 사용하고, 몇 번 입지도 않은 멀쩡한 옷을 버린다. 여름에는 겨울만큼 냉방기를 사용하고 겨울에는 여름만큼 난방기를 사용하는 등 기후 위기를 살아가고 있는 지금 우리의 모습은 누구나 비슷할 것이다. 조금이라도 편리해지기 위해 욕망을 부추기는 과잉 소비가 결국엔 지금 기후 위기를 자초한 우리의 슬픈 자화상이다.



◇기후 위기에 대한 행동은 우리 생존의 문제

인도의 기후학자이자 미국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 대학 교수로 재직 중인 비라브하단 라마나단 박사는 최근 BBC와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무슨 수를 쓰더라도 2030년까지는 지구의 연평균 온도가 1.5도 오를 것”이라고 예측했다. “2040년까지 지구온난화는 계속되다가 그 이후에 전 지구적 규모의 기후 행동에 따라 온도가 떨어지기 시작할 것”이라면서 “지금부터라도 행동한다면 2040년 이후부터는 기온이 떨어지기 시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탄소중립이라는 거대한 담론을 개인 몇 명이 실현할 수는 없다. 산업, 수송, 건물, 농축산, 폐기물 등 사회 전 분야에 대한 대대적인 개선 등 각계각층의 참여와 노력이 절실하다.

발등에 불이 떨어졌지만 그렇다고 너무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지구 연평균 온도 1.5'라는 저지선이 정해져 있지만 달성하기 어렵지 않을까 섣불리 포기할 필요는 없다.

그렇다면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온실가스가 뭔지 탄소중립이 뭔지 전문 용어에 대한 이해와 별도 학습이 없어도 쉽게 찾아 동참할 수 있다.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고 꼭 필요한 옷만 사서 최대한 오래 입자, 냉난방기에 의존하기보단 각자의 체력이 인내할 수 있는 수준까지 최대한 버텨보자. 나뿐만이 아닌 우리가 모두 이 불편함을 당연함으로 생각한다면 온실가스로부터 우리 아이를 지켜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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