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2차 접종을 마치고
백신 2차 접종을 마치고
  • 김기원 시인·편집위원
  • 승인 2021.09.01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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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원의 목요편지
김기원 시인·편집위원
김기원 시인·편집위원

 

가을을 재촉하는 비가 부슬부슬 내리던 날 동네 의원에서 코로나(COVID-19) 예방백신 2차 접종을 했습니다.

그게 뭐 대수라고 호들갑이냐고요. 민망하지만 제겐 고뇌에 찬 결단이었거든요.

가슴 조이고 숨쉬기 힘든 협심증이란 기저질환과 20년째 동거 중인데 접종 열흘 전에 그 녀석이 불쑥 나타나서 혀 밑에 뿌리는 응급약을 투여하고서 가까스로 진정을 했거든요.

아들 며느리의 만류도 있었던 터라 내심 불안감을 안고 접종했는데 예후가 좋으니 얼씨구 지화자입니다.

팔이 좀 뻐근한 거와 당일 밤 미열로 잠을 설친 거 외에는 일상에 별다른 불편이나 지장이 없으니 기우였고 호사였습니다.

집단면역에 일조한다는 뿌듯함까지 덤으로 받았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화이자 백신으로 교차접종 해줄 것을 요청했음에도 1차 때와 똑같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은 건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접종을 마친 이들도 감염되는 이른바 돌파감염이 횡횡하는 판국이라 더더욱 그렇습니다.

교차접종이 면역효과가 크다면 그리함이 마땅하거늘 접종자의 요청도 묵살하는 당국의 대처는 비난받을만합니다.

아무튼 백신을 두고 말들이 많은데 압축하면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백신도입시기와 물량확보에 대한 정부의 초기대응 실패입니다.

방역만 잘하면 크게 문제될 것 없다며 정부와 여당이 K방역을 전가의 보도처럼 우려먹다가 낭패를 당했기 때문입니다.

방역을 잘했다고 지난 국회의원선거에서 여당에게 180석이란 절대다수 의석을 주었는데 백신도입의 타이밍을 놓치고 백신을 구걸하는 지경에 이르렀으니 오호통재입니다.

다른 하나는 백신 접종의 불평등과 선택의 부자유입니다.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누구는 일찍 맞고 누구는 늦게 맞고 또 누구는 싼 것 맞고 누구는 비싼 것 맞습니다.

백신의 종류도 많고 백신의 효과도 제각각인데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교차접종이 그런 아쉬움을 달랠 수 있는 기회인데 이마저 여의치 않습니다.

모두가 정부의 안이한 초기대응이 부른 참화입니다.

그러니 지금부터라도 백신접종 대상자들이 자신이 선호하는 백신을 자신이 원하는 일시에 접종할 수 있도록 조치해야 합니다.

사지나 다름없는 곳에서 감염여부 검사하랴, 예방백신 접종하랴, 감염자 치료하랴 분투하는 방역요원과 의료진들을 생각하면 고마움과 미안함에 눈시울이 뜨거워집니다.

덕분에 백신접종률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어 고무적입니다.

특히 대한민국의 의료진들의 우수성과 헌신성 그리고 의료현장에서 쓰임 받기 시작한 국산 코로나치료제가 입증하듯 바이오분야 연구진과 제약회사들의 발 빠른 대처에서 희망을 봅니다.

문제는 안정적인 백신주권 확보입니다.

모더나 백신 공급차질 사태가 웅변하듯 정부가 웃돈을 얹어주고 읍소해도 사지 못하는 게 작금의 백신시장입니다.

그러므로 메이드인코리아 백신을 개발하여 상용화해야 합니다.

정부와 학계와 제약회사들이 힘을 합치면 그러고도 남을 대한민국입니다.

위드코로나(With Corona) 시대는 백신주권이 국력이고 안보이니 기필코 그리해야 합니다.

각설하고 기저질환이 있는 저도 백신 맞았습니다.

그러고도 별 탈 없이 잘 지내고 있습니다. 아니 홀가분합니다.

하여 아직도 이런저런 연유로 백신접종을 주저하거나 망설이는 분들에게 감히 권합니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무조건 맞으라고. 하루라도 먼저 맞는 게 잘하는 것이라고. 자신뿐만 아니라 가족과 공동체 모두에게 유익하다고 말입니다.

집단면역 형성과 일상의 자유 회복 주체는 바로 자신이고 우리라는 걸 상기하며.

/시인·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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