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학, 공부 그리고 행복
개학, 공부 그리고 행복
  • 김진균 청주 봉명중교장
  • 승인 2021.08.31 19: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타임즈 포럼
김진균 청주 봉명중교장
김진균 청주 봉명중교장

 

이제 2학기 개학이다. 학생들은 잠시 내려 놓았던 공부를 다시 부여잡아야 한다. 흐트러졌던 생활 습관도 고쳐 세워야 한다. 단번에 그러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가능한 한 빨리 학교라는 틀에 자신을 맞춰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더 힘든 생활이 될 수밖에 없다. 인간만큼 적응을 잘하는 동물도 없다고 하지 않는가. 분명 대부분의 학생들은 언제 방학이었나 싶을 정도로 금방 적응을 할 것이다.

학생은 말 그대로 공부하는 직업이다. 학생이라면 누구나 배움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그런데 가끔 “공부를 왜 해야 하느냐”고 묻는 학생들이 있다. 그래서 “대학에 가려면 그리고 좋은 직업을 잡기 위해선 공부를 해야 해”라고 말하면 “저는 대학 안 갈 건데요.”라고 말을 한다. 원하는 대학을 가고 좋은 직업을 잡기 위해 공부를 해야 하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그러나 공부는 꼭 좋은 대학과 직업을 위해서만 하는 것이 아니다. 공자는 “옛날에는 자기 자신을 위해 배웠지만, 오늘날은 남을 위해 한다(古之學者爲己, 今之學者爲人).”라고 하였다. 이는 다른 말로 위인지학(爲人之學)과 위기지학(爲己之學)이라고 하는데, 위인지학은 공부의 목적이 좋은 대학을 가거나 직업을 잡기 위한 공부, 즉 남에게 자랑하기 위한 공부이고 위기지학은 자신의 인격적 성장을 위한 공부, 즉 마음 공부라고 할 수 있다. 공부는 출세를 하기 위해서도 해야 하지만 자신의 인격적 성장이나 행복을 위서라도 해야 하는 일이다. 대학을 가지 않고 직업을 위한 일이 아니어도 공부는 해야 하는 것이다.

독일의 철학자 칸트는 우리가 사물을 인식하는 과정을 감성과 오성으로 설명한다. 감성이 어떤 대상을 받아들이면 오성은 이를 자신의 틀로 분석하여 개념화하여 인식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감성이 아니라 오성이다. 내가 어떤 오성의 틀을 갖고 있느냐에 따라 대상을 인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성은 안경과 같은 역할을 한다. 만약 내가 나의 눈에 맞지 않는 안경을 쓰고 있다면 나는 내 앞에 어떤 대상이 나타난다고 해도 그 대상을 제대로 볼 수 없게 된다. 내가 대상을 제대로 보려면 안경을 바꿔써야 한다. 여기서 안경을 바꿔쓰는 과정이 공부이다. 내가 공부를 하여 망원경으로 세상을 볼 수 있게 된다면 나는 더 넓고 먼 세상을 볼 수 있게 되고 분명 하루하루가 더 행복한 날이 될 것이다, 잘못된 안경을 쓰고 있어 세상을 제대로 볼 수 없는 사람과 좋은 안경을 쓰고 있어 화려하고 넓은 세상을 볼 수 있는 사람, 누가 더 행복할 것인가.

우리는 가끔 이런 말을 하곤 한다. “너는 아는 게 많아 먹고 싶은 것도 많겠다.” 이 말은 대체로 아는 척을 많이 하는 사람을 두고 비아냥하는 말이다. 그런데 이 말은 사실 맞는 말이다. 내가 아는 음식이 햄버거 하나뿐이라면 나는 햄버거만 먹고 싶어 할 것이다. 하지만 내가 햄버거도 알고, 피자도 알고, 치킨도 알면 나는 어느 날은 햄버거를, 어느 날은 피자를 먹고 싶어 할 것이다. 우리는 아는 만큼 먹고 싶은 것도 많고, 아는 만큼 행복한 것이다.

나는 사실 요즘 유행하는 아이돌 음악을 잘 모른다. 들어도 금방 들리지 않는다. 귀가 안 들려서가 아닌데도 그렇다. 그래서 몇 번 반복해서 들어보았다. 그랬더니 들리기 시작하고 흥이 난다. 클래식 음악도 처음엔 듣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나 반복해서 들으니 마찬가지로 들린다. 어느 날 친구가 내 차를 탔다. 차에서 아이돌 음악이 나오니까 시끄럽다고 끄라고 한다. 난 흥겹기만 한데 말이다. 아마도 내 친구는 트로트 음악만 들으려 할 것이다. 노력하면 아니 공부를 하면 아이돌 음악도 클래식도 들을 수 있는데도 스스로 거부하는 것이다. 반복적으로 들어야 하는 과정이 불편하고 힘들기 때문이다. 그 과정을 견디면 어디를 가도 흥겹고 행복할 텐데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공부는 나의 행복을 위한 과정이다. 공부는 반복의 과정이고, 극복의 과정이다. 하나를 넘어서면 다른 것을 보고 들을 수 있고 그만큼 더 행복해 질 수 있다.나는 오늘도 아이돌 음악을 틀고, 운전을 위해 안경을 바꿔쓴다. 더 큰 행복을 위해.....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