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시간 그리고 십분
하루 한시간 그리고 십분
  • 신미선 수필가
  • 승인 2021.08.30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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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신미선 수필가
신미선 수필가

 

새해가 되고 가장 처음으로 시작한 일은 근처 요가학원에 문을 두드린 일이었다. 지난해 시월 즈음 집 근처에 요가학원이 문을 열었다기에 오며 가며 눈여겨본 기억이 난다. 그리고 새해 첫날 큰 뜻을 품고 등록을 했다. 가까운 매장에 들러 요가 매트를 사고, 인터넷으로 요가복도 두 벌 장만했다.

`요가를 해야겠다' 마음먹은 이유는 간단했다. 불혹(不惑)의 나이를 넘어 오십의 반열 앞에 서니 자잘하게 여기저기 몸이 아팠다. 어깨가 결리고 허리가 쑤시고, 다리도 자주 부었다. 발바닥에 통증이 느껴져 걷는 데 불편한 날도 점점 늘어나고 몸이 편치 않으니 마음도 가라앉았다. 한없이 내려앉은 몸과 마음을 일으켜 세우고자 마음먹었으니 이제 나는 `요가'의 힘을 빌려 십 대 못지않은 유연성과 다이어트에 성공한 건강한 몸매를 가질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서둘러 퇴근을 하고 간단하게 저녁을 챙겨 먹은 후 매일같이 학원으로 향했다. 코로나로 시절이 어수선하니 되도록 사람들과 먼 거리, 구석진 자리에 매트를 깔고 기본 준비운동부터 하루하루 요가의 기초 동작을 배워나갔다. 처음에는 그동안 쓰지 않던 근육들을 깨우느라 버거웠지만, 하루하루 시간을 채우다 보니 어느새 점점 동작들에 익숙해지고 몸도 한결 부드러워졌으며 잘하고 있다는 강사님 말 한마디에 힘을 얻곤 했다.

하루 한 시간을 가득 채우는 요가 시간 중에서도 가장 마음을 흔드는 건 요가 동작을 하기 전에 마음을 가다듬는 `명상'의 시간이었다.

엄지 검지 세 손가락을 무릎에 올려놓고 어깨는 귀에서 멀어지도록 낮추는 자세로 `머릿속에 내 스위치를 끈다' 생각하고 눈을 부드럽게 감는 자세를 취하며 명상은 시작된다. 그리고 강사의 낮은 목소리가 들려온다. 외부로부터 온종일 복잡하게 얽혀 있고 스트레스받았던 내 머릿속을 가볍게 비워내면서 마음의 눈으로 내 모습을 바라보고, 그려보고, 주의 깊게 관찰해보라고……. 내 머리는 편하게 잘 놓여 있는지, 이마는 부드럽게 펼쳐져 있는지, 눈과 눈 사이 미간에는 주름이 생기지 않도록 펼쳐 놓으라고 한다.

오늘도 숨을 쉬고 내쉬면서 자신의 모습을 주의 깊게 바라보고 관찰할 수 있는 마음의 공간이 생긴 것에 감사함을 느껴보라고 한다. 그리고 건강하게 호흡할 수 있음에 감사함을, 나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사물에 감사함을 느껴볼 것을 권한다. 감사한 마음은 감사한 마음을 가질수록 더욱 감사한 일이 생겨난다는 대목에서 나는 언젠가부터 하루를 감사하게 돌아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쉬는 호흡에 쌓아두었던 근심거리나, 스트레스들은 몸 안에 쌓아두지 않고 그저 흘려서 보낼 수 있는 존재임을 발견해보고 몸속 깊이 긍정적인 에너지만 가득 채우라는 말이 가슴에 와 닿기 시작했다.

매일 저녁 하루 한 시간, 특히 명상으로 시작하는 십분은 고단한 하루를 보내고 돌아와 이 자리에 앉아 눈을 감고 오롯이 내게 집중하는 시간이다. 온종일 아이들 앞에서 떠들어야 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고 있는 나에게 낮에 있었던 온갖 일들을 가지치기하듯 가다듬는 정리의 시간이며, 그저 그런 평범한 일상도 감사함으로 바꿔버리는 마법의 시간이다.

하루 한 시간 그리고 십 분,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 이제 나는 십 대 못지않은 유연성을 습득하고 더불어 마음의 다이어트에도 눈을 떠 오늘도 씩씩하고 건강하게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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