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천·음성군민의 시민의식과 `돈쭐'
진천·음성군민의 시민의식과 `돈쭐'
  • 석재동 기자
  • 승인 2021.08.29 19: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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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석재동 취재팀(부장)
석재동 취재팀(부장)

 

29일 생거진천쌀 등 지역 특산물을 파는 진천군의 온라인 쇼핑몰 `진천몰' 홈페이지에는 `전상품 일시 주문중지 안내'라는 공고문이 떴다.

전날 `감사인사 및 배송지연 안내'를 띄웠는데, 주문량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자 일시적으로 문을 닫아야만 했다. 2004년부터 운영한 진천몰이 중단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처럼 탈레반의 보복 위협에 처한 한국의 협력자들을 품은 진천군민들의 성숙한 시민의식이 `돈쭐'을 만났다. 돈쭐은 착한 일을 한 사람을 `돈으로 혼쭐내자'는 의미의 반어적 표현이다.

진천몰 고객상품 후기에는 주문 내역 인증과 함께 응원 인사가 줄을 이었다. 누리꾼들은 “난민들 환영해주시는 것을 보고 감동 받아서 찾아왔다” “큰 배려와 고마움의 표시로 진천쌀을 주문했다”등의 글을 올렸다.

진천군민들은 아프가니스탄 한국대사관과 한국국제협력단(KOICA), 한국병원, 직업훈련원 등에서 우리 정부의 아프간 재건활동을 도운 아프간인과 그 가족 378명이 머물 임시숙소로 진천에 위치한 충북혁신도시 내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이 결정되자 숙의 끝에 수용을 결정했다.

막연한 불안감과 “또 우리 동네냐”는 볼멘소리도 있었지만, 인도적인 차원에서 수용했다. 특히 5살 이하 영유아가 백여 명이나 된다는 소식에 주민들의 마음이 더 움직였다.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은 지난해 초 코로나19 발병지인 중국 우한에 거주하고 있는 교민의 임시생활시설(격리시설)로 활용돼 한바탕 홍역을 치른 시설이다.

정부는 지난해 1월 29일 우한교민 임시생활시설로 진천과 충남 아산을 지정했다. 그러자 주민들은 동요했고, 일시적으로 이들의 입소를 반대하는 집단행동을 취했다. 인재개발원 주변에 학교나 유치원, 어린이집이 많아 코로나19 확산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에 휩싸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진천군민의 반대는 오래가지 않았다. 정부가 대응할 수 있는 시간이 현실적으로 많이 부족했고, 또 타국에서 공포에 떨다 들어온 우리 국민을 외면할 수 없다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발현된 결과다.

진천군민들은 인재개발원에 입소한 아프간 특별기여자들을 환영하는 차원에서 입소식 당일 오전 개발원 주변에 환영의 뜻을 담은 현수막 10여개를 설치하기도 했다.

아프간인들은 인재개발원에서 약 6주간 머문다. 정부는 출입국관리법 시행령을 개정해 이들에게 장기체류 자격을 부여할 계획이다.

여기에 빼놓을 수 없는 이해당사자가 음성군민이다. 충북혁신도시는 진천과 음성 접경지역을 아울러 조성됐다.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의 행정구역이 진천군으로 분류될 뿐 혁신도시 주민 상당수는 음성군민 신분을 가지고 있다. 이번 아프간인들의 인재개발원 입소를 수용한 음성군민들의 배려도 아름다운 결정으로 기억돼야 한다.

이제 남은 것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선의를 베푼 진천·음성군민들이 불안해 하지 않도록 철저한 신원확인 작업과 코로나19 방역 등 세심한 부분까지 신경 쓰는 책임행정이다.

지난 2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난민을 받지 말아 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고, 현재까지 2만명 넘게 동의하는 등 아프간인 수용에 대한 반대 의견이 퍼지고 있다. 선의를 베푼 사람들이 보답은 아니더라도 피해를 보는 일은 없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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