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와 함께하는 마지막 콘서트
피터와 함께하는 마지막 콘서트
  • 이현호 청주대성초 교장
  • 승인 2021.08.25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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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산책
이현호 청주대성초 교장
이현호 청주대성초 교장

 

1982년 처음 강원도 정선의 한 시골 학교의 교사가 되어 잘 알지도 못하던 관악밴드를 지도하기 시작했고, 1985년 현 대성초등학교에 부임하여 오케스트라를 창단하고 음악 지도를 한 지가 39년이 되었다. 난 교사 시절 아이들과 음악을 함께하며 꿈꾸던 것이 있었다. 만약 나이가 들어 머리가 하얗게 된 교장이 되어도 아이들과 음악을 함께 한다는 작은 소망이 있었다. 올 3월 교육청 주최 `마을 축제'라는 주제로 공모사업에 당선되어 1학기 마칠 무렵에 음악회를 결정하고 오케스트라 담당 선생님과 상의하여 오랜만에 지휘봉을 잡게 되었다.

음악회는 연극적 요소가 들어있는 음악극 `피터와 늑대'를 주제로 하기로 정했다. `피터와 늑대'는 러시아의 작곡가 프로코피에프가 어린이들의 악기교육을 위해 유아 시절 어머니에게 들었던 옛날이야기를 음악극으로 작곡한 곡이다. 마침 대성초등학교는 독서교육으로 `슬로리딩'교육을 한다. 1학년들이 입학하여 처음 대하는 도서가 `피터와 늑대'이고 나는 교사 시절 `피터와 늑대'를 주제로 연구하여 교육부장관상을 수상한 경험이 있어 언젠가는 아이들과 함께 꼭 연주하고 싶었었다. 4월 초 단원들을 모집하고 연습을 시작했다. 연주곡은 `피터와 늑대'외 몇 곡을 더 준비하였다.

마침내 7월 9일 연주회 날이다. 연주회 관람을 신청한 학부모들을 초대했지만 생각지도 않았던 변이된 바이러스 델타로 전국이 난리다. 충북은 아직은 괜찮다고 하지만 어린이들이 있는 학교라 걱정이 되어 유튜브 생중계로 음악회를 하기로 했다.

오후 4시가 되어 `Top of the world'를 시작으로 연주회를 시작했다. 드디어 `피터와 늑대'를 연주할 순서였다. 해설하는 선생님이 음악의 배경 이야기, 각 주제에 맞는 악기를 소개하고 연주가 시작되었다. 피터를 상징하는 현악기를 시작으로 플루트, 오보에 그리고 클라리넷과 바순, 호른 등 이야기에 맞는 여러 관악기와 함께 등장인물들을 표현하는 연주를 하였다. 관악기들과의 앙상블에 단원들도 매우 신기해하며 연주를 잘 마쳤다. 다음 순서로는 영화음악 `피서지에서 생긴 일'이란 곡을 연주하였고, 이어서 클라리넷 연주곡으로 유명한 `해변의 길손'을 내가 클라리넷을 협연하였다. 아이들과 마지막으로 함께 연주하는 의미가 깊은 곡이라 정성을 다하였다. 다음 연주는 `가브리엘 오보에'를 전 청주음악협회장이 연주를 하였다. 오보에의 아름다운 음색이 연주회장에 잔잔한 감동을 주었다. 드디어 연주회의 마지막 순서가 되었다. `할아버지의 11개월'은 연주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 모두가 어깨를 들썩이게 하여 모두에게 긍정을 주는 곡이라 좋다. 모든 연주가 끝나고 단원들을 모두 일으켜 세워 칭찬과 격려의 박수를 주었다.

짧은 연습 기간이었지만 나의 마지막 콘서트를 위해 열심히 연주해준 대성오케스트라 친구들에게 무척 고맙고 대견한 생각이 들었다. 오늘은 정말 선생 하길 잘했다는 생각과 늘 꿈꾸어왔던 교직 생활의 마지막을 아이들과 함께 연주하게 되어 너무나 행복한 마지막 연주회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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