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꽃 무궁화를 심자
나라꽃 무궁화를 심자
  • 김명철 청주 봉명고 교장
  • 승인 2021.08.23 19: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충북 역사기행
김명철 청주 봉명고 교장
김명철 청주 봉명고 교장

 

필자는 학교에 부임할 때마다 나무를 심는다. 어린나무를 심고 자라는 모습이 교육과 너무 닮았기 때문이다. 어린 묘목을 심으면 처음에는 적응하느라 나무가 몸살도 하면서 힘들게 땅에 뿌리를 내린다. 시간이 지나면 어느덧 키가 자라고 꽃이 피고, 열매가 맺는 모습이 교육을 통해 성장하는 아이들의 모습과 같아서 나무를 심고 가꾸는 것이 취미가 되었다. 특히 나라의 꽃인 무궁화를 비롯하여 학교의 상징인 교목, 그리고 교화를 심어 나라 사랑, 모교 사랑의 마음을 아이들에게 심어주려고 노력한다.

최근에 기상이변과 지구 온난화 현상 등 기후 환경 변화로 나무 심기는 환경 교육적인 차원에서도 꼭 필요한 일이다.

나무가 갖는 생물적인 의미도 중요하지만 역사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나무는 인류가 생존하면서 만든 가장 강력한 상징 중의 하나이다. 전문 연구자에 의하면 `나무는 세 영역(하늘, 땅, 바다)의 통합 점이며, 전 우주가 그 주변으로 조직화 되는 세계축이다. 그런데 각 문화권에 따라 세계축, 즉 우주목의 의미가 부여된 수종(樹種)이 다르게 나타나는 것은 자연환경과 문화가 다르기 때문이다.'라고 정의한다. 그래서 모든 학교에 교목을 지정하여 상징으로 삼고 있는 것이다.

특히 나무와 관련된 상징으로 유별난 역사를 만든 나라가 있다. 세계 역사에서 가장 많은 박해와 역경을 견딘 이스라엘이다. 2000년간 나라 없이 전 세계를 유랑했는데, 이때 이스라엘 땅에는 유대인들만 살지 못한 것이 아니라 나라를 상징하는 식물들도 함께 사라지고 말았다. 이스라엘과 유대민족을 상징하는 나무가 바로 종려나무다. 그런데 종려의 성읍이라 불렸던 여리고 조차도 종려나무는 씨가 말랐던 것이다.

1948년 독립을 하게 된 이스라엘이 가장 먼저 시작한 일이 바로 사라진 종려나무를 되살리는 일이었다.

종려나무는 유대민족의 번영과 영광을 상징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성경에 나타난 종려나무의 상징성도 있지만 유대인들에게는 미래의 하나님의 영화를 상징하는 나무였다. 종려나무의 상징은 현대에도 여전한데, 현재 이스라엘의 10세겔 동전에 종려나무가 새겨져 있다고 한다. 유대인들을 종려나무에 빗대는 것은 바로 종려나무의 강한 생명력에 있다. 줄기를 베고 남은 그루터기를 불로 태워도 다시 싹이 나 자라나 열매를 맺는다.

당시에 세계 곳곳에서 가장 좋은 종려나무는 유프라테스 강변의 메소포타미아에 있었다. 이스라엘과 국교관계가 없던 이라크에서 종려나무를 가져오기 위해 이스라엘의 특수부대 모사드가 움직였다. 모사드의 요원들이 사업가로 위장하여 품종 좋은 종려나무 묘목 7만 5000그루를 확보하고, 종려나무 묘목을 프랑스로 가는 선박에 실었다. 이 선박이 지중해 한가운데를 지날 때 해적으로 위장한 모사드가 종려나무 묘목을 확보하여 이스라엘로 가지고 온 것이다. 그렇게 하여 종려나무 묘목은 갈릴리에 심겨졌고 이후 홍해까지 번식시켰으며, 1950년대가 되면서 세계 최고의 종려나무가 다시 이스라엘 땅에 자라게 된 것이다.

우리는 어떤 자연물이 아무리 아름답고 교묘하고 희귀한 것이라 해도 나와 우리에게 주는 특별한 의미가 없을 때 그것은 관심 밖의 것이 된다. 나라와 민족이 절망과 고통 속에 있을 때도 희망의 불꽃으로 상징되었던 꽃이 바로 무궁화였다. 개인의 경험이나, 공동체의 역사 속에서 오랜 시간에 걸쳐 집단적 가치 감정과 통념에 의해 국가의 상징이 된 꽃이 바로 무궁화이다.

한여름 뙤약볕 아래서도 씩씩하게 자라서 가을 파란 하늘 아래서 환하게 웃으며 피어날 무궁화 꽃들을 기대하면서 오늘도 무궁화 동산이 있는 교정을 걸어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