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밤을 환히 밝히는 빛의 향연
여름밤을 환히 밝히는 빛의 향연
  • 박소연 충청북도문화재연구원 교육활용팀
  • 승인 2021.08.22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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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시선-땅과 사람들
박소연 충청북도문화재연구원 교육활용팀
박소연 충청북도문화재연구원 교육활용팀

 

`문화재 보호'라고 하면 여전히 아무나 손대지 못하게 꽁꽁 싸매 보호해야 한다는 인식이 적지 않다. 그러나 몇 년 전부터는 다양한 방법으로 활용함으로써 사람들이 문화재의 가치를 인식하고 공감하여 문화재를 보호하는 방향으로 전환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여러 가지 디지털 기술과 접목한 방식도 이용되고 있는데, 그중 하나가 우리 지역에서 진행 중이다.

바로 보은 법주사에서 열리는 `속리산 법주사 빛의 향연'이 그것이다. 이 행사는 문화재청의 세계유산 미디어아트 사업의 하나로, 디지털 미디어 기술을 세계유산에 적용하여 세계유산의 가치를 좀 더 많은 사람에게 쉽게 알리기 위해 시작하였다. 올해는 법주사를 시작으로, 익산 미륵사지, 부여 정림사지, 수원화성, 공주 공산성까지 총 5곳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법주사는 8세기 중반 진표대사의 제자 영심대사가 속리산에 들어가 길상초가 피어난 곳에 절을 짓고 부처님의 말씀을 전하기 위해 창건한 사찰이다. 그런데 법주사(法住寺)라는 이름에는 창건과 관련한 또 다른 이야기가 전해진다. 신라 진흥왕대 의신조사가 인도에서 흰 나귀에 불경을 싣고 오던 길에 나귀가 더 나아가지 않고 그 자리에 머물렀던 곳에 절을 짓고, `부처님의 법이 머무는 곳'이라는 법주사를 세웠다는 것이 그것이다. 법주사에 들어서면 왼편에 위치하는 마애여래의좌상 오른쪽 바위에 이 그림이 새겨져 있으니, 법주사를 방문하게 되면 자세히 관찰하며 찾아보는 재미를 느껴보면 좋을 것이다.

또한 법주사는 석가모니의 일생을 담은 팔상도를 모신 목조탑 팔상전뿐만 아니라, 쌍사자석등, 대웅보전 등의 국보, 보물을 비롯한 지정문화재가 40여 점이 넘는 그야말로 불교문화의 보물창고라고 할 수 있다.

임진왜란을 겪으며 대부분 불타 사라졌던 것을 다시 지어 현재에 이르고 있는 법주사는 2018년 `산사, 한국의 산지 승원'이라는 이름으로 우리나라의 13번째 유네스코 세계유산이 되었다. 산사(山寺)란 말 그대로 산에 있는 절을 말하는데, 창건 이후부터 지금까지 천 년이 넘는 시간 동안 지속되고 있으며, 한국 불교의 깊은 역사성을 품고 있기에 세계유산으로 선정될 수 있었다.

우리 지역 유일의 세계유산인 법주사에서 진행되는 미디어아트 공연은 팔상전과 대웅보전의 외벽을 스크린 삼아 팔상도와 미륵불, 법주사의 창건설화를 만나볼 수 있다. 특히 이 행사는 수동적인 관람이 아니라, 출입구에서 나누어주는 연등을 각 장소에 태그하면 미디어아트가 시작되는 반응형 기법이 적용되어 한곳씩 찾아다니며 체험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법주사의 수많은 문화재를 하나씩 살펴볼 수 있게 하는 작은 이벤트랄까.

폭염에 잠 못 들었던 밤이 언제였던가 싶게 슬그머니 선선한 바람이 부는 여름밤, 법주사로 오색찬란한 빛의 물결을 보러 가보는 것은 어떨까. 천 년의 전통을 넘어서 현대의 기술과 결합해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가는 것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이니 이왕이면 더 많은 사람이 함께했으면 좋으련만, 안타깝게도 코로나19로 인해 사전 신청자만 관람이 가능하다고 하니 방문 전 사전예약은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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