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로운 삶
지혜로운 삶
  • 방석영 무심고전인문학회장
  • 승인 2021.08.19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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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방석영 무심고전인문학회장
방석영 무심고전인문학회장

 

이 세상을 구성하고 있는 모든 존재는 끊임없이 생겨나고 성장하며, 끝내 사라져버리는 생장소멸(生長消滅)을 반복한다. 사람 또한 나고, 늙고, 병들고, 죽는 생로병사(生老病死)라는 대자연의 순환고리를 벗어날 수 없다. 생장이 없다면 소멸이랄 것도 없다. 소멸이 없다면 생장도 있을 수 없는 것이 이 세상의 법칙이다. 사람도 태어남이 없다면 죽음도 없고, 죽음이 없다면 태어남도 존재할 수 없다. 모든 일도 시작이 없다면 끝도 없고, 끝이 없으면 시작이랄 것도 없다.

이처럼 밝음이 있어야 어둠이 있고, 어둠으로 말미암아 밝음이 존재하듯, 세상사 모든 것은 음양(陰陽)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표현할 수도 있다. 따라서 음과 양은 서로 대립하면서도, 서로서로 보완하고 의존하는 상보적(相補的)이고 상의적(相依的)인 관계를 유지하는 가운데, 공생공영(共生共榮)할 수밖에 없다. 세상의 이치가 이와 같아서, 성장만을 선호하고 중시하거나, 소멸을 멀리하고 슬퍼하거나, 밝음을 귀하게 여기면서 어둠의 존재를 부인하는 것은 어리석음의 극치에 지나지 않는다.

인간은 누구나 불완전한 존재로, 모든 면에서 완벽할 수 없다. 또 과거 어느 때인가 한두 번쯤은 실수를 범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과거의 내가 어떻고, 어떤 삶을 살아왔는가가 아니다. 실존하는 현재의 `나'가 가장 중요하다. 어제까지의 과거가 아니라, 지금 여기 이 순간이 가장 중요하다. 지금 여기에서 목전의 일과 하나가 되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 천국과 극락의 삶을 누리는 것이다. 개똥이 있는 곳이라고 해서 무조건 피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적극적으로 다가가 개똥을 치우거나, 필요하면 얼마든지 개똥도 약으로 쓸 줄 알아야 한다.

배가 고프면 식당을 찾아가서 맛있는 음식으로 배를 채워야만 한다. 대소변이 마려울 때는, 산해진미가 잘 차려져 있는 근사한 식당이 아니라, 허름한 화장실이라도 찾아가서 시원하게 볼일을 보아야 한다. 식당이 화장실보다 중요하고 깨끗한 곳이라거나, 화장실을 식당보다 못하고 더러운 곳이라고 여기는 단순 논리에 사로잡힌 채, 우물 안 개구리로 전락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졸음이 몰려올 때는 식당이나 화장실이 아니라, 편안한 잠자리를 찾아가 깊은 잠을 청하는 것이 지혜롭고 행복한 삶이다.

나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하면서, 어느 곳으로 가고 있는가? 나는 `지금, 여기'라는 시간 및 공간과 온전한 조화를 이루며, 있어야 할 자리에서 해야 할 일을 하고 있는가? 졸릴 때 잠자고, 배고프면 밥 먹는 지혜롭고 행복한 삶을 누리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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