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나여야 하나 납득할 명분 있어야
왜 나여야 하나 납득할 명분 있어야
  • 이형모 기자
  • 승인 2021.08.19 19: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주말논단
이형모 선임기자
이형모 선임기자

 

오제세 전 국회의원이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했다. 국민의힘 입당 의사도 분명히 했다. 4선 중진 정치인의 화려한 이력을 감안하면 지역 정치계에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다. 그렇지만 정작 지역 정계에 미친 후폭풍은 예상보다 미미했다.

오 전 의원은 기자간담회에서 “4선 중간에 충북지사 경선 떨어지고 5선 도전을 마지막으로 정치를 결산하고 대한민국 정치 발전에 기여하려 했으나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며 “공천 결과는 계파 정치의 소산이며 당에서 저의 공헌과 역할은 무시됐다”고 말했다.

그는 “탈당하고 무소속으로 출마하려 했으나 당의 만류로 보류하고, 여러 가지 상황으로 1년을 지내왔는데 당에서 아무런 연락도 없었다”며 “4년 동안 민주당은 서민정당의 모습을 잃고 서민에게 어려움을 안겨주는 정당이 돼서 당을 떠날 생각을 하게 됐다”고 했다.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충북지사에 도전에 대해서는 “행정과 정치 경험을 도민에게 봉사하고 싶다는 것이 꿈”이라며 “그런 길이 주어진다면 도정과 충북 발전을 위해 일하고 싶다”고 밝혔다.

지역 정치권에서는 그가 탈당한 데 대해 `동정 여론'이란 창을 손에 쥐고 도지사 선거에 나설 공산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정가의 분석대로 그가 내년 도지사 선거를 염두에 두고 있다면 탈당의 타이밍을 더는 늦출수 없는 상황이었을 것이다.

여야의 대선 경선 레이스가 본격화하고 있으니 말이다. 오 전 의원이 지사 선거에 뛰어들기 위해서는 더불어민주당보다는 국민의힘이 선택의 폭이 넓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정당의 지지율이 오르는 것도 이런 결정과 무관치 않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사실 4선의 중진의원이면서 경선도 못치뤄보고 공천에서 탈락한 점은 분명 그로써는 서운함과 큰 충격이 컸을 것으로 이해된다. 하지만 우리의 정치 시스템과 관행에 문제가 있고 이 때문에 자신의 역할을 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는 것과 국민의힘에 입당하겠다는 것과 직접적인 인과 관계를 찾기는 어렵다. 오히려 정치 초년생이 아님을 감안할 때 냉혹한 정치 현실을 모르는 순수함에서 비롯된 것이 거나 시류에 따른 편의적 결정이 아닌지 의심된다. 그가 탈당의 이유로 밝힌 민주당에 대한 서운함이니 지역발전을 위한 마지막 도전이니 하는 그 어떤 이유를 대도 자신의 욕망을 위한 처신이란 것은 변하지 않는다.

오 전 의원이 지난 16년간 국회의원으로 활동할 수 있었던 것은 그의 능력도 있었겠지만 더불어민주당의 높은 지지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재선도 어려운 청주에서 4선이 되기까지 지지를 받았다는 점은 인정한다. 다만 중앙의 큰 무대에서 그의 정치적 무게감이나 역할에서는 여전히 물을표가 붙어 있어 아쉬울 뿐이다.

오 전 의원이 이런 지적을 감수하고라도 정치 생명을 연장하려면 유권자들이 공감하고 철새 정치인이란 꼬리표를 상쇄할 만한 명분이 있어야 한다. 그는 도정과 충북 발전을 위해 일하고 싶다는 의지를 강조했다. 그런데 행정과 정치 경험이 풍부하다고 하더라도 왜 그 주체가 꼭 자신이어야 하는지는 아직 알 길이 없다.

오 전 의원이 꿈꾸는 지역사회 벌전이 무엇인지, 그것이 지역에 어떤 이득이 있는지, 그리고 그 일을 왜 자신이 주도해야하는 지에 대해 도민이 납득할 만한 설명을 내놓길 바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