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 한 푼 없이 '수십억 아파트' 산 10대, '아빠찬스' 딱 걸렸다
소득 한 푼 없이 '수십억 아파트' 산 10대, '아빠찬스' 딱 걸렸다
  • 뉴시스 기자
  • 승인 2021.08.19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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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 조사 대상자 중 일부 사례 공개
수백만원 벌면서 수억 빌라 갭 투자하고

무소득 배우자와 재건축 아파트 사기도

"편법 증여·취득 자금 출처 철저히 검증"



-1. 소득이 전혀 없는 10대 A씨는 식당을 차리면서 임대 보증금과 인테리어 등 창업 비용 수억원을 내고, 이듬해 수십억원에 이르는 고가의 아파트까지 사들였다. 국세청은 모 업체 사장으로 있고, 고액 자산가인 아버지로부터 A씨가 식당 창업비, 아파트 구매비를 편법 증여받은 것으로 보고 관련 혐의를 조사하기로 했다.



-2. 20대 B씨는 개발 예정지 빌라를 '갭 투자' 방식으로 구매하며 "수억원의 갭은 내 돈(자기 자금)으로 마련했다"는 내용의 자금 조달 계획서를 냈다. 그러나 B씨의 연 수입은 어머니 사업장에서 일용직으로 일하며 번 수백만원에 불과했다. 국세청은 B씨가 고액 연봉자인 아버지로부터 빌라 구매비를 받은 것으로 여기고 조사 대상에 포함했다.



-3. 주택 임대 사업자 C씨는 배우자와 함께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는 수십억원짜리 아파트를 사들였다. 국세청은 C씨 배우자의 신고 소득이 얼마 되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했다. B씨가 임대 소득과 비영업 대금 이익 일부를 숨겼다고 보고, 배우자 편법 증여 혐의를 포함해 아파트 취득 자금 출처 조사에 착수했다.



-4. 전문직 사업자 D씨는 수년 동안의 신고 소득이 수억원에 불과한데도 배우자와 수십억원에 이르는 재건축 아파트를 공동으로 사들였다. 배우자 또한 신고 소득이 전혀 없는 점을 이상하게 여긴 국세청은 B씨가 소득을 숨겼다고 간주하고, 편법 증여 혐의를 포함해 아파트 취득을 어디서 구했는지 조사할 예정이다.



박재형 국세청 자산과세국장은 19일 정부세종2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A·B·C·D씨를 포함해 총 97명의 세무 조사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고가의 재건축 아파트 구매자 중 탈세 혐의가 있는 사람 46명과 주택 취득 자금을 편법 증여받은 것으로 추정되는 연소자(30세 미만) 51명이 대상이다.



이들은 국세청이 운영하는 부동산 거래 탈루 대응 태스크포스(TF)에서 수집, 검증한 혐의자다. 대다수는 부동산을 사고팔며 성실하게 세금을 내고 있지만, 재건축 아파트·빌라 거래 과정에서 사업 소득을 탈루하거나, 부를 편법으로 대물림하는 등 변칙적 탈세 혐의가 포착됐다는 설명이다.



재건축 아파트 구매자의 경우 ▲자금 여력이 없어 편법 증여 혐의가 있는 연소자 ▲신고 소득이 미미해 소득을 탈루한 것으로 의심되는 사업자 ▲법인 자금 부당 유출 혐의자가 중점 조사 대상이다.



편법 증여 혐의 연소자는 전세 임대 보증금을 승계하는 '갭 투자' 방식으로 주택을 구매했지만, 보증금 외 매매 대금(갭)을 부모로부터 받고, 이를 신고하지 않은 것으로 의심되는 사례가 대부분이다.



국세청은 조사 대상자의 자금 흐름을 끝까지 추적하겠다는 각오다. 특수 관계인으로부터 빌렸다고 해명하는 경우 가장 차입금인지를 정밀하게 검증하고, 갭 투자한 경우 그 갭을 누구로부터 받았는지를 확인한다. 부모가 주택을 사면서, 자녀 명의로 등기한 것은 아닌지도 함께 살핀다.



조사 과정에서 실제 차입금으로 인정되는 경우 부채 자력 변제 여부를 꼼꼼히 사후 관리한다. 특수 관계인으로부터의 차입금·금융기관 대출금 모두를 차입금 상환·보증금 반환 때까지 부모가 대신 갚지 않는지를 중점적으로 파악한다.



소득 신고 누락 혐의 사업자는 가공 경비 계상·부당 회계 처리 여부 등을 들여다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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