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탓이요!
내 탓이요!
  • 신찬인 충북도청소년종합진흥원장
  • 승인 2021.08.18 17: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타임즈 포럼
신찬인 충북도청소년종합진흥원장
신찬인 충북도청소년종합진흥원장

 

인간은 인간이 만들어 놓은 덫에 걸려 노예가 되곤 한다. 일테면, 신을 섬기며 종교의 노예가 되었고, 국가를 만들어 권력의 노예가 되었다. 또 돈을 만들어 황금의 노예가 되었으며, 핸드폰을 만들어 스마트폰의 노예가 되었다고 한다. 물론 그것은 모두 우리가 살아가는데 많은 도움을 주기에 생긴 것이다.

종교는 정신적 안정을 주고, 국가는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 주고, 돈은 생활에 필요한 재화를 제공하고, 스마트폰은 생활에 편익을 제공해 주고 있다. 하지만 그로 인한 폐해 또한 적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그중에 스마트폰은 우리들의 삶을 많이도 바꾸어 놓았다. 단순히 다른 사람과의 통화의 수단을 넘어 다양한 정보를 손쉽게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뉴스의 검색은 물론, 보고 싶은 책을 읽고, 음악을 듣고, 공연과 운동경기를 손바닥 위에 놓고 즐길 수 있다. 심지어는 맛집을 추천받고, 그곳으로 가는 길을 안내받기도 한다.

이제 우리 사회에서 스마트폰은 아이들은 물론 노인들까지도 없어서는 안 될 꼭 필요한 물건이 되었다. 하지만, 문제는 그 편리성 때문에 잠시도 스마트폰과 떨어져 살아가는 불편을 감수하지 못하는 데 있다. 손에 들고, 목에 걸고, 주머니에 넣고 다니며, 심지어는 잠을 잘 때도 머리맡에 놓고 자야 마음이 놓인다. 길을 걸을 때도, 버스에서도, 식당에서도 잠시만 시간이 나면 스마트폰을 보는 풍경을 흔히 볼 수 있다. 그로 인해 사람과의 대화나 접촉은 차츰 줄어들고, 스마트폰에 의존하는 시간은 점점 증가하고 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고 한다. 사람은 서로 접촉하고 소통하면서 사랑과 연민을 알게 되고, 협력과 배려하는 마음을 갖게 되며, 서로 위로하면서 마음에 상처를 치유하기도 한다. 또한, 신체적 활동을 통해 건강을 유지하기도 한다.

최근 코로나 감염으로 정상적인 등교가 이루어지지 않으며 인터넷과 스마트폰에 지나치게 의존하면서 은둔형 외톨이로 생활하는 청소년들이 많아졌다. 심하면 중독 증세를 보이면서 자해나 등교 거부를 하고 금단현상이나 우울증에 걸리기도 한다.

이런 현상들이 전적으로 스마트폰 때문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현대 정보사회가 빚어내는 인간의 심리에 대한 폐해와 관련이 있다는 것은 많은 사람이 공감하는 것 같다.

여성가족부에서는 해마다 인터넷 스마트폰 과의존 청소년들을 조사하고 증세가 심한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여름 방학을 이용해 치유과정을 개설하게 하고 있다. 얼핏 생각하면 그까짓 거 그러다가 세월이 가면 다시 정상으로 돌아오겠지. 생각하지만, 적절한 시기에 치료하지 못하면 감수성이 예민한 청소년들에게 돌이킬 수 없는 고통을 겪게 하기도 한다.

지난해 무주에 있는 인터넷 스마트폰 치유기관에서 치료받는 우리 청소년들을 찾아간 적이 있다. 처음 입소하던 날 고개조차 들지 못하고 시무룩해 있던 청소년들이었는데, 불과 며칠 만에 반갑게 인사를 하고 손뼉을 치며 좋아하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울컥하며 눈시울이 뜨거워졌었다.

올해도 코로나바이러스의 위세가 꺾일 줄 모르고 확산하여 안타깝기만 하다. 그래서 최소한의 인원으로 꼭 필요한 청소년들을 위해 치유과정을 개설하기로 했었다. 당연히 방역수칙은 철저히 지키고자 했다. 그럼에도, 폭발적인 감염세에 휘말려 여러 명의 청소년이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도움을 주고자 했던 것이 오히려 코로나 감염이라는 아픔을 주고 말았다. 이제 감염되었던 학생과 운영진 모두 퇴원하여 정상적인 생활을 준비하고 있다. 목적이 아무리 좋아도 결과가 이렇게 되고 보니 그저 죄인이 된 마음이다. 모든 게 `내 탓이요!'하며 상처를 보듬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