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례주택
순례주택
  • 김현숙 충북교육도서관 사서
  • 승인 2021.08.16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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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말하는 행복한 책읽기
김현숙 충북교육도서관 사서
김현숙 충북교육도서관 사서

 

어른이 된다는 것은 무엇일까? 어떤 사람이 어른일까? 사무실에서 화두를 던지니 자기 말과 행동에 책임을 지는 사람, 세금을 내는 사람, 의사결정을 스스로 하는 사람 등 많은 이야기가 오고 간다.

우리 아이도 입버릇처럼 얼른 어른이 되고 싶다고 이야기한다. 어른이 되면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고, 어른에게 혼이 나지 않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댄다. 아이의 시선에 어른은 스스로 결정하고 행동하는 사람, 마음대로 하는 사람으로 보이는지도 모르겠다.

도서 `순례주택'(유은실 저·비룡소·2021)의 작가는 어른이 된다는 것은 자기 힘으로 살아보려고 애쓰는 사람이라 정의 내렸다. `누가 누가 어른이'인지 자랑하듯 내기하는 어른들의 철없는 행동을 지적한다. 껍질을 깨고 막 부화한 병아리 같은 부모를 둔 주인공 중3 소녀 수림이는 태어나면서부터 할아버지와 순례씨 손에서 자라면서 순례주택에 뿌리를 단단히 내렸다. 생활지능이 높은 학생으로, 세상을 잘 헤쳐나갈 것으로 기대되는 아이로 자랐다.

9억짜리 아파트 `원더 그랜디움' 반대편 `빌라촌'에 위치한 순례씨가 운영하는 주택과 그 속에서 사는 사람들을 무시하는 1군 가족들(수림이네 원가족), 수림이네가 쫄딱 망한 뒤 하는 수 없이 순례주택으로 들어온 가족은 온실 밖으로 나와 세상에 적응하게끔 훈련받는 과정이 코믹 발랄하게 그려져 있다. 수림이네 가족은 빌라촌에 사는 사람들과 어울리며, 자기 힘으로 살아보려고 애쓰는 어른으로 거듭날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유은실 작가는 진정한 어른, 진정한 부자, 잘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순례주택과 순례씨를 통해 이야기한다. 집과 물건, 학력과 직업으로 자신의 가치를 매기고 남을 평가하지 말고, 부모를 착취하거나 요행에 기대지 말고 땀 흘려 일한 만큼 누리고 당당하게 살아가라고 조언한다. 삶을 구경하듯이 관광객처럼 살지 말고, 뚜벅뚜벅 나의 갈 길을 걸어가는 순례자처럼 살아가라 꾸짖는다.

관광객은 요구하고, 순례자는 감사한다고 한다. 늘 감사의 마음으로 세상이 좋다는 것에 끌려다니지 않고 소신껏! 지구별을 여행하는 순례자의 마음으로 살고 싶다! 순례씨처럼!

가을의 시작을 알리는 입추가 지나니 아침저녁 공기가 다르다. 연일 푹푹 찌는 더위와 열대야 현상으로 좀처럼 누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던 여름이 가고 가을이 어느새 성큼 다가왔다. 책 한 권 들고 나무 그늘에 앉아 진정한 어른으로 살고 있는지 되짚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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