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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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세원 음성교육도서관 사서
  • 승인 2021.08.09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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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말하는 행복한 책읽기
김세원 음성교육도서관 사서
김세원 음성교육도서관 사서

 

연일 35도를 오르내리며 우리의 몸과 마음도 지쳐가는 여름. 오래간만에 시원하게 내리는 빗소리를 들으며 나는 옛 추억에 젖어 한 권의 책을 꺼내 들었다. 2004년 군 복무 시절 나에게는 신선한 충격을 안겨준 책이었다. 한국인이 사랑하는 프랑스 소설 작가이자 국내에는 장편 소설가로서 잘 알려진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유일한 단편소설 `나무'이다.

`나무'는 2002년 발간된 도서로서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독특한 상상력이 담긴 책이었다. 이 책은 단편 소설집이지만 뒤로 갈수록 내용이 더 깊어진다는 느낌을 받았다. `내겐 너무 좋은 세상'은 주변의 사물들이 스스로 움직이고 말도 할 수 있을 정도로 발전한 미래에 대해 상상하는 모습으로, 가끔씩 떠올릴 수 있는 망상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마지막 이야기인 `어린 신들의 학교'는 세계를 창조하고 다스리는 내용을 다루고 있다. 인간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는 가전제품, 투명 인간, 왼손과 오른손의 전쟁, 타임머신을 통한 시간여행자 등등 정말 그 당시 상상도 못했을 정도의 작가의 획기적인 아이디어와 상상력을 18편의 단편으로 작가 특유의 쉬운 문체와 위트로 표현해 내고 있다.

첫 챕터인 `내겐 너무 좋은 세상'은 말하고 생각하여 스스로 행동하는 전자기기들이 주인공의 일상에 관여하여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도움을 주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기계들에 대한 염증을 느낀 `릭'이라는 주인공은 기계를 혐오하기까지 하였다. 하지만 `릭' 또한 인공심장에 의지해 생명을 부지해 나가는 세상이라는 커다란 기계에 단순한 부품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으며 글을 마치게 된다.

지금 현재 우리의 일상을 보자. 스마트폰, 컴퓨터, 로봇청소기, 인공지능 등 그때 당시에는 작가의 엉뚱한 상상력으로만 보아왔던 글들이 우리의 현실이 되고 있다. 편안한 삶을 살고 있지만 어느 순간부턴가 조용한 나의 일상을 방해하는 기계들, 혼자 사색을 즐기는 시간보다는 스마트폰과 TV에 빠져 하루 종일 매체에서 들려주는 이야기를 들으며 나의 생각보다는 타인의 생각을 수렴해나가는 시간을 더 많이 갖고 있다. 이러한 우리 모습을 보면서 작가는 2002년도에 벌써 예측을 하고 있었을 수도 있겠다라는 엉뚱한 생각까지 해보게 되었다.

우리는 지금까지 수많은 문명, 과학의 발전을 이룩해 왔다. 이 책을 다시 보며 이러한 발전들은 우리가 떠올릴 수 있는 망상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른 결과물이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2021년 30대 후반의 나이가 되어 한 가정의 가장이자, 한 아이의 아빠가 되어 다시 읽게 된 `나무'는 세상의 틀에 맞추어 경직된 사고방식과 현실에 직시한 문제 해결에만 집중하고 있는 나에게 더 허구 맹랑하고 개연성이 부족한 소설로 느껴지기도 하였다. 하지만 20대 때의 즐거운 상상, 단단한 매듭으로 꼬여 있던 나의 생각들과 사념들을 잠시나마 즐거운 상상으로 느슨하게 풀어주는 힐링 도서임은 틀림없었다. 여유로운 주말에 고전적 SF 영화 같은 느낌의 도서를 읽고 싶으신 분이라면 편안하게 책장을 넘길 수 있는 가벼운 책으로 `나무'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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