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 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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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기연 수필가
  • 승인 2021.08.04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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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한기연 수필가
한기연 수필가

 

작은 구멍 안에 다육식물이 옹골지다. 가만히 들여다보니 꽃대처럼 줄기를 뻗어 올린 것도 보인다. 창가에서 바람과 햇살을 맞으며 튼실히 뿌리내리는 모습이 보기 좋다. 특히 다육을 심은 화분은 직접 만든 거라 더 눈길이 간다.

지난 주말, 관내 예술촌에서 동아리 활동을 했다. 올해 여성 소모임 지원사업에 환경과 예술을 주제로 계획을 올렸는데 선정되었다. 환경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면서 공예 관련 자료도 찾아보고 수업을 하던 차에 더 많은 것을 배울 기회가 생겼다.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폐품을 다시 활용하는 방법에는 `재사용'과 `재활용'이 있는데 `재활용'에서 한 단계 발전한 형태인 `업사이클(upcycle)'에 대한 활동이다.

`업사이클'은 쓸모 없거나 버려지는 물건을 새롭게 디자인해 예술적이고 환경적 가치가 높은 물건으로 재탄생시키는 방식이다.

첫 작품으로는 빈 병을 이용해서 아크릴 물감으로 채색 후 다양한 냅킨을 활용해 장식소품을 만들었다. 볼품없던 빈 병은 금빛 분가루를 휘날리며 화분이 놓인 창가에 전시되었다.

두 번째로 캔을 활용한 다육식물을 심었다. 옆면을 직사각형으로 자르고 1차로 흰색 물감으로 작업이 된 캔이 준비되었다. 접시에 아크릴 물감을 서너 가지 색으로 짜 놓고 스펀지를 이용해서 `톡톡톡'분칠하듯 두드렸다. 빈티지 기법의 채색은 누가 칠하든 멋스러웠다. 주어진 물감은 같았는데 만들고 나니 다섯 명 모두 다른 작품이 되었다. 직접 만든 캔 안에 심을 다육을 골랐다. 종류가 많아서 고르는 재미를 더해 욕심껏 채웠다.

인심 좋은 선생님은 다육을 더 가져가도 좋다며 컵에 담아 주셨다. 버려진 캔의 아름다움에 다육의 생명이 더해져 그야말로 예술로 재탄생되었다. 저마다 집에 가서 버려지는 것을 관심 있게 보고 활용해 봐야겠다며 만족해했다.

방학특강으로 환경을 주제로 독서교육을 한 후 공예활동으로 업사이클 수업을 했다. 코로나로 인해 마스크가 생활화되고 있지만, 미세먼지의 발생 원인으로 자연적인 요인과 인위적인 요인을 알아보고 빨대를 활용해서 마스크 줄을 만들었다. 빨대는 의외로 색깔과 모양이 다양했고 예쁜 줄을 만들 수 있었다.

수업 중간에 관련 동영상을 시청하다가 아이들이 추천하는 영상을 보게 되었다. 옛날 어렸을 때 엄마 말 안 듣고 거짓말하면 잡아간다고 해서 아이들을 공포에 떨게 했던 망태할아버지가 어른들에게 보내는 경고성 노래였다. 사회질서를 어지럽히고 규칙을 안 지키는 애들보다 말 안 듣는 어른들 잡아간다는 내용이다. 영상에 나오는 어른들의 행동 중 몇 가지는 내가 하루에도 여러 번 무의식적으로 행하는 일이었다. 귀찮다는 이유로 일회용을 사용하거나 컴퓨터 전원을 끄지 않고 사용하는 등 사소한 일도 망태할아버지가 잡아갈 일이다.

요즘 연이은 폭염에 안전문자 경보음이 수시로 울린다. 창문을 열고 선풍기를 틀어도 해결되지 않는 실내 온도 때문에 에어컨을 트는 시간이 많아졌다. 기후변화를 체감할 정도로 지구 온난화의 심각성이 느껴진다.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환경에 대한 교육도 받고 보니 적색 경고음이 뇌리에서 떠나질 않는다. 내가 자신 있게 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해보려고 한다. 쓸모없이 버려지는 물건을 새롭게 디자인하고 예술로 가치를 더해 울림으로 퍼뜨리고 싶다. 채색된 캔 화분에 올망졸망한 다육이 가족처럼 정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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