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학교
건강한 학교
  • 김기자 수필가
  • 승인 2021.08.03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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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김기자 수필가
김기자 수필가

 

누구나의 소망은 건강하게 살아가는 일이다. 나이가 많건 적건 간에 건강을 지켜가는 일이 최대의 과제라는 것조차 부인하지 못한다. 지금껏 운동과는 담을 쌓고 있던 차, 가까운 이웃의 권유를 받아들이기로 한 것이 바로 파크골프였다.

가끔 지나면서 보았을 때 대부분은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의 스포츠라 여기고는 했다. 하기야 나 자신도 이제는 할머니라 불리 우고 있으니 파크골프장을 드나든다 한들 마찬가지 시선이라 여긴다. 그렇게 시작된 운동은 하루하루 재미가 늘어갔다. 때는 한여름이라 이른 아침부터 나서야 했고 놀란 것은 이미 구장에는 수많은 사람으로 만원을 이루고 있다는 사실이다. 아직은 왕초보인 탓에 모든 것이 서툴다. 함께 발맞추어 가는 이들에게 미안할 뿐이어서 나름 긴장의 연속으로 이어진다. 그래도 어쩌랴. 체면 무시하고 열심히 쫓아가면서 조금씩 늘어나는 기술에 힘든 줄을 몰라 한다. 정말 잘 시작했다고 몇 번이고 되뇌면서 시간을 보내는 중이다.

사람이 밀리는 코스에 다다라 순서를 기다리던 중이었다. 족히 팔십 중반쯤 보이는 어르신들의 소리를 듣게 된 것이다. 바로 여기가 건강한 학교라나. 짐작건대 대부분 사람들은 이 운동을 시작한 지가 꽤 오래된 것 같아서 그 소리가 바로 공감이 가는 거였다. 건강하기 위한 학교라는 이름을 덧붙이신 위트가 듣기 좋았다. 다시 한 번 그 어르신을 바라보았다. 약간은 구부정한 허리지만 표정에서 젊은 의지가 넘치는 것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

나도 건강한 학교에 입문하게 된 셈이다. 그동안은 시간이 없다는 구실로 행하지 못했던 점을 아쉬워한다. 마음만 먹으면 그리고 형편에 따라 자기에게 적당한 운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이 현실이지 않은가. 갑자기 한여름의 더위도 이겨낼 것 같은 용기가 생겨나고 있다. 시간을 아끼고 쪼개고 하는 동안 피곤한 몸은 언제였나 싶기까지 하니 절로 건강해지는 기분이 든다. 이렇게 새로운 나에 취해 간다는 것이 삶에 활력을 불러주는 일이었다.

학교라는 말이 오랫동안 뇌리에 박혀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어깨를 스치듯 건너온 그 말에 또 다른 심오함이 밀려든다. 학교라는 자체만으로도 우리는 무엇인가 습득하고 올바른 길로 간다는 것을 알고 살아가기 때문이다. 학교가 사회에 기여하는 면이 얼마나 다양한지 다시 돌아보게 되는 기회가 되었다고나 할까.

또 다른 바람이 있다. 누군가 말해준 건강한 학교가 운동을 하는 곳에만 있을 것이 아니고 보이지 않을지라도 사회 전반에 스며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해지는 거였다. 약한 자, 병든 자, 삶이 무너진 자들이 찾아갈 수 있는 건강한 학교가 많아졌으면 얼마나 좋을까 해서다. 그리고 먼저 나 자신부터 학교의 지체에 기대는 일을 멈추지 않으려 마음먹는다.

하루의 창을 연다. 나는 오늘도 학생의 본분으로 여러 모양의 건강한 학교를 두리번거린다. 모든 것이 무궁할 만큼 우리를 기다리며 문을 열어두고 있다. 보이지 않을지라도 이렇게 학교라는 이름은 누구든 성장해가기 위한 푯대의 역할을 감당해 주는 곳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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