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 계월향 정신 깃든 `무궁화 계월향'
기생 계월향 정신 깃든 `무궁화 계월향'
  • 김명철 청주 봉명고 교장
  • 승인 2021.07.26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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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역사기행
김명철 청주 봉명고 교장
김명철 청주 봉명고 교장

 

우리 민족은 다른 민족에게는 없는 특별한 유전자가 있는 것 같다. `위기를 기회로', `약점을 강점으로', `도전에는 응전으로'어려움을 당했을 때 한마음으로 똘똘 뭉치는 DNA가 있는 것 같다. 평상시에는 전혀 그렇지 않은데, 나라와 이웃이 어려움에 처하면 분연히 일어나 목숨을 건다는 점이다. 그래서 우리 `대한민족'이라는 자부심을 더 크게 느끼게 된다.

세계 역사에 유례가 없는 의병의 존재가 바로 그것이다. `정의로운 병사', `의로운 군대'라는 뜻으로 이름도 빛도 없이 목숨을 초개처럼 버리는 `의병'이 우리 역사 곳곳에 나타난다.

특히 1592년 왜구들의 침략으로 온 나라가 초토화되었던 임진왜란 때 의병의 활약은 우리 역사의 자랑이다. 신분을 초월한 나라 사랑의 정신이 가슴을 뿌듯하게 만드는 인물들이 많이 있다. 그중에서 `계월향'이라는 의로운 기생의 사연은 우리의 가슴을 감동시킨다.

계월향은 선조 때 평양의 이름난 기생으로 임진왜란으로 평양성이 함락당하자 왜군에 체포되었다. 그 후 왜장 고니시 유키나가가 계월향의 미모에 반해서 총애하게 되는데, 원래 계월향은 조선의 명장 김경서 장군의 애인이었다. 그런데 계월향은 거짓으로 마음을 주는 척하면서 적장의 긴장을 풀도록 했고, 김경서 장군의 평양성 공격일시에 맞추어서 적장이 술에 취해 전의를 상실하도록 하였다. 결국 평양성문을 개방하여 적장도 살해하고 평양성도 수복하게 되는 결정적 수훈을 세우게 된 의로운 기생이 바로 계월향이다.

평양성 전투에서 승리한 후 김경서 장군을 만난 계월향은 그간에 적장에게서 수모를 당한 죄책감을 사죄하면서 소피를 보러 나간 후 자결하였다고 전한다. 나라를 위해 거짓으로 품었던 적장이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두고 다른 사람을 품에 안은 가책으로 죽음으로 자신의 죄를 씻으려 했던 것이다.

그의 죽음을 애석하게 여긴 만해 한용훈은 그를 흠모하며 `계월향에게'라는 시를 남긴다. “계월향이여, 그대는 아리땁고 무서운 최후를 거두지 아니한 채로 대지의 침대에 잠들었습니다. 나는 그대의 다정을 슬퍼하고 그대의 무정을 사랑합니다”(중략)

뜨거운 여름이 다가오고 있다. 환경오염과 지구 온난화로 올여름은 얼마나 더울까? 뜨거운 여름을 이기고 파아란 가을이 다가오면 삼천리 방방곡곡에 피어나는 꽃이 무궁화이다. 무궁화는 우리 겨레의 얼이 담긴 나라꽃(國花)이다. 많고 많은 꽃 중에서도 특별히 무궁화가 우리나라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꽃으로 정해진 것은 무궁화의 끈질긴 생명력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온갖 바람과 가뭄, 장마, 태풍 등의 모든 악조건을 극복하며 같은 자리에서 피어나고 번식해 나간다. 이러한 자생력과 끈기와 생명력이 우리 민족의 기나긴 역사 속에 남아 있는 맥과 얼에 연결되었던 것은 아닐까.

우리나라의 꽃 무궁화는 우리 민족의 얼과 혼 그 자체였다. 무궁화는 고대 중국 동진의 지리서 `산해경'에 `군자의 나라에는 무궁화가 많은데, 아침에 피고 저녁에 진다.'라고 적혀 있다. 여기서 `군자의 나라'란 우리나라를 뜻한다고 한다.

전국 무궁화 자생종 가운데 1983년 서울 농대에서 명명한 무궁화가`계월향'이다. 연한분홍색에 보랏빛이 가미된 중간형의 꽃으로 단심이 작고 꽃이 활짝 피지 않는 소박한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다. 이 꽃을 보고 있으면 임진왜란 때의 의로운 기생 계월향의 모습이 보이는 것 같아 가슴이 아린다. 찬란하게 피어나는 무궁화를 보면서 인내심과 불굴의 극복 정신이 코로나19 등 여러 가지 어려움에 처한 우리나라가 이 모든 것을 당당히 이겨내고 멋지게 꽃 피운 무궁화 동산이 되길 간절히 소망해 본다. 봉명고에도 지난해 학생들이 만든 작은 무궁화 동산이 있다. 올해 찬란하게 피어날 무궁화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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