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겨운 자진 휴업
눈물겨운 자진 휴업
  • 이재경 기자
  • 승인 2021.07.19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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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이재경 국장(천안주재)
이재경 국장(천안주재)

 

본격적인 피서철 특수 기대로 잔뜩 꿈에 부풀었던 강원도 강릉시 상인들이 사상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다.

수도권에서 몰려든 피서객들로 인한 `풍선 효과'로 연일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정부방역당국과 강릉시가 19일부터 25일까지 지금까지 가장 강력한 거리두기 규제 단계인 4단계 시행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경포대 해수욕장과 대관령, 오죽헌 등 수많은 명소와 유적을 보유한 강릉시는 연간 1500만명이 찾는 동해안 최대 관광지다. 특히 경포대 등 해수욕장 인근 상인들은 `1년 농사'를 여름 피서철 2달 장사로 모두 지어야하기 때문에 이번 4단계 조치 시행이 너무나 큰 타격이 아닐 수 없다.

실제 강릉 지역에서 코로나19 확산세는 심각하다. 보름전만 해도 하루 확진자 수가 1~3명대에 불과하던 강릉시는 10일 전부터 두자릿수를 넘보더니 16일 21명, 17일 31명, 18일 12명, 19일 13명으로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외지 관광객들로 인한 감염이 확산하자 결국 평창시와 정부방역당국은 강릉에서도 사실상 저녁 시간부터 모든 만남이 제한되는 `셧다운'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다.

외지인이 유입하는 풍선효과로 인해 비상이 걸린 곳이 또 있다. 천안시 등 경기도와 경계를 맞댄 충남지역 지자체들이다.

천안시의 경우 지난달 하순까지 하루 확진자 수가 평균 1~4명 대에 불과했으나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 규제를 완화하기로 한 7월 1일부터 확진자 수가 급격히 늘기 시작했다. 특히 수도권의 거리두기 제한을 피해 천안의 식당에서 회식과 모임을 즐기려던 `원정객'들이 몰려들면서 지난 8일부터 17일까지 열흘간 163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하루 평균 16.3명꼴로 지난달에 비해 5배 이상 감염자가 늘어난 것이다.

상황이 악화하자 천안시가 고강도 대책을 내놓았다. 정부가 충남지역의 거리두기 제한을 해제했음에도 불구, 시는 지난 14일부터 3단계에 준하는 강화한 거리두기 지침을 발표하고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또 유흥, 노래방, 단란, 감성주점, 헌팅포차 등에 대해 밤 10시 이후 영업을 제한했다. 모처럼 풍선효과로 인한 특수를 기대했던 업계 입장에서는 당연히 반발할 만한 조치였다. 하지만 코로나 시국에서 유례가 없을만한 `놀라운 반전'이 일어났다. 업주들이 자발적으로 두 차례에 걸쳐 휴업 결정을 내린 것. 처음에 16~18일까지 사흘간 휴업을 결정했던 유흥업협회, 노래방협회 등은 확산세가 멈추지 않자 18일 밤 긴급회의를 통해 또다시 21일까지 휴업을 연장했다. 상황이 심각해진다면 3차 휴업 연장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박상돈 천안시장이 감격의 화답을 했다. 박 시장은 19일 비상 간부회의에서 “장사가 안돼 생활고를 겪고있는 데도 불구, 휴업 연장 결정을 해줘서 너무 감사하다”며 업계의 결정에 숙연히 찬사를 보냈다.

박 시장은 자신의 SNS계정에서도 이같은 말을 했다. “850개소에 달하는 유흥업, 노래방 업주님들이 너무나 자기희생적 결정을 해주셨다. (막대한 손실에 대해) 어떻게든 보답해야 할텐데…. 걱정이다”.

지자체의 예산으로는 엄두를 못낼 자영업 손실 보상금. 이젠 정부가 뭔가 제대로 된 답을 해야 할 때 아닐까. 여전히 코로나 지원금을 놓고 샅바 싸움만 하고 있는 당정과 정치권의 행태가 안쓰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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