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대유행과 백신 보릿고개
4차 대유행과 백신 보릿고개
  • 엄경철 기자
  • 승인 2021.07.15 19: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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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논단
엄경철 선임기자
엄경철 선임기자

 

14일 오후 재개된 50대(55~59세) 백신 예방접종 사전예약 사이트에도 여전히 접속자가 몰렸다. 이날 오후 8시에 재개된 백신 예방접종 사전예약 사이트는 예약희망자들이 몰리면서 밤늦게까지 접속장애가 이어졌다.

50대 백신 예방접종 사전예약 첫날 폭주사태 수준은 아니었지만 사이트 접속에 애를 먹기는 마찬가지였다.

예방접종 사전예약 첫날인 지난 12일 0시부터 17일 오후 6시까지 진행하기로 했던 55~59세 사전예약은 예고도 없이 이날 오후 3시30분쯤 마감됐다. 이날 최대 80만명의 예약자가 몰려 사이트가 마비되는 사태를 빚었다.

그런데 접수 반나절 만에 중단된 백신 예방접종 사전예약에 대해 대상자들에게 전혀 고지가 되지 않았다. 그뿐만 아니다. 중단된 백신 예방접종 사전예약 재개 사실도 대상자들에게 통보되지 않았다. 50대 대상자들은 언론을 통해 사전예약 중단과 재개 사실을 접해야 했다.

코로나19가 발생한 이후 수시로 안전문자를 보낸 방역당국이다. 코로나19 뿐 아니라 집중호우, 폭염, 한파 등 당국의 재난과 관련한 문자메시지는 이제 일상이 됐다. 그런 점에서 지금 국민들이 가장 관심이 큰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대해 대상자에게 안내문자 한번 보내지 않았다는 것은 이해가 안 된다.

무엇보다 세계적인 IT 강국임을 자부하는 나라에서 백신접종 예약 신청 때 마다 사이트 접속 장애가 발생하고 있으니 쓴웃음이 나온다. IT 인프라가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인지 방역당국의 시스템 문제인지 알 길이 없다.

코로나19가 시작된 지 1년 반이 지났다. 유행 초기엔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팬데믹이라서 방역당국이 우왕좌왕했다고 이해된다. 그땐 정부도 국민도 그럴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다. 하지만 1년 반이 지난 시점에서 정부와 지자체의 방역시스템이 안정적으로 운영될 법도 한데 여전히 불안정한 것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는 발생 초기에도 그랬고, 지금도 국민들의 협조와 정부 신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러나 일련의 사태를 접하면서 국민에게 언제까지 희생을 강요하고 협조를 구할 것인가 싶다.

국민들은 장기화되는 코로나19 사태에 지쳤다. 사회적거리두기 방역수칙을 위반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직격탄을 맞은 자영업자들이 못 살겠다며 거리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1년까지는 상황이 상황인 만큼 인내하고 코로나 종식만을 기대하고 있던 국민들이 이젠 그 인내력을 잃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와중에 4차 대유행이 시작됐다. 연일 1000명대의 확진자가 나오고 있다. 더위까지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코로나19 델타형 변이가 확산일로에 있다. 개선되지 않는 코로나19 환경은 국민들의 백신 접종에 대한 욕구를 더 강화시키고 있다.

하지만 우린 백신 보릿고개라는 말이 나오는 국가다. 백신확보 문제 등 정부가 불안감을 씻어주지 못한 탓이기도 하다.

이제라도 흐트러진 감염병 방역시스템을 재점검하고 추스려야 한다. 국민들의 불신이 더 커지고 호응이 떨어진다면 더 큰 위기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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