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살아야 하나
어떻게 살아야 하나
  • 김금란 기자
  • 승인 2021.07.14 20: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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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김금란 부국장
김금란 부국장

 

우리는 말한다.

세상에 노력해서 안 되는 일이 없다고.

타고난 천재도 노력하는 사람을 이길 수도 없다고.

하지만 살다보면 잘되는 일보다 안 되는 일이 더 많다는 것을 깨닫는다.

또한 성공할 확률보다 실패할 확률이 더 높다는 사실도 알게 된다.

그래서 팔자 탓도 하고, 조상 탓도 하고, 부모를 향한 원망도 쏟아낸다.

비교당하며 사는 인생.

학창시절엔 공부 잘하면 모범생 소리를 듣는다.

대학에 들어가면 학교 간판과 입학 전형에 따라 학벌 카스트로 좌절을 맛본다.

지방 대학에 다니면 지잡대로 부르고, 선발 전형에 따라 기균충(기회균형선발전형 합격자), 지균충(지역균형선발 전형 입학자) 등 벌레(蟲)로 비유해 부르기도 한다. 수시와 정시전형에 따라 본교와 캠퍼스에 따라 성골, 진골로 나누고, 재수와 삼수, 편입에 따라서도 학벌 지상주의를 내세운다. 같은 대학이라고 다 같은 대학이 아닌 모양이다.

부모의 재력, 집안, 학벌, 스펙 등으로 계층을 나누는 수저 계급론도 상처로 남는다.

나무 위키에 따르면 수저도 같은 수저가 아니다. 다이아몬드 수저, 금수저, 은수저, 동수저, 플라스틱 수저, 흙수저로 구분해 21세기 신분제에 청춘을 옭아맨다.

공정과 상식 앞에 무릎 꿇고 코로나19 앞에 숨조차 쉬지 못하는 국민의 삶을 책임지겠다며 수십 명이 내년 대통령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여당, 야당 할 것 없이, 내 편, 네 편 할 것 없이 오로지 물고 뜯으면서도 저마다 적임자라고 외친다.

자고 나면 뛰는 집값도 잡겠다고 하고, 무주택자를 위한 수십만 호의 집도 공급하겠다고 하고, 개천에서 용이 나는 나라도 만들겠다고 한다.

상대의 공약은 포퓰리즘이라며 비난하면서도 자신의 공약은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다며 자화자찬도 서슴지 않는다.

아이러니한 일은 대선 출마자 모두 장관, 국회의원, 총리, 도지사, 총장 등 내놓은 공약을 이행할 수 있는 직에 있었다. 현직에 있을 땐 못 한 일을 대통령이 되면 하겠다고 하니 이런 무책임한 말이 어디 있나.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최근 미국 조지아주에 있는 작은 마을 플레인스가 들썩였다. 올해 96세인 지미 카터 전 대통령과 93세인 부인 로잘린 여사의 결혼 75주년 기념식에 참석하기 위해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 전 민주당 대선 후보 부부,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테드 터너 CNN 창업자 등 유명인이 대거 몰려왔기 때문이다. 1976년 대선에서 승리해 39대 대통령을 지낸 카터 전 대통령은 퇴임 후 한 번에 수십억 원씩 받는 강연이나 기업 이사회 활동에 나서지 않았다. 백악관 생활을 경제적으로 이용하고 싶지 않다는 게 이유였다. 대신 그가 선택한 일은 저소득층을 위한 집짓기 운동인 해비타트 활동에 집중했다. 퇴임 후 고향으로 돌아온 그는 정치에 입문하기 전 부부가 50년 전에 지은 집에 살고 있다. 주택 가격은 우리나라 돈으로 약 2억5000만원. 집도 자녀에게 상속하지 않고 국가에 기부해 박물관을 만든다. 그는“부자가 되는 것은 결코 내 야망이 아니었다”고 당당히 말한다.

대통령 출마자들은 오늘도 서로를 향해 으르렁댄다. 정치에 대한 무관심은 무책임을 부를 수 있다고 하는데 무책임한 정치인을 향해 관심을 가져야 하는 지 고민이 깊다.

머릿 속이 복잡하니`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라는 기형도 시인의 시`낙화'한 줄 곱씹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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