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퍼들은 결코 호구가 아니다
골퍼들은 결코 호구가 아니다
  • 하성진 기자
  • 승인 2021.07.11 20: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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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하성진 취재팀(부장)
하성진 취재팀(부장)

 

“한 달간 `골프 안 하기 대국민 운동'이라도 해야 제 배만 불리는 골프장들, 정신이 번쩍 들지 않을까?”

골프를 좋아하는 한 지인이 몹시 격앙돼 한 말이다. 코로나19로 해외여행이 막히고 골프 인구도 증가한 틈을 타 국내 골프장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일제히 그린피를 올렸다는 부연 설명이 뒤따랐다.

그린피 인상도 문제지만, 1억원이 넘는 회원권을 갖고도 부킹이 `하늘의 별 따기'가 됐다는 현실을 부정하며 푸념도 쏟아냈다.

코로나19 시대에서 골퍼들이 제 돈으로 비싼 그린피를 내고 골프장을 찾으면서도 그 골프장들을 꼬집고 비난한다. 역설적이지만, 작금의 현실을 보면 그럴 만도 하다.

골프장이 코로나19 반사이익으로 호황을 누리면서 이용객들에게 예년보다 두 배 이상 높은 그린피를 받고 있다. 골퍼들이 라운딩을 마치고 저녁 술자리에서 안주 삼아 코로나 특수에 신난 골프장들을 향해 온갖 욕설을 퍼붓는 이유기도 하다.

충북의 18홀 대중제 골프장만 봐도 그린피가 평일은 15~20만원 안팎, 주말은 20~25만원에 달한다.

카트비와 캐디피까지 더하면 1인당 25~30만원 가까운 돈을 들여 라운딩해야 한다.

일부 대중제 골프장은 특수효과에 힘입어 회원제 골프장의 비회원 기준 가격을 추월하는 기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전국 대중제 골프장 가운데 입장료 상승률이 가장 높은 곳은 다름 아닌 충북 등 충청권으로 나타났다.

지난 1년간 충청권 퍼블릭 골프장(41개소 기준) 입장료 상승률은 주중 24.3%, 토요일 21.7%였다.

반면 회원제 비회원 입장료 상승률은 10.3%, 12%에 머물렀다.

상당수 골퍼가 이런 상황을 방관하고 있는 정부와 자치단체에 민원을 넣고 있지만 손쓸 방법이 없다.

민간업체의 가격 경쟁에 행정이 개입할 근거가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정부의 세금 감면 등 혜택은 혜택대로 받고 시장 논리를 앞세워 폭리를 취하면서 사실상 골프장들만 배를 불리고 있다는 비난이 나오고 있다.

최근 충북도가 도내 골프장 37개소에 과도한 그린피 인상을 자제하라는 공문을 보냈지만, 대부분 골프장은 미동조차 하지 않고 있다.

그린피가 폭등하는 속에서 청주의 한 대중제골프장이 눈길을 끄는 `이벤트'를 발표했다.

청주 떼제베CC인데, 전국 최초로 그린피를 인하하는 `통 큰 결정'을 했다.

이 골프장은 오는 29일부터 그린피를 최고 27% 내린다고 한다.

기존 주말과 휴일에 최고 26만원, 주중 최고 20만원이던 그린피를 15~19만원선으로 인하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1인당 최고 5~7만원, 팀당(4인 기준) 20~28만원까지 비용을 절약할 수 있게 된다.

골퍼들 사이에서는 코로나19 호황을 누리는 다른 골프장들도 이참에 그린피를 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비등해지고 있다.

떼제베CC의 `통 큰 결정'이 자극제로 작용해 다른 대중제 골프장들도 그린피를 인하해야 한다는 얘기다.

세계적으로 코로나19 백신접종이 속도를 내면서 연말이면 일상으로의 복귀가 가능하다는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해외 골프의 문이 열리면 국내 골프장으로 몰려들었던 골퍼들이 분산된다.

충북도 마찬가지다. 골퍼들은 결코 `호구'가 아니다. 코스 관리에는 손을 놓은 채 그린피 인상에만 혈안이 된 몇몇 골프장을 반드시 기억할 것이다. 이제라도 골프장들이 `이미지 메이킹'에 나서야 하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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