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고택이 품은 여유
전통 고택이 품은 여유
  • 윤나영 충북문화재硏 문화재활용실장
  • 승인 2021.07.11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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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시선-땅과 사람들
윤나영 충북문화재硏 문화재활용실장
윤나영 충북문화재硏 문화재활용실장

 

이제는 지나갔나 했는데 다시 시작이다. 연일 천 명이 넘게 치솟는 확진자 숫자를 보니, 걱정과 두려움, 답답함 등등 만감이 교차한다. 얼마 전 백신 접종이 활발히 진행될 때만 해도, 올여름에는 여행을 할 수 있겠구나 싶었지만 그런 우리의 느슨한 마음을 비웃기라도 하듯, 코로나19가 다시 맹렬히 확산되니, 아무래도 우리들의 집콕 생활이 당분간 계속되어야 하나보다.

이런 시기이기에 더더욱 “집”이 가지는 의미가 각별하다. 사실 어느 시대에서나 집은 거주자의 취향과 생각을 담는 그릇이자 동시에 당 시대의 생활과 문화, 사상을 담은 공간이었다. 그래서 선조들이 머물며 생활했던 전통 고택들은 그저 오래된 건축물이 아닌, 선조들의 취향과 문화, 더 나아가 그들의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는 공간이 되기도 한다.

우리나라의 전통 고택은 서양의 주택과 다른 3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다. 우선 우리나라에서 집은 먹고, 자고, 생활하는 생활의 공간을 넘어, 땅의 기운을 받아들이는 공간이며, 자연과 사람이 하나가 되는 공간이었다. 그래서 집터의 선정이 무엇보다 중요했고, 좋은 집터를 찾기 위하여 풍수지리 사상이 발달하기도 하였다. 두 번째 전통 고택에는 폐쇄성과 개방성이 함께 공존한다. 한옥의 구조를 살펴보면 온돌로 된 방과 나무로 된 마루가 늘 함께 있다. 그래서 겨울철 문을 닫고 온돌을 지피면 따끈따끈하면서도 아늑한 공간이 되고, 여름철 마루에 나와 앉으면 뒤쪽의 산과 앞쪽의 강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자연의 바람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열린 공간이 되기도 한다. 더욱이 방과 마루 사이에 미닫이문을 들어 올려 걸어두면 집 전체가 열린 공간으로 개방되기도 한다. 마지막 세 번째 특징은 나누어진 듯 하나인 공간이다. 우리 전통 고택은 대부분 남성들이 머물렀던 사랑채와 여성과 아이들이 머물렀던 안채, 하인들이 머물던 행랑채 등 거주자의 성별과 신분에 따라 별도의 공간을 구성하였다. 그리고 각각의 공간에는 마당과 낮은 담장을 두어 독립된 공간으로 구성하였고, 이 모두를 감싸는 바깥 담장을 두어 하나의 공간으로 완성하였다.

우리 전통 고택이 가진 이 3가지 특징은 역설적이게도 지금 우리가 처해있는 상황과 너무나 잘 맞아 들어간다. 각각의 독립적인 공간이 있기에 가정 내에서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가능하고, 폐쇄성과 개방성을 함께 지니고 있으니, 집콕 생활을 하더라도 답답하지 않고, 집 안에서도 자연과 하나가 될 수 있으니 굳이 밖으로 돌아다니지 않아도 되니 말이다.

한옥의 이런 특징을 살려 코로나 시국에 맞게 기획된 여행 프로그램에선 외국인들의 한옥 스테이 체험을 주요 콘셉트로 하였고, 그 결과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그런데 만약 전통 한옥, 그것도 요즘 지어진 한옥이 아니라 옛 선조들이 정말 머물며 생활했던 문화재로 지정된 고택에서 여유롭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어떨까? 아마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갖지 않을까? 그런데 그런 기회가 멀지 않은 곳에 마려되어 있다.

2020년부터 문화재청은 우리 전통고택이 가진 매력을 알리고, 국민들이 직접 느끼고 향유할 수 있도록 <고택종갓집> 활용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올해도 전국 40곳의 고택과 종갓집을 선정하고, 각 고택마다 특색을 살린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며, 충북에서는 괴산 홍범식 고가와 제천 청풍문화재단지에서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또 활용 프로그램이 아니더라도 충북 40여건 정도의 문화재로 지정된 고택과 고가들이 각 지역에 산재해 있다.

코로나와의 싸움이 끝나려면 아직도 갈 길이 요원하다. 이제 곧 휴가철이지만 당분간은 사회적 거리 유지를 위해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은 피해야 하니, 이럴 때 가족끼리 단출히 한적한 고택을 찾아가 지친 심신을 달래보는 것은 어떨까? 지금이야말로 그 어느 때보다 마음의 힘과 여유를 찾아야 할 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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