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알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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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경은 단재기념사업회 사무국장
  • 승인 2021.07.11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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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가는대로 붓 가는대로
배경은 단재기념사업회 사무국장
배경은 단재기념사업회 사무국장

 

사업회 일을 하다 보면 가끔 이상하고도 재미있는 전화를 받곤 한다. 단재 선생이 북경으로 망명을 간 것이 아니고, 731부대로 끌려가서 모진 생체 실험 속에 죽었는데 그걸 아느냐는 전화부터 단재가 쓴 글씨와 낙관이 찍힌 문서를 갖고 있으니 확인해달라는 이, 단재가 지은 책이 나에게 있으니 얼마를 쳐 줄 건지 등의 전화다. 작년에 자주 받은 전화는 단재의 후손들이 단재가 망명 전에 살았던 서울 삼청동 집터 소유권 이전 소송에서 패소했을 때 울분을 참지 못하고 국가가 이래도 되는지에 대한 토로의 전화였다. 올해 역시 소유권 이전 항소심에서도 패소하고 말았다. 일제 강점기, 많은 이가 친일을 했고 그것이 자연스러웠다고 할지라도 독립운동 했던 이들의 재산을 이제는 보호해주는 것이 국가의 역할이 아닌가. 파렴치하게도 국가는 “해당 토지가 단재 소유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또 국가가 독립유공자들이 일제 강점기에 침탈당한 재산권을 그 후손에게 귀속시킬 의무를 가진다고 볼 수도 없다.”고 판결했다.

아울러 당시 단재 재산은 일제에 피탈 당했다는 증거도 없을뿐더러 연보에도 구체적인 주소나 거주지의 소유권 존부가 나와 있지 않아, 삼청동 토지가 단재 소유라고 인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한, 국가배상책임에 대해서는 “국가에 `독립유공자들이 일제 강점기에 억울하게 침탈당한 재산권을 회복시켜 그 후손에게 귀속시킬 작위의무'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국가가 객관적 정당성을 결여해 현저하게 불합리한 부작위로써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을 위반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하지만 정부는 지난 2006년에 친일반민족행위자들의 재산 환수 작업을 벌였던 적이 있다. 그렇다면 당연히 독립운동가의 빼앗겼던 재산은 후손에게 돌려줄 의무가 있음에도 그것에 대한 것은 어떤 관련 법안도 마련되어 있지 않다. 아니 발의는 되었지만 폐기되기 일쑤다.

하도 속이 답답해 요즘 단재가 남긴 역사서 `조선상고사'를 구입했다. 정신줄 잡아도 읽어내기 힘든 책이란다. `조선상고사'를 만화로 출판한 것도 있어 우선 만화책으로 먼저 보자고 재미 삼아 읽고 있다. 단재의 매력은 독립을 위해 많은 일을 했지만, 그중에서도 위인전을 써서 민중을 각성시킨 점이다. 아마도 독립운동가 중에 유일할 것이다. 특히 주목할 인물이 있다. 고구려 장수 연개소문이다. 구전으로 전해지는 `갓쉰동전'의 주인공이며, 단재 선생은 중국 답사와 고증을 통해 `규염객전'이라는 이야기의 주인공이 바로 연개소문이라고 밝혔다. 즉, 갓쉰동이와 연개소문은 동일인물이다.

영화 `안시성'의 주인공, 연개소문. 그의 용맹과 리더십은 영화에도 잘 녹아있다. 당태종이 안시성 싸움에서 패하고 후유증으로 죽었다는 것은 역사 공부를 좀 한 사람은 다 안다. 중국의 경극에도 등장하는 연개소문의 모습, 그를 포악함과 카리스마를 동시에 지닌 영웅으로 묘사하고 있다. 중국사서와 삼국사기에는 연개소문을 부정적으로 그렸지만, 단재는 그렇게 평가하지 않는다. 특히 단재는 삼국사기를 주체적 역사의식 없이 중국의 입맛에 맞도록만 쓰인 역사서라고 비판했다.

우리는 `역사란 무엇인가'라면 E.H 카를 떠올리며, `역사란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이다'라고 그의 어록을 외우고 있다. 단재의 저서 `조선상고사' 첫머리엔 `역사란 인류사회의 아(我)와 비아(非我)의 투쟁이 시간적으로 발전하고 공간적으로 확대되는 심적 활동 상태에 관한 기록'이라는 말로 시작된다. 얼마나 멋지고 가슴을 울리고 여운이 남는 말인가. 엄혹했던 시절 국가의 완전한 독립을 위해 자신을 죽음으로까지 몰아쳐 갔던 이. 그를 제대로 알고 기억하는 것은 역사를 마주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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