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박탈감 준 1급 비서관
청년 박탈감 준 1급 비서관
  • 강대식 법학박사·충북정론회 고문
  • 승인 2021.07.07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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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 포럼
강대식 법학박사·충북정론회 고문
강대식 법학박사·충북정론회 고문

 

공무원의 하반기 인사시즌이 지나갔다. 공직에서 퇴직을 하여 떠나는 사람도 있고, 승진을 하거나 부서 이동으로 자리를 옮기는 사람도 있다. 좋든 싫든 공직자는 기관장의 인사발령에 따라 움직여야 한다. 삼십년을 넘게 공직에 봉사해도 퇴직할 때 많은 사람은 5급 정도에서 멈추거나 그 이하 직급에서 퇴직하는 사람도 있다. 올라갈수록 자리는 한정되어 있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기는 하다. 그렇기 때문에 승진에 명운을 걸고 줄을 서기도 한다.

보통 사람이 공직에 나가기 위해서는 공무원 시험에 합격해야 한다. 자신의 능력에 따라 9급, 7급, 5급을 선택할 수 있지만 높은 급으로 올라갈수록 경쟁이 상대적으로 치열할 수밖에 없다. 밤낮으로 시험공부에 매달리며 몇 년씩 공부를 하고도 합격하지 못해 공직을 포기하는 사람도 많다. 과거에는 대기업을 선호했지만 요즘 들어서는 안전한 직장으로 공무원을 택하는 젊은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만큼 공무원에 대한 대우가 좋아졌다는 것이고, 퇴직 후에는 평생 연금을 수령하며 삶의 질을 윤택하게 보장받을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 우리 사회에 아무런 경력이나 공무원 선발시험에 합격하지 않고도 특별한 고위직을 쉽게 꿰차는 특수한 사람도 있다. 각 단체장에게 주어진 특권에 따른 임명직이 그 예이다. 정무직으로 불리는 그 자리는 아무리 높은 자리라 하여도 경력이나 단계가 필요 없다. 임명권자가 원하면 경력이나 능력 여부에 대한 검증 없이 임명하여도 아무 문제가 없이 지나간다.

얼마 전 청와대가 25살의 박성민을 청년비서관으로 임명한 것이 한 예이다. 그의 경력을 보면 대학교 재학생에 더불어민주당 청년대변인과 지명직 최고위원을 지낸 것이 눈에 띌 뿐이다. 그럼에도 1급 상당의 별정직 공무원에 임명되었다. 고시에 합격하고 25~30년을 공직에 봉사하여도 쉽게 올라갈 수 없는 최고위직 공무원 직급이다.

공무원이 되기 위하여 밤을 새우며 고군분투하는 수험생이나 평생을 공직에 봉사하면서도 5급에 이르지 못하고 퇴직해야 하는 공무원들이 이 상황을 어떻게 느낄까를 청와대는 과연 고민해보고 임명한 것인지 묻고 싶다. 지명직으로 여당 최고위원과 청와대 1급 비서관에 낙점된 것을 보면 아무리 능력이 있어도 이런 인사결과에는 고개가 갸우뚱거려진다. `대통령 찬스'를 이용한 특혜가 아닌가. 청년의 시각으로 젊은 세대의 고민을 살펴보겠다는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사회 경험이 미천하고, 20대 초반 대학 2학년 재학 시 정당에 입당하여 지금까지 걸어온 행보에서 과연 얼마만큼 청년세대의 리더로서 역할을 해왔으며 청년정책에 도움이 되었는지도 의문이다. 국민의 힘 대표에 젊은 이준석이 당선되어 인기가 높아졌다고 하여 청와대 비서진 한명을 젊은 사람으로 임명했다고 추락한 현 정권의 인기를 올라갈 것으로 생각했다면 자가당착(自家撞着)이다. 오히려 이러한 인사는 공정을 파괴하는 것이다. 노력 없이 부(富)를 세습 받아 어린 나이에 백만장자 대열에 합류한 금수저 부류와 무엇이 다른가. 청년들은 공정하지 못한 상대적 박탈감을 더 가슴 아파한다. 9급 공채에 합격하기 위해 밤을 낮 삼아 피땀 흘리고 있는 청년들 가슴에 대못을 하나 더 박는 우(愚)를 범한 꼴이다.

되돌아보면 누구에게나 그 사람이 앉았던 흔적은 있다. 이 정부도 그럴 것이다. 떠나가더라도 남겨진 흔적은 깨끗해야 한다. 지저분하고 천하다고 국민이 느낀다면 오래도록 이 정부에 대한 평가는 혹평으로 남을 것이다. 지난 4년을 돌아보아도 깨끗한 이미지가 많지 않았는데 더 큰 정으로 쪼아내 보기 흉한 흉터를 추가하는 과오는 인제 그만 그쳐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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