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에 쓸데없는 짓 전쟁과 다툼
천하에 쓸데없는 짓 전쟁과 다툼
  • 구숙진 kpca 그림책 지도사
  • 승인 2021.07.01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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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그릇에 담긴 우리 이야기
구숙진 kpca 그림책 지도사
구숙진 kpca 그림책 지도사

 

“쇳조각 세 개가 나왔습니다.”라며 내어 준 파편들! 14년 전 돌아가신 아버지 유골과 함께 나온 것들이다. 6·25 전쟁 참전 중 날아온 포탄은 파편이 되어 머릿속으로 들어와 60여 년을 아버지와 함께 지내온 쇳조각들이다. 엄마는 하얀 손수건에 고이 싸가지고 온 의안義眼과 함께 아버지 유골 옆에 묻어 드렸다.

새신랑이던 아버지는 참전으로 한쪽 눈을 잃고 머릿속에 들어온 쇳조각은 뇌의 일부분인양 지닌 채 살아야 했다. 그 쇳조각은 나머지 눈의 시신경마저 병들게 했고 아버지는 점점 눈이 어두워져 가족들마저도 실루엣과 목소리로 알아봐야 했다. 그러니 아버지는 늘 긴장하고 신경을 곤두세우셔야 했을 것이다. 살아 돌아온 걸 감사함으로 여긴 할아버지와 새댁이었던 엄마의 보살핌으로 아버지는 몸과 마음을 잘 추스를 수 있었다고 한다.

전쟁은 이렇듯 개인과 한 가정 더 나아가 사회와 국가에 악영향만 끼친다. 그런데도 여전히 세계 곳곳에서 전쟁은 일어나고 있다. 자유를 쟁취하기 위해, 영토를 더 넓히기 위해, 종교적인 이유 등을 내세워 싸움을 벌이고 있다.

전쟁과 더불어 평화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기에 적절한 그림책이 있다. 아이들뿐 아니라 성인들과 함께 봐도 괜찮은 <왜?/니콜라이 포포프/현암사/2000>라는 그림책이다.

러시아에서 태어나고 자란 작가는 전쟁으로 인해 평화롭던 마을이 황폐해지고, 손이 잘려나간 친구, 팔이나 다리가 없이 고향으로 돌아오는 농부들을 봐야 했다. 어린 나이에 전쟁을 겪은 작가는 그 시선으로 싸움의 폐해를 고스란히 그림책에 그려 넣었다.

널따란 바위 위에 앉아 꽃을 보며 상념에 젖은 듯한 개구리의 모습이 있는 앞표지 그림! 어떤 책의 내용일지 물어보면 열이면 열 모두를 평화롭고 희망적으로 예측하게 하는 장면이다. 마지막 장면과 대비되는 그림으로 책의 내용을 극대화하려는 작가의 장치일 거라 짐작해 본다.

땅속에서 우산을 들고 튀어나온 쥐 한 마리, 개구리가 앉았던 자리와 쥐고 있던 꽃을 빼앗는다. 억울한 개구리는 동료들을 데리고 와 다시 빼앗는다. 1 대 3으로 당했으니 더 억울한 쥐는 무기를 장착한 친구들과 함께 다시 온다. `아이 싸움이 어른 싸움 된다.'라는 우리 옛말과 같은 상황으로 번져갔다.

앞표지와 대비되는 장면인 마지막 장은 비참하다. 너덜너덜해진 쥐의 우산을 들고 있는 개구리, 시들은 꽃 한 송이 들고 있는 쥐! 전리품으로 상대방의 물건을 빼앗긴 했으나 쓸모가 없어진 것들이니, 욕심이 부른 참사만 남았다.

이 책은 글자 없는 그림책이다. 스토리 구성이 분명하지 않은 책들이 많아 글텍스트에 익숙한 어른들은 어려워하는 분야의 책이다. 이럴 땐 `글자 없는 그림책은 어린이가 어른들에게 새롭게 읽어줄 수 있는 책'이라는 혹자의 말을 믿고 아이들에게 주도권을 줘 보자. 한결 재미있어 질 것이다.

그리고 느끼게 해 보자. 어린이들이 전쟁의 어리석음을 이해한다면, 얼마나 쉽게 사람들이 폭력에 빠져들 수 있는지 안다면 혹여 친구와의 다툼이 있다 하더라도 어느 시점에서 멈출지, 다툼이 얼마나 쓸데없는 짓인지 그리고 그들이 자라서 평화를 지킨다는 게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줘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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