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배만 불리는 골프장 제동 걸어야
제 배만 불리는 골프장 제동 걸어야
  • 하성진 기자
  • 승인 2021.06.27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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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하성진 취재팀(부장)
하성진 취재팀(부장)

 

몇 년 전만 해도 `골프'하면 귀족 스포츠라는 인식이 짙었다. 골프에 입문하려면 고가의 레슨비를 들여야 하는 데다 라운딩 비용도 만만찮은 까닭이다.

해를 거듭할수록 대중제로 전환하는 골프장이 늘어나고, 나인홀 퍼블릭도 속속 등장하면서 골프는 이제 대중과 친숙한 스포츠가 됐다.

지난해 초 우리나라에 발생한 코로나19는 의도치 않게 골프와 가장 밀접한 관계가 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속에 해외 골프가 막히면서 국내로 수요가 몰린 것이다. 코로나19로 골퍼들이 모두 국내 골프장을 찾는 탓에 역대 최악의 `부킹 전쟁'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문제는 골프장이 그야말로 호황을 누리면서 이용객들에게 예년보다 두 배 이상 높은 그린피를 받고 있다는 점이다. 코로나 특수에 신난 골프장들을 향한 골퍼들의 불만이 높아지는 게 당연하다.

충북의 18홀 대중제 골프장만 봐도 그린피가 평일은 20만원 안팎, 주말은 25만원에 달한다. 카트비와 캐디피까지 더하면 1인당 30만원 가까운 돈을 들여 라운딩을 해야 한다. `웃픈'현실은 이 돈을 주고도 예약이 꽉 차 부킹 자체가 `하늘의 별 따기'라는 사실이다.

정부는 골프 대중화를 위해 퍼블릭 골프장에는 일반세율을 적용, 회원제보다 1인 입장료에서 4만원 가량의 세제 혜택을 주고 있다.

일반세율 적용과 함께 개별소비세가 면제되면서 대중제 전환 후 입장료를 인하할 만도 하지만 대다수 골프장이 외면하고 있다. 되레 충청권을 포함, 골프장 이용료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추세다.

특히 매출액 대부분을 차지하는 대중제 골프장의 그린피는 하루가 멀게 오르고 있다.

코로나 특수로 충청권 회원제·대중제 골프장의 매출액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가 최근 발간한 레저백서 2021에 따르면 국내 골프장산업 규모가 처음으로 7조원대를 돌파했다.

지난해 국내 골프장산업의 전체 시장규모(입장료, 카트피, 식음료 포함, 캐디피 포함)는 7조66억원에 달했다.

전년(2019년) 대비 18.3% 증가한 것으로 역대 최고치다.

충청권 회원제·대중제 골프장의 지난해 매출액(캐디피 제외)은 7486억원이다.

대중제 골프장 6286억원, 회원제 골프장 1200억원이다. 2015년 매출액(4397억원)과 비교하면 무려 70.3%, 7099억원이나 늘어났다.

일부 대중제 골프장은 특수효과에 힘입어 회원제 골프장의 비회원 기준 가격을 추월하는 기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전국 대중제 골프장 가운데 입장료 상승률이 가장 높은 곳은 다름 아닌 충북 등 충청권으로 나타났다. 골퍼들의 화를 더욱 치밀어오르게 하는 것은 비싼 그린피를 받으면서도 페어웨이나 그린 등의 코스 관리가 엉망이라는 점이다.

상당수 골퍼가 이런 상황을 방관하고 있는 정부와 자치단체에 민원을 넣고 있지만 손쓸 방법이 없다.

민간업체의 가격 경쟁에 행정이 개입할 근거가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정부의 세금 감면 등 혜택은 혜택대로 받고 시장 논리를 앞세워 폭리를 취하면서 사실상 골프장들만 배를 불리고 있다는 비난이 나오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는 지금이라도 골프장들의 `배짱 영업'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

세금 감면 혜택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더 나아가 골프장 이용료를 규제할 수 있는 규정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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