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인식:성철스님과 김성근 감독
자기인식:성철스님과 김성근 감독
  • 양철기 교육심리 박사·원남초 교장
  • 승인 2021.06.24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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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으로 보는 세상만사
양철기 교육심리 박사·원남초 교장
양철기 교육심리 박사·원남초 교장

 

평생 타협 없는 용맹정진(勇猛精進)으로 한국 불교계의 선(禪)을 일으켜 세운 성철스님(1912~1993)은 불교 최고의 선사였다. 스님은 자신에게 면담을 요청하는 사람에게 먼저 불상을 향해 3000배를 하게 했다고 한다. 성철스님의 괴팍한 성질 때문일까, 아니면 자신이 추앙받고 싶어서일까?

야구의 신(神)으로 불린 김성근 감독은 프로야구 선수에게도 혹독한 지옥훈련을 시키는 것으로 유명했다. 우천으로 경기가 없는 날에도 선수들에게 하루 1000번 이상 방망이를 휘두르게 했다.



#성철스님과 김성근 감독

한 번에 3000배를 한다는 것은 웬만한 스님도 해내기 쉽지 않은 일이다. 성철스님은 방문객이 3000번 절하는 과정에서 스스로 질문하고 스스로 답할 수 있게 했다. 면담을 요청한 사람 중에는 성철스님을 만나지 않으면 안 될 절박한 사연이 있을 수도 있다. 그 사람이 3000배를 하면서 `나는 왜 여기 있는가, 나는 왜 이렇게 절을 하고 있는가, 나의 문제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하게 된다. 그리고 언제나 답은 자기 자신 안에 있다. 어떤 사람은 천 번 정도 절을 하다가 스스로 답을 얻고 하산하는 경우도 있었을 것이다.

김성근 감독의 지도를 받은 박재홍 선수는 그의 훈련에 대해 “방망이를 1000번 정도 휘두르다 보면 스스로에게 많은 질문을 하게 된다. 내가 왜 방망이를 휘두르고 있는지, 나는 왜 야구를 하는지, 어제 그 타석에서 왜 공격적이지 못했는지 등등”, 그리고 스스로 답을 얻게 된다고 했다. 김성근 감독은 한때 한물갔다고 여겨졌던 박재홍 선수에게 왜 야구를 해야 하는지 자문할 수 있게 해 줌으로 위대한 선수로 거듭날 수 있게 해주었다.



#자기인식(Self Awareness)

자기인식(Self-awareness)은 자신에게 끝없이 질문하고 그 대답을 스스로 찾아가는 과정이다. 자기인식이 높은 사람은 자신의 가치와 목표에 대해 이해할 줄 알고, 자신이 어디로 향해 가는지 아는 사람이다.

어렸을 때 필자는 지성을 갖춘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더 공정하고 바른 행동을 하는 사람으로 생각했다. 선거철이 되면 고향의 어르신들은 “저기 봐, 서울대 나온 사람이잖아, 고시 합격한 사람인데 어련히 잘 하지 않겠어”라고 했던 기억이 난다. 공부를 잘하고 어려운 고시 같은 것에도 합격한 사람은 인지적 왜곡 없이 이상한 신념에 경도되지 않고 자기인식이 높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나쁘지 않은, 지성적인 사람들이 충격적으로 이상한 신념에 경도되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된다. 말도 안 되는 유튜브 동영상을 신봉하기도 하고 극우적인 메시지를 카톡으로 퍼 나르는 정상적인 지인들을 심심찮게 보게 된다.



#앎의 자기쇄신

3000배를 하거나 1000번씩 방망이를 휘두르지는 못하지만, 각자의 삶에서 자기인식을 하는 최선의 방법은 무엇일까?

자기 신념을 지키면서도 언제나 내가 틀릴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는 것이다. 그리고 내가 틀렸을 때 그것을 인정할 수 있는 자세를 갖는 것이다. 내가 보고 싶은 것만을 보고 현실을 내 신념에 끼워 맞추고 싶을 때가 많다. 결코 틀리고 싶지 않고 옳은 말만 하고 싶다. 하지만 그것은 그 누구도 도달할 수 없는 영역이다. 결국, 끝없는 자기질문과 앎의 자기쇄신이 필요할 뿐이다.

3000배를 마치고 온 방문객에게 성철스님은 단지 빙긋 미소만 한번 지어주었다고 한다. 당신이 3000배를 하면서 스스로 얻은 그 답대로 실행만 하면 된다는 표시이다. 삶의 해답을 찾는 것은 철저히 개인의 몫이다. 고독하게 혼자 스스로 찾아가는 자기인식의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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