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특명… 횡성서 첫 학살
대통령 특명… 횡성서 첫 학살
  • 김현정 기자
  • 승인 2007.07.05 09: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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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전쟁 보도연맹 집단학살 관련 최초 증언
1950년 6월 25일 한국전쟁 발발 이후 이뤄진 보도연맹원에 대한 최초의 집단학살이 6사단 헌병대에 의해 6월 28일 강원도 횡성에서 이뤄졌다는 증언이 최초로 나왔다.

당시 6사단 헌병대 일등 상사였던 김만식씨(81·청주시 거주)가 전쟁 직후에 이미 강원도 춘천에서 소집된 보도연맹원 150명을 횡성으로 이동시킨 후 3일만에 처행했다고 밝혔다.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학살 진상규명 충북대책위원회'는 4일 충북도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김만식씨의 공개증언과 함께 보도연맹원 최초의 학살이 한국전쟁 발발 이틀만인 6월 27일 대통령 특명에 의해 이뤄졌다고 증언했다.

특히, 전쟁 발발 후 7월 9일 청원군 북이면 옥녀봉에서 800여명이 희생된 집단학살은 6사단 7연대 헌병대에 의해 자행됐으며, 다음날 10일 청원군 오창 양곡창고에서 370명을 사살한 발포 집단은 6사단 19연대 헌병대로 드러났다.

또 김씨는 6사단 헌병대에 의해 한국전쟁 발발 직후 강원도 춘천, 홍천, 횡성, 원주에서 500여명 이상 희생됐고, 한달 후 원주에서 40∼50명, 6사단 8연대에 의해 강릉과 묵호, 삼척에서 800여명이 사살됐다고 설명했다.

7월 5일 진천 조리방죽에서는 6사단 7연대에 의해 30여명이, 같은날 충주에서 500명∼1000여명이 희생됐으며, 3일 후 음성 백마령 고개에서 40여명이 사살됐다. 이후 15∼16일쯤에 6사단 19, 2연대에 의해 경북 문경에서 400여명, 이후 영주에서 350명, 상주에서 400여명이 학살됐다.

김씨는 "당시 6사단 7연대, 2연대, 19연대만 비상경비상태였다"며 "헌병대가 강원도에서 충북, 경북으로 남하하면서 보도연맹원들을 사살해 원주와 영주 현장에서는 직접 총을 쏘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는 그동안 알려진 7월 1일 경기도 이천에서 인민군에 가담한 보도연맹원 100여명을 최초로 학살했다는 기존 정부의 입장을 뒤짚는 첫 증언으로 당시 전쟁 발발 이후 3일만에 학살이 이뤄져 국가에 의한 계획적인 집단학살극이 자행됐다는 의혹을 낳고 있다.

   
김씨는 또 보도연맹원 소집은 각 지역의 경찰서별로 이뤄졌고 소집된 보도연맹원은 헌병대가 인계받아 사살했는데, 주로 연대 헌병대가 주관하고, 보병과 경찰병력의 일부를 지원받았다고 전했다.

심사는 CIC(미국 육군 소속의 방첩부대)가 담당해 A·B 등급은 총살, C등급은 여자일 경우 훈방, 남자는 군대로 전출시켰으나 서류상으로만 이뤄진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박만순 진상규명 충북대책위 위원장은 "청원군 북부지역과 괴산군 일대 보도연맹원 800여명이 희생된 옥녀봉 사건, 강내면 탑연리 사건, 충주 싸리고개 사건, 음성 조리방죽 사건 등 도내 36곳 이상의 5800여명에 이르는 보도연맹원 학살에 대한 총체적인 조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 후 "가해자가 대부분 80대이지만 아직 생존자가 많이 남아 있어 정부가 이에 대해 책임있는 조사를 벌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보도연맹이란

1949년 좌익 운동을 하다 전향한 사람들로 조직한 반공단체로, 정식명칭은 '국민보도연맹'이다.

대한민국 정부 절대 지지, 북한정권 절대 반대, 인류의 자유와 민족성을 무시하는 공산주의 사상 배격·분쇄, 남·북로당의 파괴정책 폭로·분쇄, 민족진영 각 정당·사회단체와 협력해 총력을 결집한다는 내용을 주요 강령으로 삼았다.

가입자 수가 30만명에 달했고, 서울에만도 거의 2만명에 이르렀다. 주로 사상적 낙인이 찍힌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였고, 거의 강제적이었으며, 지역별 할당제가 있어 사상범이 아닌 경우에도 등록되는 경우가 많았다.

6·25전쟁이 일어나자 정부와 경찰은 초기 후퇴 과정에서 이들에 대한 무차별 검속(檢束)과 즉결처분을 단행함으로써 6·25전쟁 중 최초의 집단 민간인 학살을 일으켰다. 그러나 전쟁 와중에 조직은 없어졌지만, 지금까지도 정확한 해명 작업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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