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헐적 비건을 하며
간헐적 비건을 하며
  • 변정순 수필가
  • 승인 2021.06.23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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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변정순 수필가
변정순 수필가

 

뒤꼍에 보리수나무가 등불같이 환하다. 군침이 돌아 붉은 열매를 한 움큼 따서 입에 물으니 새콤달콤, 떫은맛이 입안에 감긴다. 건강한 맛이다. 기후변화가 심각하여 며칠 건너 쏟아지는 비, 덥다가도 춥고 변덕이 죽 끓듯 한 날씨가 이어지고 초록이 철철 넘치게 보여야 할 초여름 산도 뿌연 날이 많다. 이런 기이한 날씨 속에서도 보리수나무는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느라 얼마나 애썼을까. 이제 집안에서 크는 풀과 나무 같은 사소한 것조차도 예사로 보이지 않는다.

달포 되었을까? 건강하기 위하여 그다지 즐기지 않았던 채소, 과일을 애써 먹고 있다. 기름진 음식도 좋아하는 편인데 채식주의자 흉내를 내면서 집 된장에 상추쌈을 먹으며 여러 가지 푸성귀로 끼니를 채울 때는 밥상에서 건강이 걸어 나오는 듯하다.

“몸은 어떠세요? 열이 나고 머리가 아프던가요? 타이레놀은 바로 드셨나요?” 나보다 먼저 백신 맞은 지인을 마주칠 때면 궁금하여 여쭤본다. “밤새 온몸이 쑤시고 아팠어요.” 또 어떤 분은 “맞은 부위만 가렵고 아무런 증상이 없어요.” 나름대로 자신의 몸 상태를 조근조근 들려주신다. 나는 안심하며 백신 맞기를 기다리고 있다. 여전히 이 땅에서 우리를 위협하며 권세를 누리는 괴물이 사라질 날이 머지않았다. 많은 것과 거리 두기로 일상을 멀게 해놓고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캄캄한 시간을 백신이란 등불이 세상을 환히 밝혀오기 때문이다.

그나마 간헐적으로 하는 채식 덕분이지 기대하는 백신 때문인지 몸과 마음이 한껏 가벼워진 느낌이다. 비건은 나에게 새로움으로 다가와 환경과 사물을 보는 시선도 전과 많이 달라졌고, 비거니즘이 환경에 매우 상관있다는 것과 얼마만큼 환경에 대한 의식을 가져야 하는지를 깊이 인식했다.

기후, 환경, 사회정의 운동가로 활동하는 `마이클 셀렌버거'가 쓴 `지구를 위한다는 착각'을 들춰 읽었다.

기후변화정부 간 협의체에 따르면 “전 세계인이 고기뿐 아니라 달걀과 유제품도 먹지 않는 비건 식단을 따를 경우, 농사로 인한 탄소 배출은 2050년경 70%까지 절감될 수 있다.” 또 다른 연구에 따르면 “육식이 비윤리적이라는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지면 가축들은 자유를 얻는 게 아니라 `존재' 자체가 사라지고 만다. 채식만을 할 때는 생산, 유통, 소비 과정에서 에너지를 사용하는 소비재 등에 더 많은 돈을 쓰게 되고 이렇게 아낀 돈을 소비재에 쓸 경우 탄소 배출량 감소는 2%에 지나지 않는다.”고 한다. “고기는 채식보다 많은 단백질을 섭취할 수 있고 채식주의자나 비건이 더 많은 염증, 두통, 어지러움을 겪는다는 연구도 존재한다. 붉은 고기에 함유된 비타민B12와 철분 부족이 원인이고 육식의 윤리학은 불가피하게 주관적이고 채식주의를 옹호하는 활동가는 환경보호라는 미명아래 개인적인 선호에 따르도록 요구하는 것이며 기후변화 문제와 관련해서 사람들에게 부담을 주고 강요하고 있다”고 그는 말한다.

동물을 죽이는 일이 환경에 영향을 미친다는 걸 알았는데 이 책을 읽으며 환경에 대해 여러 각도로 생각하게 되었다. 어찌 됐건 완전하진 않으나 간헐적 비건이 나의 건강을 지키는 일, 조금이나마 환경을 지키는 일이라고 믿고 싶다. 결국엔 지구환경을 좌지우지하는 건 우리니까 함께 행동하고 기후 위기 너머를 향해 같이 가야 한다. 해답은 어렵지만, 우린 동물과 식물을 살리는 것에서부터 길을 찾아가야 할 것이다. 자연에서 동물과 식물이 함께 공존할 때만이 사람도 평온하게 살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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