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들 하고 싶어 하겠어?
누군들 하고 싶어 하겠어?
  • 김귀룡 충북대 철학과 교수
  • 승인 2021.06.23 20: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귀룡 교수의 인문학으로 세상읽기
김귀룡 충북대 철학과 교수
김귀룡 충북대 철학과 교수

 

자유(自由), 누구나 꿈꾼다. 자유로울 수 있을까? 진리가 사람을 자유롭게 할 수 있을 거라 한다. 대자유(大自由)! 듣기만 해도 가슴이 설렌다. 과연 그렇게 될 수 있을까?

산책을 하다가 도로 위에서 지렁이를 발견한다. 온몸에 모래를 가득 묻힌 채로 꿈틀대며 괴로워한다. 부채 위에 가만히 올려서 숲 속으로 던진다. 어쩌다가 땡볕 아래 도로 위에 나와서 죽을 고생을 하는 걸까? 지렁이인들 거기에 있고 싶어서 있었겠어? 자신도 어쩔 수 없어서 거기에 있는 거지. 지렁이라는 몸을 받아서 살다 보니 땡볕 아래 도로에서도 벗어날 수 없이 괴로움을 겪는 거겠지.

가만히 앉아 있으면 나방이 날아다녀 눈이 어지럽다. 온 사방을 헤집고 다니다가 바닥에 툭 떨어지거나 촛불로 날아들어 타죽는다. 나방이 날아다니는 걸 보면 질서가 없다. 어지러이 흩날린다고나 할까. 저렇게 어지러이 허공을 헤집고 다니는 것도 그렇게 태어났기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죽을 줄도 모르고 빛을 향해 돌진하는 걸 보면 그놈도 하고 싶어서 하는 건 아닌 것 같다.

경적을 울리고 야단이다. 도로 위에서 경주하듯 달려댄다. 질주하는 차 앞에 가로막고 서더니 욕설을 해댄다. 상대도 만만치 않게 댓거리를 한다. 야구방망이를 들고 나오더니 유리창을 때려 부순다. 저 정도가 되면 본인도 스스로를 통제하기 어려울 것이다. 정신이 들고나면 내가 왜 그랬을까 하고 후회를 하겠지. 저 정도면 본인도 하고 싶어서 했겠어? 이미 폭발한 후이니 앞날이 갑갑하다.

주변에 보면 그냥 넘어가도 될 일인데 꼭 짚고 넘어가는 경우가 있다. 좀 거슬리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그걸 꼭 집어서 이야기하지 않아도 되는데 꼭 지적을 하고 그 이야기가 먹히지 않으면 짜증을 낸다. 안 그래도 되는데 왜 그럴까? 그걸 어떻게 그냥 넘어가, 걸리적거리면 이야기를 해서 고쳐야지. 틀린 말은 아닌데 저렇게 살면 얼마나 괴로울까? 그럼에도 그 사람은 그런 상황이 오면 반드시 그렇게 한다. 그 후에는 괴로워한다. 그 사람인들 하고 싶어 하겠어?

자고 싶다. 잠이 안 온다. 생각을 그만 하고 자고 싶은데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계속 돼 잠을 자지 못한다. 생각하고 싶지 않다. 그럼에도 생각이 떠올라 멈추지 않는다. 누군들 생각을 하고 싶어 하겠어? 그렇게 떠올라서 안 없어지는 걸 어떡해? 나방이 날아가는 방향을 스스로 정할 수 없는 것처럼 생각은 내 맘대로 조절되지 않는다. 자기 맘을 자기 맘대로? 그게 자유지.

아까부터 입을 쳐다보고 있다. 어떻게 저렇게 쉬지 않고 이야기를 할 수 있지? 내용도 내용이지만 거기에 갈수록 감정까지 실어서 중간에 끼어들 수도 없게 계속해서 떠든다. 슬슬 지루해지는데 그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누군가가 얘기한다. 너는 대화 점유율이 너무 높아. 놔둬라, 걘들 그렇게 하고 싶어서 하겠니. 입이 열리면 멈출 수 없게 계속 움직이니까 그렇지.

산책을 할 때 그곳에 가면 꼭 개가 짖는다. 익숙해질 만도 한데 갈 때마다 쉬지 않고 계속 짖어댄다. 저 개도 짖어대고 싶어서 짖는 건 아니겠지. 내가 저 개처럼 줄에 매여 종일 살면 어떨까? 생각하기도 싫다. 줄에 매여 자유를 억압당한 채로 평생을 살아야 된다고? 생각만 해도 가슴이 답답하다. 지렁이의 몸속에 갇혀 지낸다면? 불빛만 보면 뛰어드는 나방이 되어 산다면? 답답하기가 이를 수 없을 것 같다. 브레이크 없이 달리는 자동차처럼 쉬지 않고 떠드는 건? 자고 싶은데 자지 못하고 끊임없는 상념에 시달리는 건? 제 맘대로 살지 못한다는 측면에서는 같다.

모두가 다 하고 싶어서 하는 게 아니라 어쩔 수 없이 하는 거다. 곧 자유롭지 못하다. 어쩔 수 없이 하는 게 아니라 제 맘대로 하는 게 자유고, 그것이 진리에 따라 사는 거다. 진리는 단순하다. 실천하기가 어려울 뿐.

/충북대 철학과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