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공모사업 이대로 좋은가
정부 공모사업 이대로 좋은가
  • 엄경철 기자
  • 승인 2021.06.17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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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논단
엄경철 선임기자
엄경철 선임기자

 

코로나19로 바이오의료산업이 주목받고 있다. 바이오의료분야는 반도체와 함께 수출효자종목으로 부상했다. K-방역이란 단어가 익숙해질 정도로 이 분야는 국가 미래성장종목이 됐다.

정부도 바이오의료산업 육성을 위한 각종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그중 하나가 K-바이오 랩허브 조성사업이다.

최근 정부가 추진하는 K-바이오 랩허브 공모사업에 많은 지자체가 참여했다. 충북을 비롯한 12개 지자체가 유치전을 벌이고 있다. 바이오산업 클러스터를 구상하고 있는 지자체 대부분이 나섰다.

3000억원대라는 적잖은 예산이 투입되는 국가프로젝트와 미래먹거리산업이라는 점에서 바이오산업 육성을 위해 지자체들이 적극 나선 것이다.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는 만큼 벌써부터 지방자치단체 간 유치경쟁이 뜨겁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선출직 단체장 입장에서는 반드시 유치해야 할 프로젝트이기에 과열도 우려된다.

K-바이오 랩허브 공모사업이 과열 우려마저 보이면서 정부 공모사업에 대한 회의론이 나온다.

정부 공모사업에 대한 회의론은 오래전부터 제기됐다. 관련 전문가들은 정부 공모사업은 희소자원의 효율적 배분방식의 하나이지만 불균형 심화 등 부정적인 면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지자체들이 경쟁적으로 유치에 나서면서 역량결집을 위한 행정력을 총동원하고 있다. 유치를 위한 과열경쟁은 정치논리개입 등을 유발해 사업의 기본취지를 살리지 못하기도 한다. 대표적인 것이 2009년 입지가 결정된 첨단의료복합단지 공모사업이다. 당시 5조원대의 메머드급 국가프로젝트 공모사업에 10개 이상의 지자체가 뛰어들었다. 치열한 유치경쟁은 단일 입지라는 당초 계획을 수정해 복수입지 선정 결과를 낳았다. 정치논리 개입에 의한 결과물이었다. 첨복단지 출범 10년이 넘은 시점에서 복수지정으로 정부예산이 두 배로 투입된 사업의 결과물은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사업을 분산시킨 결과다. 복수지정 때부터 예견된 결과라 할 수 있다. 과학비즈니스벨트 등 각종 메머드급 국가프로젝트도 공모사업을 통해 추진되면서 잡음과 갈등이 야기됐다.

이번 K-바이오 랩허브 사업은 바이오창업기업들의 전주기를 지원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정부의 바이오헬스산업 메카 육성지역인 청주 오송에 둬야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오송은 바이오산업 인프라 구축이 한창인데다 150곳이 넘는 벤처바이오기업들이 신약개발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이들 벤처기업이 조기에 성과물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그런데 정부 지원사업을 공모방식을 통해 전국 지자체들이 경쟁을 벌이도록 한 것은 이해가 안 간다.

미국에서 승인된 신약 중 48%가 바이오 벤처가 참여해 개발된 것이라 한다. 그렇다면 오송이야말로 전주기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다른 이유와 명분이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만일 오송이 아닌 다른 지역에서 이 사업을 유치한다면 탈락한 지자체들이 납득할 수 있겠는가. 행정력 낭비와 지역 간 갈등 조장이 반복되는 정부 공모사업 개선책이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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