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장 푼 해외여행 우려스럽다
빗장 푼 해외여행 우려스럽다
  • 박명식 기자
  • 승인 2021.06.15 19: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데스크의 주장
박명식 부국장(음성주재)
박명식 부국장(음성주재)

 

7월부터 코로나19 백신 접종 완료자 중 단체 해외여행을 떠날 수 있는 하늘길이 열릴 전망이다.

정부가 방역 신뢰 국가 간 단체여행을 허용하는‘트래블 버블(안전여행권역)’을 추진하면서 일부 국가와 실무협상을 진행하고 있고, 싱가포르, 대만, 태국, 괌, 사이판 등이 거론되고 있다.

해외여행 허용 소식이 전해지자 골프 마니아들은 벌써부터 해외 골프여행 떠날 생각에 들떠있다. 2년 가까이 이어져 온 이동제한 조치로 해외여행에 목말라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파산에까지 다다른 수많은 여행업계와 그 종사자들의 고충을 감안하면 이렇게라도 해외여행길을 여는 것이 정부의 궁여지책일 수 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은 사업이 여행업계 뿐만이 아니고, 해외여행을 가고 싶지 않은 국민이 단 한 사람도 없다는 것을 정부는 직시해야 할 필요가 있다. 우리 국민은 코로나19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지금껏 고통을 분담하면서 사투를 벌여왔다. 그래도 여전히 매일 500명대의 감염자가 발생하는 등 확산세는 누그러들지 않고 있다.

지난 2월부터 시작된 백신접종은 이제 겨우 1차 접종률 20%를 넘어섰다. 전 국민이 모두 1차 접종이 끝나는 올 연말이나 돼야 집단면역을 조금이나마 기대할 수 있다. 지금까지 서구 선진국에 비해 코로나19 사태가 비교적 안정적으로 관리된 것은 우리 국민의 성숙한 시민의식 때문이었다. 이 같이 훌륭한 시민의식이 집단면역 시 까지 발휘돼야 비로소 국민들은 모두 다 같이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

모든 국민이 백신을 접종해 집단면역을 형성한 뒤 그 때 가서 신중하게 해외여행 허용을 추진한들 정부를 욕할 국민은 없다. 그러나 정부는 급하게 해외여행의 빗장을 풀었다. 우려스럽기 짝이 없다. 정부는 코로나19 사태에 국가의 지침을 철저히 따르고 차분하게 대응해 온 우리 국민들의 기분을 들뜨게 하면서 방역심리를 흐트러뜨리고 있다.

아무리 철저한 방역 시스템 하에 여행을 한다고 해도 먹고, 놀고, 즐기는 일이니 그 나라 사람들과의 대면 접촉은 피할 수 없다.

백신도 소용없는 코로나 변이가 다양하게 발생되고 있고, 이에 대응할 수 있는 추가 백신 개발은 아직 미미한 단계다. 백신을 접종하고 해외여행을 갔다 온다고 해서 안심할 일이 결단코 아니다. 감염균은 어떤 방법으로든 유입된다. 그동안 국민들이 힘겹게 쌓아 온 방역체계가 한순간에 무너진다면 또다시 감내해야 할 고통분담은 국민들의 몫이 된다.

백신 접종 완료자에 한해 해외여행을 허용한다는 것 자체가 병폐다.

고통분담을 다 같이 해 왔음에도 백신접종 순위에 밀려있는 국민들에게는 허탈감을 안기는 일이다.

앞서 정부는 공정치 못하고 기준도 모호한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면서 국민들에게 허탈감을 안겨 줬다. 청년은 취직 준비하라고 재난지원금을 지급했다. 소상공인은 매출이 감소했다고 몇 차례씩 지급했다. 농민도 재난지원금을 받았다. 세금 낼 꺼 다 내고 남은 쥐꼬리 월급 받아먹고 사는 직장인들만 철저히 배제됐다.

고급 아파트에 살고, 외제 승용차를 타고, 이 시국에도 비싼 골프 삼매경에 빠진 한 건설업자가 어느날“나는 또 재난지원금을 받았다”며 직장 다니는 친구에게 술 한 잔 거하게 쏘면서 자랑질을 해댔다. 이것이 대한민국의 수많은 직장인들이 듣고 경험한 정부의 재난지원금 정책이었다.

경제적 어려움이 닥쳐 언감생심 해외여행을 꿈꾸지 못하고 있는 국민들, 백신접종 순서를 하세월 기다리고 있는 수많은 국민들이 정부의 이번 해외여행 허용‘트래블 버블’추진으로 또 다른 자랑질의 희생양이 될 것이 눈에 선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