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심는 붉은 조팝나무
행복 심는 붉은 조팝나무
  • 김현기 여가문화연구소장
  • 승인 2021.06.13 19: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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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여는 창
김현기 여가문화연구소장
김현기 여가문화연구소장

 

6월은 우리 집 마당 정원 `예원'이 가장 아름다운 계절 중 하나다. 여러 종류의 꽃들이 장저마다 아름다움을 드러내지만, 요즘은 `붉은 조팝나무'에 유독 마음이 더 간다. 2년 전 고향으로 돌아와 심은 꽃과 나무로 예원이 아름다워졌지만, 마음 한 자락은 허전하였다. 아버지가 만든 함석 울타리를 치우고 집 경계가 사라져서 생긴 마음 같았다. 사람이나 동물이나 모두 자기 구역이 있고 자기 영역을 표시하고 사는 존재다. 집 경계를 세우는 것이 울타리인데 이것이 없어져 생긴 본능적인 허전함이다. 그렇다고 높은 울타리를 다시 치는 것은 집을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은 우리 부부의 가치와는 맞지 않았다.

자연적이면서도 아름답게 보이는 울타리가 필요했다. 안젤라에게 도움을 주는 강산농원 사장님께 상의를 드렸더니 `붉은 조팝나무'를 추천해 주셨다. 나무를 잘 아는 분들께 작업을 부탁하려 했지만,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았다. `우리가 직접 해요!' 먼저 행동하는 안젤라가 시동을 걸었다. 농원의 나무를 직접 캐서 차로 옮겨왔다. 나무뿌리 하나를 세~네 개로 나누고 땅을 파 하나씩 심어갔다. 집안 전체를 빙 돌아가며 나무 울타리를 만드는 것은 힘든 일이다. 그러나 시작하면 끝이 있다고 며칠간 흘린 땀방울 덕분에 멋진 붉은 조팝나무 울타리가 만들어졌다.

직접 심은 나무라 그런지 더 마음이 가고 관심을 기울였다.

“아깝게 생각하지 말고 짧게 잘라 주셔야 합니다.”라는 조언을 들었지만, 무성한 나뭇잎이 좋고, 정성을 들인 것이 아까워 나무줄기를 조금만 잘랐다. 한 달쯤 지났을까? 처음에는 잘 자라는 것처럼 보이던 나무들이 하나 둘 시들시들해졌다. 성장하는 줄기에 영양분을 많이 빼앗겨 정작 중요한 뿌리에는 영양이 부족해 생긴 현상이라고 한다. 밑 부분만 남기고 줄기를 더 짧게 잘라 주었더니, 추운 겨울도 잘 넘기고 뿌리가 튼튼하게 땅에 자리를 잡았다. 봄이 되니 나무줄기에 새순이 올라오고 하루가 무섭게 자라났다. 5월이 되자 제법 나무 꼴이 만들어지더니 오랫동안 기다리던 꽃이 피었다. 집 둘레가 모두 붉은 조팝나무로 둘러싸였다. 드디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예원의 울타리가 생긴 것이다.

“하느님의 나라는 겨자씨와 같다. 땅에 뿌릴 때에는 세상의 어느 씨앗보다도 작다. 그러나 땅에 뿌려지면 자라나서 어떤 풀보다도 커지고 큰 가지들을 뻗어, 하늘의 새들이 그 그늘에 깃들일 수 있게 된다(마르코 4:31-32).” 하느님 나라를 얻으려면 씨앗을 심듯이 하나씩 심어가라는 말씀이다.

삶은 완성이 아니다. 심어가는 것이다. 우리는 완전히 사랑할 수 없다. 사랑을 심어갈 뿐이다. 우리는 완전히 행복할 수 없다. 행복을 심어갈 뿐이다. 오늘 우리가 마음 밭에 심는 씨앗이 나무로 자라난다. 내가 심고 가꾼 것이 열매로 맺는다. 불행을 심을 것인가? 행복을 심을 것인가? 오늘 내가 심은 생각과 말과 감정과 행동의 씨앗이 자란다. 오늘 내 선택과 의지가 내일을 만들어 간다. 삶은 완성형이 아니고 진행형이다. 오늘도 예원의 붉은 조팝나무는 자라고 꽃을 피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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