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지 말고 기억해야 할 것
잊지 말고 기억해야 할 것
  • 박소연 충북문화재硏 교육활용팀장
  • 승인 2021.06.13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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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시선-땅과 사람들
박소연 충북문화재硏 교육활용팀장
박소연 충북문화재硏 교육활용팀장

 

사람들과 얼굴 마주 보고 대화하기, 친구들과 밤새 놀기, 공연장 가기 등등..코로나19에게 빼앗겨버린 우리의 평범하고 그리운 일상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아쉬운 것은 바로 여행이다. 보통 이맘때쯤이면 여름휴가를 어디로 갈지 고민하며 항공사 소식을 기웃거리는 소소한 즐거움이 있었는데 말이다.

물론 백신 접종이 이루어지며 상황이 차츰 나아지고는 있지만, 예전처럼 해외 곳곳을 자유롭게 누비며 여행을 하기까지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이른바 `무착륙 관광비행'상품이다. 폭발적인 수요로 계속 확대되고 있다고 하니, 그동안 여행을 갈망해온 이들이 얼마나 많은지 보여주는 것 같다. 실제 땅을 밟지도 않고 비행기를 타고 하늘만 돌아보는 것만으로도 만족감을 느낄 수 있다니.

하늘을 날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에서 비행기를 개발하였고, 계속 최신 기술을 반영한 새로운 항공기가 만들어지고 있다. 그런데 이렇게 첨단을 달려야 하는 항공기 중에 문화재로 지정된 것이 있단다. 약간 의아스럽기도 한데, 바로 국가등록문화재로 지정된 국산 1호 항공기 `부활', 대한민국 최초 항공기, 대한민국 최초 운용 전투기, 국민성금 헌납기가 그것이다.

이 중에서도 국산 1호 항공기 부활은 1953년, 6·25 전쟁을 겪으면서 국산 항공기의 필요성을 느낀 우리 공군이 자체 설계하고 제작한 국내 최초의 항공기이다. 1953년 6월 경남 사천의 공군기술학교에서 설계, 제작하여 10월에는 시험비행에 성공하였다. 이후 이승만 대통령으로부터 `부활'이라는 친필 휘호를 받기도 하였다. 이 부활이라는 이름은 6·25 전쟁으로 인해 피폐해진 국민의 자존심 회복을 위해 지었다고 한다.

부활호는 1960년까지 계속 사용되다 어느 순간 사라져 그 행방이 묘연해졌다. 그러다 2004년 한 일간지에서 부활호를 찾는다는 기사를 본 사람의 제보로, 대구의 한 학교 지하창고에서 골조 일부를 발견하게 되었다. 이를 바탕으로 부활호의 원 제작자 및 각 분야 전문가의 자문을 받아 2004년 최대한 원형에 가깝게 복원할 수 있었다. 우리의 독자적 기술로 만들어 하늘을 날았던 항공기가 새롭게 부활한 것이었다. 이후 부활호는 공군사관학교로 이관되어 현재 공군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다.

하마터면 역사 속으로 사라져 버릴뻔한 국산 1호 항공기 부활은 2008년 등록문화재로 지정되었다. 등록문화재 제도란 건설, 제작된 후 50년 이상 지난 것 중 사회 각 분야에서 기념이 되거나 상징적 가치가 있는 것, 지역의 역사문화적 배경이 되고 그 가치가 일반에 널리 알려진 것, 기술 발전 또는 예술적 사조 등 그 시대를 반영하거나 이해하는 데 중요한 가치가 있는 것들 중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등록할 수 있게 한 제도이다. 즉, 다음 세대에게 전달해야 할 가치와 의미가 있는 것이 한꺼번에 멸실되어 사라지지 않도록 국가에서 선정해놓기 위해 만든 제도인 것이다.

기술이 발달하며 그저 구식이라는 이유로 방치되고 소멸되지 않도록, 그것이 당시 우리 국민들에게 어떤 꿈과 희망을 주었는지. 새로 태어난 부활호를 마주하며 그 의미를 한번 새겨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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