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심의 표정
욕심의 표정
  • 김경수 시조시인
  • 승인 2021.06.10 17: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生의 한가운데
김경수 시조시인
김경수 시조시인

 

옛날 어느 두 청년이 나라에 큰 공을 세워 땅을 상으로 받았다. 비록 황무지였지만 큰 땅이었다. 그들 두 사람은 강을 사이에 두고 살아온 절친한 친구였다. 만석은 땅이 생기자 엉뚱한 생각이 떠올랐다. 욕심 많은 만석은 꾀를 내어 선구에게 제안을 했다. 자신이 받은 땅을 선구에게 줄 터이니 10년 동안 해마다 천 가마를 달라고 하였다.

하지만, 만약에 약속을 지키지 못할 때에는 선구의 땅을 가져가겠다고 하였다. 실상 무리가 있는 버거운 제안이었다. 그런데도 선구는 마른 목에 군침이 넘어갔다. 선구 또한 욕심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선구네 사는 윗마을은 곡식이 자랄 만한 땅이 별로 없는 산마을이었다. 비록 그 땅이 거칠더라도 한 자락의 땅이 아쉬운 선구에게 생명과 다름없는 터전이었다.

그런 반면 만석이가 사는 아랫마을은 비옥한 들이었다. 더구나 만석은 많은 토지를 갖고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선구에게 선심을 쓰는 듯 그 땅에 관심이 없는 것처럼 보여주었다. 선구는 터전이 생긴다는 생각에 만석의 제의를 받아들였다. 선구의 처지를 잘 아는 만석은 제안에 동의할 것이라는 것을 이미 짐작하고 있는 듯했다. 약속 또한 지키기 어려울 것이라는 것도 미루어 짐작하고 있는 듯했다.

만석은 그런 약속을 한 선구를 어리석은 사람이라고 여겼다. 아닌게아니라 선구 또한 어리석은 사람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가뭄과 홍수를 겪을 때마다 과연 그 약속을 지킬 수 있을지 걱정이었다. 그래서 때론 후회한 적이 많았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고난을 무릎 쓰고 욕망과 의지를 굳게 다져갔다. 그렇게 만석에게 약속한 1년이 다가오고 또 그렇게 5년이 흘러갔다.

그런데 점차 시간이 흐르면서 선구가 약속을 지키기 어려우리라 생각했던 예상이 빗나가기 시작하자 만석은 욕심과 심술이 발동하기 시작했다. 만석은 모든 수단과 방법으로 선구가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막으려고 하였다. 그럴 때마다 더욱 강한 욕구가 충동질하는 것은 선구였다. 선구에게 그 땅은 선구 혼자만의 땅이 아니었다. 선구마을 사람들은 그 땅에 꿈과 희망을 걸고 혼신의 피와 땀을 쏟았다.

그렇지만 땅을 주기 싫은 만석은 시간이 갈수록 초조해져만 갔다. 그럴수록 만석의 치졸한 행동은 더욱 커져만 갔다. 어쨌거나 이젠 어느덧 두 사람의 눈앞에 드디어 10년 시간이 다가왔다. 선구는 약속한 마지막 천 가마를 주고 그 땅을 달라고 했다. 그러나 만석은 갖은 핑계로 그 땅을 내주지 않았다. 선구는 만석의 태도를 간파하자 만석에게 새로운 제안을 던졌다. 그것은 새로운 기회를 주는 것과 동시에 선구 또한 기회를 얻는 것이었다. 만석은 선구의 제안을 거절할 수가 없었다. 그것이 자신을 깨닫게 하는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다시 친구로 돌아갔다.

사람은 누구나 욕심을 갖고 있다. 그런데 욕심의 성격에 따라 그 모양과 색깔이 주어지고 그 가치를 지니게 된다. 그 생김새가 다양하겠지만, 사람들 저마다 욕심의 방향과 작용이 그 진정성을 말해주고 있다고 본다. 누구에겐 욕심이 그저 사사롭겠지만, 누구에겐 욕심이 욕망 그 이상으로 작용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므로 욕심의 생김새를 놓고 시시비비를 말하기는 곤란하다고 볼 수 있다고 본다. 왜냐하면 욕심의 본질이 생존본능에서 비롯되어 삶에 귀착되어 있다는 이유에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