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역철도 청주도심 통과 국민청원이 남긴 교훈
광역철도 청주도심 통과 국민청원이 남긴 교훈
  • 이형모 기자
  • 승인 2021.06.10 17:4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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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논단
이형모 선임기자
이형모 선임기자

 

충청권 광역철도 청주도심 통과 쓰나미가 지나갔다.

지난달 28일 마감된 국민청원에는 청와대 답변기준인 20만명에는 못 미쳤지만 6만5050명의 도민이 뜻을 모았다. 이시종 지사는 “청주도심 통과 광역철도 국민청원이 답변 기준에는 미치지 못했으나, 나름대로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고 자평했다.

청주도심 통과 광역철도 쟁취 범시민비상대책위원회가 올린 이 청원은 국토교통부와 한국교통연구원이 공개한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2021~2030년) 초안에 담긴 충청권 광역철도(대전 반석~세종청사~조치원~청주공항 29㎞)의 노선 조정을 요구하는 내용이다. 충청권 4개 시·도는 이 철도가 청주 한복판을 가로지르도록 `오송~청주 도심~청주공항'노선을 요구해왔다.

충청권 광역철도 청주도심 통과 노선은 작년 12월 충청권 4개 시도지사 `광역철도망 구축'공동건의문에서 처음 공개됐다. 이후 도민들의 열망이 되기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어느 순간 청주도심 통과 노선은 충북도민의 염원이 돼 있었다.

집회와 성명이 줄을 이엇고 단체란 단체는 모두 현수막을 내거는 등 온갖 홍보수단이 동원돼 열을 올렸다. 여기에 이의나 의문을 제기하지 못할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반대 목소리라도 냈다가는 역적(?)으로 몰리기 십상이었다.

이런 분위기에 휩쓸려 충청권 광역철도가 왜 청주도심을 통과해야 하는지, 지역 발전에는 어떤 도움이 되는지, 지방비는 어떻게 분담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누구 하나 거론하지 못했다. 공청회나 설명회조차 한 번 열리지 않았다.

다행히 청주시의회에서 문제 제기는 나왔다. 김태수 의원은 임시회에서 “충청권 광역철도 청주도심 통과 노선이 건설해야 한다는 주장만 난무할 뿐 이에 대한 전략적 접근은 찾아볼 수 없었다”고 포문을 연 것이다. 그는 “이 노선안을 관철하기 위해서는 과학적 타당성, 법률적 적합성 등 철저한 논리로 무장해 설득력 있는 접근이 필요한데도 주장과 감성만 난무한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이에 한범덕 시장은 “도심통과 광역철도 건설에 따른 운영비 등 재정부담에 대해 많은 고민이 있었고, 이로 인해 처음부터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지난 2월 정책자문단의 의견을 수렴한 뒤 충북도와 함께 대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충북도와 사전에 교감이 없었음을 간접적으로 시사한 셈이다.

일련의 과정을 되짚어보면 국민청원이 답변 기준을 넘기지 못할 것은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사업을 유치하자는 목소리만 있었지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나 도민 설득은 없었기 때문이다. 아직도 사업 타당성에 의구심을 갖는 도민이 많다.

도가 불씨를 지피고 단체들의 부채질로 화력(火力)을 키워보겠다는 생각은 이제 버릴 때가 됐다. 도민의 지지를 얻고 싶다면 논의와 설득과정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그래야 추진 동력을 제대로 얻을 수 있다.

아직 국가계획 반영 최종 여부는 확정되지 않았다. 도민이라면 청주도심 통과 요구가 관철되기 바라는 마음은 모두 똑같다.

국가계획에 반영되더라도 비록 늦긴 했지만 설명회나 공청회를 열어 사업에 대해 정확한 정보를 알릴 필요가 있다. 그래서 사업을 잘못 알고 있거나 반대하는 도민도 설득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일련의 과정에서 청주시 패싱 논란이나 도의 일방적인 밀어붙이기에 대한 비판에도 귀를 기울여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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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시민 2021-06-11 20:43:29
문제점을 정확히 지적한 글입니다. 공감합니다. 도심지하철은 바라지만 과정과 방법이 잘못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