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이 꽃피운 예술을 지금 다시
조선이 꽃피운 예술을 지금 다시
  • 티안 라폼므현대미술관 미디어아트작가
  • 승인 2021.06.09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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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산책
티안 라폼므현대미술관 미디어아트작가
티안 라폼므현대미술관 미디어아트작가

 

코로나19로 촉발된 언택트 시대는 개인의 라이프 스타일을 바꿨다. 사람과 접촉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집콕족'이라는 말도 생기고 집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는 `홈코노미족'이라는 말까지 생겼다. 학생들은 집에서 온라인 수업을 듣고, 직장인은 재택근무로 일도 하면서, 자신만의 공간에서 홈 트레이닝을 즐기며, 삼시 세 끼를 모두 집에서 해결한다.

하루 대부분 시간을 보내면서 많은 활동을 해결하는 공간, 바로 주거공간이다. 코로나 19 이전에는 밤이나 주말 동안만 머무르던 집이 이제는 하루 대부분 시간을 보내는 곳이 되었다. 전통적 개념의 주거공간은 휴식의 의미가 강했지만 언택트 시대에 주거공간은 다양한 활동과 가치를 담는 즉, 휴식공간이자 일터이며 취미생활과 운동 및 다이닝 공간을 담아내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렇듯 주거공간의 가치가 달라지면서 집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홈코노미'트렌드가 확산하기 시작했다. 미디어아트와 회화 작품 및 조각 등 미술품에 관한 관심이 커진 것은 최근 열린 국내아트페어의 작품판매실적만 봐도 알 수가 있다. 이전엔 미술품 구매가 부자들의 고상한 취미로 여겨졌지만, 최근에는 MZ세대를 중심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작가나 선호하는 스타일의 작품이 있다면 비싼 비용을 치르더라도 구매하겠다는 소비자들이 늘었다.

이렇게 예술 작품들이 주거공간으로 들어오는 것은 휴식의 공간을 넘어 취미활동과 재테크 경제활동으로써 공간의 가치를 극대화하는 요즘 트렌드를 나타내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주거공간은 그곳에 머무르는 이들의 흔적을 간직한다. 즉 팬데믹 시대의 우리의 흔적을 그대로 보여 주는 것이다. 예술 작품이 우리의 주거공간으로 들어오는 것이 최근에 생긴 일은 아니다.

우리나라 미술사에서 미술작품들이 상품화되어 판매된 것은 오래전부터 있었지만 그림이나 옛 기물을 수집하여 공간을 꾸미는 문화는 조선 후기부터였다. 조선 시대의 그림 감상은 주로 사적인 모임 공간에서 이뤄졌으며 17세기부터 그림이나 옛 기물을 시장을 통해 상품으로 생산, 소비하기 시작했다. 18세기 후반 한양 한복판인 광통교 일대에는 그림 가게들이 많았고 그림을 사고파는 사람들로 성황을 이뤘던 것으로 전해진다. 왕실과 사대부로 대표되는 상류층의 문화향유가 점차 서민계층으로 확산하면서 예술 작품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기 때문이다. 특히 광통교 주변에는 조선 시대 그림 그리는 일을 담당하던 관청인 도화서가 있었으며, 조선 말기의 천재 화가 장승업도 근처에서 그림을 그려 팔았다. 시장에 상품으로 나온 그림들은 서민계층 도시민의 일상 주거공간이나 유흥공간을 장식하는 실용적 용도로 많이 소비되었다. 이 시기에는 화원뿐 아니라 미술품을 제작하여 서화 상점에 내다 파는 것을 업으로 삼는 화가도 등장했다. 이때 풍속화와 민화가 발달한 것은 당시 미술 시장과 수요가 확대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조선 후기, 한양의 도시 문화 속에서 꽃핀 문화예술은 상품 경제의 발달과 신분 질서의 변화와 함께 미술품 소비 계층이 모든 서민계층까지 저변화됨을 말해준다. 300여년이 지난 지금, 코로나 19가 만들어낸 새로운 주거공간에 다시 한번 조선이 꽃피운 문화예술을 담아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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