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질 생성·소멸 … 풍경 다루는 두 시선
물질 생성·소멸 … 풍경 다루는 두 시선
  • 연지민 기자
  • 승인 2021.06.08 20: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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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 스페이스몸 미술관 25일까지 전시회 선봬
김정희 작가 전통 산수화 차용 현대적 감각 입혀
박영학 작가 여백 활용 풍경 속 나무 모습 담아
김정희, 물(物); 풍경을 듣다
김정희, 물(物); 풍경을 듣다

 

청주 스페이스 몸 미술관이 김정희 작가의 `물物; 풍경을 듣다' 전과 박영학 작가의 `단아한 풍경' 전을 오는 25일까지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자신의 작품세계를 구축하고 있는 두 작가가 각자만의 시선으로 풍경을 다루는 방식에서 유사성을 찾을 수 있다. 물질의 생성과 소멸을 통한 시간을 보여주려는 방법으로 과거와 현재의 풍경, 이상적인 풍경의 세계 등 풍경을 시각적으로 비교, 감상할 수 있다.



# 김정희 `물(物);풍경을 듣다

김정희 작가는 물질이 생성되고 사라지는 흔적의 풍경을 회화와 설치로 담았다. 회화는 전통 산수화를 차용해 현대적 감각을 입혀 같은 공간에서 펼쳐지는 다른 시간을 드러낸다.

김 작가는 “오랜 시간 나의 작업 주제인 사물과의 대화, 생성과 소멸 등 시간의 축적에서 오는 변화와 이를 감지하는 작업을 새로 시작했다”며 “애써서 만들어 놓은 것들이 시간이라는 조건을 만나 소멸되어가고 그런 줄 알면서도 또다시 만들기를 반복하는 것이 인간의 삶이겠고 이를 시각화하는 작업들을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나무와 모래를 이용한 설치작품 역시 시간의 풍경을 담고 있다. 모래를 사용해 만든 오리가 시간 속에서 무너져 내리는 과정이 이채롭다. 또 나뭇가지, 썩은 나무, 석가래 등 다양한 나무의 조합으로 시간을 포착해 생성과 소멸을 보여준다.

김 작가는 “작업실이 있는 주변을 보더라도 전원주택단지를 만든다고 산과 들에 생채기가 생기기도 하고 그 위에 집들이 들어서고 마을이 형성되어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 살기도 한다. 그러면 그것은 원래부터 그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시간의 쌓임에 의하여 익숙해진다”면서 “과거와 현재, 자연과 인공, 존재와 소멸 등의 조화로운 소통이 아름다움을 만들어 가고 있으며 우리는 그것으로부터 위안을 받고 즐기는 것이 아닌가 싶다”고 전했다.
 

박영학, 단아한 풍경(장지, 방해말, 목탄, 숯)
박영학, 단아한 풍경(장지, 방해말, 목탄, 숯)

 

# 박영학 `단아한 풍경'

전통 산수화를 자신만의 산수화로 구축한 박영학 작가는 `단아한 풍경'이란 주제로 20여 점의 작품을 전시한다.

특히 숯을 재료로 선과 면을 채우는 수묵 기법은 익숙한 풍경 앞에 서 있는 듯 한국인의 정서가 깊이감 있게 느껴진다.

박 작가는 “숯을 재료로 한 산수화 작업을 몇 년 쉬었다가 다시 시작하고 있다”며 “이전 작품보다 여백을 활용하고 풍경 속에 나무들의 다양한 모습을 담아 풍경에 변화를 주었다”고 말했다.

이어 “오랫동안 산, 나무, 논과 밭, 바다가 펼쳐진 한국 자연의 풍정을 담아왔다. 모두 자연의 본성에 가까운 것들로 자연의 본성은 이번 `현실과 이상, `너머' 그 교차지대, `단아한 풍경'에서도 이어진다. 이는 자연에 대한 지속적인 문제의식”이라며 “단아한 풍경전 작품은 현실과 이상세계라는 보이는 풍경이 아니라 한국의 미를 `나의 풍경'에 담을 수 있는가의 문제에 그 목적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윤희 학예사는 “옛 그림들과 비슷해서 친근감이 있고 난해하지 않아서 쉽게 접근할 수 있으며 현실 풍경 같기도 하면서 이상향의 냄새도 나는, 절묘한 경계선에 있는 박영학의 풍경은 작가 자신의 입장에서 그리고 관객의 입장에서 `이 정도면 이해 가능한' 풍경이 아닐까 묻는 것 같다”면서 “태풍이 지나가거나 타는 듯한 햇살이 내리쬐거나 습하거나 건조하거나 바람이 불거나 단풍이 지거나 그러한 구체적인 공간과 시간을 관객의 몫으로 두고 단지 자연의 것과 인공의 것으로 그렇게 인간과 더불어 그저 존재하는 현재의 자연을 이해 가능한 정도로 압축하여 보여주는 것이 박영학의 풍경이다”고 평했다.

/연지민기자
annay2@cc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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