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분다
바람이 분다
  • 김금란 기자
  • 승인 2021.06.02 20: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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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김금란 부국장
김금란 부국장

 

오래 살고 볼 일이다.

젊은 아이돌(청소년들에게 인기 있는 젊은 연예인) 틈바구니에서 속칭 뽕짝으로 불리는 트로트가 대세가 될 줄 누가 알았을까.

TV 채널을 돌릴 때마다 오디션 프로그램도 트로트다. 수많은 광고에 얼굴을 비추는 모델도 트로트 가수다.

식당을 가도 임영웅, 영탁 노래가 흘러나온다. 트로트는 아이돌만 살아남을 줄 알았던 연예계 판세를 뒤집었다.

영화계도 마찬가지다.

75세라는 나이에 배우 윤여정이 영화 미나리로 제93회 미국 아카데미 오스카 여우조연상을 거머쥐며 한국 배우 최초 수상이라는 새 역사를 쓸 줄 누가 알았겠는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더니 윤여정의 노익장은 중장년층에게 도전할 수 있는 희망의 불씨를 안겨줬다.

그녀는 유통 업계의 광고 불문율도 깼다.

주요 소비자인 남성을 겨냥해 젊은 남성 모델이 주류를 이뤘던 맥주 광고 모델로 그녀가 등장했다.

인생의 연륜으로 자신만의 삶을 개척해온 그녀의 당당한 모습에 사람들은 열광했다.

윤여정이 등장한 해당 유튜브 영상은 게시 3일 만에 조회 수 1만6000회를 기록했다.

10~20대 여성 의류 플랫폼 지그재그 모델도 꿰찼다.

젊은 세대가 이용하는 쇼핑 플랫폼 모델로 일흔을 넘긴 윤여정이 등장한 것 자체가 충격이다.

신세대 모델을 기용할 줄 알았던 플랫폼 광고에서 윤여정은 툭 던진다.

“옷 입는데 남의 눈치 볼 게 뭐 있어. 좀 이상하게 입는다고 법에 저촉되니? 입고 우기면 돼. 별거 없어. 왔다 갔다 사는 거지. 니네들 마음대로 사세요”

지그재그를 운영하는 크로키닷컴의 서정훈 대표는 “윤여정은 쇼핑 앱 모델을 2030만 한다는 편견에서 벗어나 지그재그의 가치를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인물”이라며 틀에 박힌 역할을 거부해온 윤여정을 모델로 발탁한 배경을 설명했다.

정치계에도 국민의힘 이준석 당 대표 후보가 돌풍의 주역이 됐다.

국회의원 경험이 없는 이준석 후보가 국민의힘 예비경선을 1위로 통과하면서 정치계 지각 변동이 시작됐다.

내노라하는 4~5선의 중진들을 제친 그의 나이는 1985년생으로 37세. MZ세대(밀레니얼+Z세대, 1980~2004년생)이다.

보수 제1야당에서 당대표에 도전한 30대가 등장하면서 정치계에는 세대교체 바람이 일고 있다.

30대인 이 후보의 거센 바람은 어쩌면 공정과 정의를 앞세운 정치인들의 위선 앞에 무너진 2030세대의 항변인지도 모른다.

이준석 돌풍에 힘입어 젊치인(젊은 정치인)을 키우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젊치인을 등장시키기 위해 활동하는 비영리 단체 뉴웨이즈(NEWWAYS)는 젊치인 부족국가 살리기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이 단체는 MZ세대의 경험, 태도, 관점, 우선순위가 정치에 반영되도록 더 많은 젊치인을 등장시키는 게 목표다.

뉴웨이즈 자료에 따르면 지방선거 만 40세 미만 유권자 비율은 34%다. 지방선거 만 40세 미만 후보자 비율은 7%, 지방선거 만 40세 미만 당선자 비율은 6%에 불과하다.

결국 34%의 목소리를 6%의 정치인이 대변하는 셈이다. 기초의원은 지방선거 당선자 4016명 중 2926명으로 지방의회에서 가장 작은 단위를 대표하지만 가장 많은 의석 수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만 40세 미만의 기초의원 당선자는 192명(6.6%)에 불과하다. 만 40세 미만 기초의원이 한 명도 없는 지역구는 247개 중에서 144개(58%)나 된다.

미풍에도 나뭇가지는 흔들린다. 민심은 변했다. 정치 판도도 달라졌다. 다만 권력에 취한 정치인들 시계만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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