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채는 이제 환경파괴가 아니다
벌채는 이제 환경파괴가 아니다
  • 송영범 산립조합중앙회 충북본부장
  • 승인 2021.06.01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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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송영범 산립조합중앙회 충북본부장
송영범 산립조합중앙회 충북본부장

 

산의 나무를 베는 행위, 즉 벌목이나 벌채란 말에는 반드시 뒤따라 붙는 어의(語意)가 있다. `산림을 훼손하고 환경을 파괴한다'는 것이다. 벌목이나 벌채란 말이 늘 부정적인 이유다. 우리나라 국토의 64%는 산림이다. 그것도 그냥 산림이 아니다. 나무로 빼곡히 들어찬 그야말로 울창한 산림이다. 일제 수탈과 한국전쟁 후 황폐해진 산림 복원을 위해 벌채와 벌목을 엄격히 금해온 치산녹화 산림정책 덕분이다. 예전 나무를 땔감으로 쓰던 시절, `산감(산림 감시원)'이 그렇게 무서웠던 게 괜히 그랬던 게 아니다.

하지만 50년 넘는 보호위주 산림정책으로 우리 산림은 갖가지 문제도 안고 있다.

숲은 우리에게 먹거리와 놀거리·쉴거리를 준다. 그 가치가 연간 221조원에 이른다고 평가되고 있다. 산림휴양과 산소생산, 수원함양 등 산림이 주는 공익적 가치가 그렇다는 것이다. 국민 1명당 연간 428만원어치의 혜택을 보고 있는 셈이다.

이제 산림은 때와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아주 편하게 누릴 수 있는 공공재로 여겨지고 있다. 하지만 국토 산림의 70% 정도는 주인이 있는 사유림이다. 엄연한 사유재산인 것이다.

그럼에도 산주들은 그동안 삼림정책의 규제로 재산권을 행사하지 못해왔다. 몇십 년 잘 가꿔온 나무를 베어도 산주에게 돌아오는 소득은 그 노력에 비해 터무니없이 낮았다. 산을 오랜기간 소유했다고 해서 아파트나 땅처럼 부동산 가치가 커지는 것도 아니었다.

되레 `산주=부자“라는 오해만을 받아왔다. 규제만 있을 뿐 보상은 없는 게 우리 산림정책이었다. 덩달아 산림을 기반으로 한 임산업의 기반도 지속적으로 위축돼왔다.

산림청에 따르면 국내의 국산목재 자급률은 15% 내외다. 전체 목재수요량의 85%를 수입목재에 의존하고 있다. 목재를 수확하기 위해 벌채하는 양이 국내 산림 축적량의 0.5%에 불과한 결과다. OECD 주요 29개국과 비교해 27위에 그칠 정도로 낮은 수준이다.

산림자원도 풍부하고 목재수요도 있지만 국산 목재의 수확과 활용을 제한해온 산림정책의 제도적, 구조적 한계에서 비롯된 현상이다.

최근의 화두는 탄소중립이다. 산림청도 2050 탄소중립 정책을 발표했다. 경제림 내 탄소 흡수능력이 떨어지는 오래된 나무를 적절히 베어내 목재 수확량을 늘리고 대신 탄소흡수 능력이 높은 어린나무를 심는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를 두고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탄소흡수력이 떨어지는 나무를 베어낸다는 `벌채'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오래된 나무가 탄소흡수 능력이 떨어진다는 과학적 근거를 믿을 수 없고 산림의 공익적 가치를 훼손하는 벌채를 확대해선 안된다는 게 반대측 주장이다.

임업은 산에 나무를 심고 가꾸어 수확하는 1차 산업이다. 따라서 나무를 심고 가꾸고 베고 쓰고 심고 가꾸는 선순환 구조가 있어야 임업은 발전할 수 있다. 산림의 시대적 가치가 달라졌다. 코로나 19시대 위기 극복을 위해, 또 `애프터 코로나 19' 시대 산림가치 중요성은 점점 더 부각 될 것이다.

이제 벌채는 환경파괴 행위가 아닌 벌목 생산 행위로 인식돼야 한다. 벌채는 탄소중립정책 이전부터 산림의 지속가능성 유지와 임업인의 권익증진을 위해 이미 공감대가 형성돼왔던 사안이다. 오랜기간 제한해온 사유림의 임업활동을 보장하고 국가 임산업의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나무를 심고 베는 것, 산림 경영의 기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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